[[1[[ 홍콩싱어즈는 1931년에 창설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홍콩의 가장 오래된 공연단체 중 하나이다. 이 그룹은 매년 2,3편의 뮤지컬 작품을 홍콩의 크고 작은 극장에 올리고 있는데 올해 4월 22일부터 27일까지는 Hong Kong City Hall Theater에서 아가씨와 건달들을 무대에 올렸다.
홍콩에는 홍콩싱어즈와 같은 많은 아마추어 음악단체들이 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것만도 수 십 가지는 넘을 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매주 연습을 하고 해마다 한 두 번씩은 꼭 공연을 한다. 이런 순수하게 문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홍콩의 문화계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공연을 마친 홍콩싱어즈는 사실, 브로드웨이 (오프 브로드웨이를 포함해서)의 뮤지컬 단체들에 비한다면 그 음악적인 질이나 춤, 그 내용들은 아직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뮤지컬이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홍콩에서 소규모의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그럼, 아가씨와 건달들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나싼은 나이트클럽의 가수 아델레이드와 약혼한 사이지만 장장 14년이 지나도록 도박에 빠져 그녀와의 결혼은 안중에도 없다. 급기야 파산하기에 이른 나싼은 도박 장소를 빌리기 위해 천 달러를 구하러 동분서주한다. 한편 건달들의 아지트인 타임스퀘어. 오늘도 흥청망청한 건달들의 세계는 여전하다. 그곳에서 구세군 선교사 활동을 결심한 사라는 의욕적으로 활동을 벌이려 하지만 일은 뜻대로 쉽사리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결국 그녀의 교회는 사람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와 같이, 뉴욕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박사 스카이는 궁지에 몰린 나싼과 내기를 하게 된다. 바로 그것은 스카이가 나싼이 지목하는 여자와 하바나에서 밤을 보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것. 나싼은 구세군 아가씨 사라를 가리킨다. 사라와 하바나로 가지 않으면 당장 천 달러가 날아가게 생긴 스카이. 그는 꾀를 내어 사라에게 교회에 나갈 인원 12명을 알선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대가로 하바나로 향하는 스카이와 사라. 운명적인 사랑의 감정! 그러나 건달들은 사랑의 위기에 처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사라는 스카이가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그의 사랑을 거부하기로 마음먹는다. 14년간이나 나싼을 기다려 왔던 아델레이드도 나싼이 결혼을 계속 미루기만 하자 이별을 결심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사랑을 깨달은 스카이는 사라와 함께 구세군의 선교사로 변모하게 되고, 나싼도 아델레이드와 함께 14년간 기다려온 결혼식을 마침내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봤고, 1955년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던 이 뮤지컬은 이번 무대에서도 여러 국적의 공연자들과 14인조 오케스트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주인공인 나싼 역할과 아델레이드 역을 맡은 배우는 기대 이상의 역량을 보여 주었고, 구세군 선교사인 사라 역을 맡은 배우는 홍콩에 있는 라이브 재즈바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 그리고 약방의 감초역할을 하는 나이슬리(Nicely) 역할을 맡은 배우도 타고난 듯한 코믹연기를 선보여 주었다. 다만, 또 다른 주인공인 스카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직 너무 어린 나이 탓인지(24세)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 가장 아름다운 넘버를 불러야 할 배우가 노래를 제대로 못 부르고 연기실력도 부족하다는 건 황당한 일이었지만 전문배우들의 공연이 아니라, 아마추어 배우들의 공연이라는 걸 생각하면 또 그런대로 용서할 수 있는 일일지도.
홍콩싱어즈의 올해 다음 공연으로는 Sweet Charity와 작곡가 콜 포터의 키스 미, 케이트 (Kiss me, Kate)가 예정되어 있다.
한장희
(
jangheeh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