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전국체육대회 전주에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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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회 전국체육대회 전주에서 개막

홍콩교포팀 36명, 전주에서 비지땀

제84회 전국체육대회가 현재 전라북도에서 진행중이다. 이번 체전은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전주, 익산, 군산을 비롯한 전북 일원에서 진행된다. 38개의 정식종목과 소프트볼, 트라이애슬론 등 2개의 시범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해서 매년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올해는 전국 16개 시?도와 15개 해외교포팀 등 2만3천명의 임원 및 선수들이 참가했다.

25년째 전국체전에 참가하고 있는 홍콩교포팀은 올해 35명의 선수단으로 구성됐다. 선수 24명 임원 11명. 단장은 서병길 홍콩한인체육회 회장, 부단장은 김창근 체육회 부회장이, 총감독으로는 문명곤 홍콩한인태권도회 회장이 맡아 선두 지휘한다. 박형주 체육회 사무차장이 전체 살림을 맡았고, 섭외와 집행을 원유관 사무총장이 맡았다.

홍콩교포팀이 매년 참가하는 종목은 볼링, 테니스, 골프였었는데, 올해는 이원욱 감독이 이끄는 축구선수단이 가세해 예년보다 월등하게 많은 선수단이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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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교포선수단은 지난 8일 오전 11시반, 첵랍콕 공항에 모였다. 1시에 이륙하는 대한항공에 올라 전주로 떠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이기고 돌아오리라는 의지를 다졌다. 사실, 이기고 지는 것은 이미 초월해있었다. 해외에서 참가하게 될 다른 교포팀과의 선전을 통한 교제, 모국에서 벌어지는 가을 스포츠 제전에서 몸을 풀며 함성을 지를 수 있다는 감격이 승부욕 보다 앞서 있었다. 이번 참가로 인해 홍콩에서 한국교포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지 또 한번 알린다는 사절단으로서의 의미를 모두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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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 반, 인천공항 대합실로 우리 선수단이 빠져나오자, 전라북도 전국체육대회 본부 측에서 마중 나온 임원들과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매년 공항으로 마중 나오는 해외동포에 대한 모국의 배려 때문에 같은 민족만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경험한다.

우리 선수단 일행 중 볼링선수 2명은 볼링경기장이 있는 군산에 묵기 위해 중간 하차했고, 나머지는 전주 시내 외곽 우중리에 있는 오페라모텔에 짐을 풀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라 선수단들의 얼굴에 피곤기가 어려있었다. 택시 운전기사를 비롯해 많은 전주인들이 오페라모텔 시설의 우수함에 대해 거듭 말하듯이, 이름만 모텔이지 ‘호텔급’이었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전주시내 러브모텔촌은 각 시도 및 해외 선수단들의 숙소로 요긴하게 쓰여진다고 한다.

도착 다음날인 9일 아침 새벽, 축구선수들은 숙소 근처 공원에 나가 몸을 풀었다. 이원욱 감독, 송변호 코치를 비롯한 15명의 선수들은 12년 만에 참석한 홍콩교포 축구단의 명예를 걸고 새벽의 싸늘함을 가르며 뛰고, 공을 차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경기에 임할 준비를 했다. 골프선수단 역시, 새벽 라운딩을 위해 숙소를 떠났다. 현지적응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단들을 향해 임원들은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아침 9시에 선수단들이 함께 모여 먹는 전주의 별미 콩나물해장국의 맛은 기막혔다. 콩나물만으로 육수를 낸 해장국은 한국의 전통음식 체통을 지키려는 듯 칼칼하고 시원했으며 모국 나들이를 실감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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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선수단들이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해 가지는 행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현지에 있는 자선단체나 장애자 보호시설 등을 찾아가 불우한 이웃을 위로하고 선행에 앞장선 이들을 격려하는 일이다.

올해 우리 선수단이 방문한 곳은 ‘전주베다니’였다. 박형주 총무의 앞선 정보력이 수소문해 찾아낸 이 곳은 가족들에게 버림받아 갈 곳 없고 돌봐주는 이도 없는 환자들을 받아주고 함께 죽음을 준비해주는 호스피스 장소였다. 전주베다니는 양용석 목사 내외의 사랑과 기도, 그리고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아름다운 집’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주로 오갈데 없는 말기암 환자들을 돌봐주고 있었으며 장소 여건상 10여명의 환자밖에 받을 수 없다고 한다.

홍콩선수단들이 환우들에게 필요한 어른용 기저귀, 휴지, 쌀 등 약 80여만원 어치의 물품을 사서 차에 싣고 ‘전주베다니’를 방문했을 때, 마침 양목사는 다른 암환자를 돌보러 시내에 가고 없었으며 그의 아내가 일행을 맞았다. 당시 6명의 환자들이 아름다운 집에서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70이 넘은 한 할머니는 병세가 심해 돌아눕는 것조차 힘겨워했으며, 60대의 할아버지 하나는 듣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물품을 부끄럽게 내밀며, 환자들의 등과 어깨를 어루만지는 것도 잠시, 홍콩선수단들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들의 수고와 사랑으로, 이 땅의 상처받고 아픈 자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생을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전주베다니의 홈페이지는 www.hospicehouse.ne.kr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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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4시, 홍콩선수단들은 개막식이 거행될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개막식행사는 4시 반부터 시작됐다. 행사장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청장을 들고 뒤늦게 행사장으로 온 시민들은 입장하지 못했다. 이미 행사장으로 향하는 모든 셔터문이 내려진 상태에서도 수백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들은 폭죽이 터지고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음악이 울려퍼지는 행사장으로 들어가고자 발을 동동 굴렀다. 월드컵 경기장이 좁은 것도 원인이었지만 자리 수에 비해 너무 많은 학생들이 동원되었다고 입장을 거부당한 시민들이 비난했다.

개막식 식전공개행사로, ‘아름다운 땅’ 이라는 주제의 영상 및 공연행사가 20분간 계속됐다. 전봉준 장군 이야기를 소재로 전북인의 힘과 이상을 표현한 <녹두장군이야기>가 최불암, 오은영, 윤도연씨 등에 의해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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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50분쯤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입장이 있은 후, 6시부터 선수단이 입장했다. 재외동포선수단 중 가장 인기있는 선수단으로 꼽히고 있는 재홍콩 선수단은 유니폼이 눈에 띄는 탓으로 해마다 카메라맨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올해는 특히 카우보이 모자가 인상적이어서 TV 중계방송에 오랫동안 잡히기도 했다. 재홍콩 선수단이 본부석을 향해 손을 흔들자, 본부석에 앉아있던 서병길 단장이 앞쪽으로 나와 마주 손을 흔듦으로서, 홍콩교민사절단의 역할은 매끄럽게 완수되었다. 입장중인 선수들이 본부석을 다 지나간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우보이 모자를 관중석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고 관중들 역시 모자를 더 던지라고 싸인을 보냈다. 이에 홍콩선수단들은 유니폼까지 다 벗어줄 기세로 그들에게 모자를 던지며 화답했다. 홍콩선수단들만이 연출해낼 수 있는 해프닝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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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입장이 끝난 후 시작된 식후공개행사는 ‘화합의 시대’가 주제였다. 옛날 백제왕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기위해 지었던 서동요를 본떠 만든 <新서동요>는 영?호남의 화합을 상징했다. 전북 임실에 있는 예원대 손병우 교수가 서동역을, 경주 출신의 동국대 최정림 교수가 선화공주 역을 맡아 동서화합에 대한 열망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선수들이 퇴장하고, 개막식 행사가 서서히 막을 내릴 즈음, 홍콩선수단 일행은 전주 시내로 들어가 비빔밥을 가장 잘 하기로 소문난 ‘가족회관’에서 고추장에 나물과 밥을 비비며 피곤했지만 흥분됐던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번 84회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한 선수단 명단은 다음과 같다.

선수단 명단
단장
  서병길
부단장
  김창근
총감독
  문명곤
총무
  박형주
집행
  원유관
보도
  이은미
고문
  천재영, 김진만, 김옥희, 정병완, 양임현
축구
  감독: 이원욱 코치: 송변호
  선수: 최달섭, 박주용, 홍영재, 이재규, 박호조, 엄영용,
  유병기, 최동학, 나덕영, 경민수, 장강열, 구기창, 백승주
테니스
  감독: 이성우 선수: 김종문, 윤창섭
볼링
  선수: 최만성, 정상진, 이희준
골프
  감독:신동혁, 선수: 김석걸, 박현곤, 정윤배

(경기 결과는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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