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26일 오후 홍콩 공항 도착홀에는 시위대로 가득 찼다. 이번 시위를 상징하는 검은 옷에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 바닥에 앉아 송환법 철폐, 폭동은 없다 폭압만 있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홍콩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홍콩 상황을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임시 관광객 정보 부스를 설치해 경찰의 잔혹행위와 위안랑 백색테러 의혹을 상세히 담은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백색테러는 지난 21일 밤 윈롱 지하철역에서 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흰색 옷을 입은 남성 수십명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공항 당국은 공항 점거 시위가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혼란을 초래할 위험을 감안해 평소보다 일찍 도착할 것을 승객들에게 권고했다. 주말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금요일 오후부터 긴장감이 고조됐다.
공항 직원들도 시위대에 힘을 보탰다. 항공업계 종사자 15,000여명이 정부에 백색테러 가해자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고, 승무원과 조종사들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위에 동참했다.
이번 시위를 이끈 전직 조종사 제레미 탐 홍콩 입법회 의원은 지난 몇 주 동안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봐왔다며 우리는 모든 관광객들이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공항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에 따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은 대부분 시위대를 지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홍콩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공항 시위를 언급하며 이번 시위는 평화 시위로 예정돼 있지만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위 예정지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은 6월 9일 첫 번째 시위 이후 두 달 가까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에는 최대 200만명이 동참하기도 했다. 반체제 인사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송환법 반대에서 촉발된 이번 시위는 민주주의 개혁과 캐리 람 행정장관 사임 요구 등으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