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마다 분주하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 전쟁을 치른 뒤 텅 빈 집 또는 사무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내립니다. 스마트폰 너머로 한국 뉴스를 보고,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홍콩에서의 삶은 설레고 감사한 일도 많지만, 때로는 언어의 벽과 문화의 차이. 그리고 마음을 열고 가볍게 이야기할 이웃의 부재가 하루를 더 길고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해외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문화생활의 부재’입니다.
물론, 스포츠 동아리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연극과 연주 등의 공연을 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 비해 문화생활을 풍성히 하지 못하면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서가 메마르고 무엇인가 답답함을 경험합니다. 그 이유를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데, 실은 문화 생활이 부족한 데서 오는 목마름입니다.
이런 목마름의 이야기를 하나둘 듣던 홍콩우리교회가 조심스레 마음을 모았습니다.
“종교를 떠나, 그저 편하게 발걸음 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보자. 교회가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 커뮤니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한두 명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야기가 점점 커지고 구체적이 되며 “우리문화원”이 되고,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습니다.
홍콩우리교회는 그동안 신앙 공동체로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문화센터는 교회의 담을 넘어, 홍콩에 계시는 모든 한인을 실질적으로 섬기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교회라는 이름은 단지 몇 명이 모이는 ‘우리’가 아니라, 전체가 모이는 ‘우리’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같은 국적이나, 같은 믿음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아니라,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이웃에게 시원한 그늘과 쉴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문화원이 시작된 솔직한 동기입니다. 종교는 물론, 직업과 같은 어떤 배경도 묻지 않습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내느라 지친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모두 오십시오.
예전에 저는 경남 김해 장유라는 곳에서 목회했습니다. 그때 장유는 창원 옆 베드타운으로 막 개발이 시작된 곳이었습니다. 변변한 쇼핑몰이나 문화시설이 없는 지역이었기에, 교회가 문화교실로 지역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지역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힘쓰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중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와 문화센터를 열었는데, 그 문화센터 등록 인원보다 교회 문화센터 등록 인원이 더 많았습니다. 교회 문화교실이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좋은 모델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유와 지역은 다르지만, 홍콩도 의외로 한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악기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조금이라도 해소되면 좋겠습니다.
“교회라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전도 목적으로 교회 나오라고 하는 것 아닌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문화원은 전도나 신앙 권유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편안한 교제 그 자체입니다. 한인으로서 홍콩에서의 삶이 조금은 더 넉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부입니다. 특정 종교적 색채를 배제합니다. 정치적, 지역 색채도 배제합니다. 순수하게 문화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누구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입니다.
오늘부터 홍콩수요저널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안내합니다. 낯선 곳에 처음 발을 들이는 일이 누구에게나 쉽지는 않지만, 한 번만 용기를 내어 걸음을 옮겨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문화원은 9/15부터 시작됩니다. 1)합창발성 2)기초 중국어(만다린) 3)오카리나야 놀자 4)즐거운 한국어 네 강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프로그램과 강사 소개는 홍콩우리교회 홈페이지( http://www.hkwoorichurch.org ) 및 수요저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은 구글폼을 통해 가능합니다. 구글폼으로 신청이 어려우신 경우, 카톡 아이디 sweetie106을 카톡에 추가하셔서 문의 주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홍콩우리교회는 이 작은 시작이 홍콩 한인 사회를 밝히는 불빛이 되길 소망합니다. 믿음의 유무를 떠나, 서로 다정하게 연결되는 경험만으로도 힘든 외국 생활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하며, 여러분의 좋은 이웃으로 여러분의 필요를 돕기 원합니다. 교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를 풍성하게 하는 일환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한 주도 여러분 모두 더위에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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