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를 기다리며- 홍콩우리교회 서 현 목사

00를 기다리며- 홍콩우리교회 서 현 목사

화면 캡처 2025-12-31 115257.jpg


지난 24일 일요일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불교의 부처님 오신 날과 기독교의 성령강림절이 같은 날에 겹쳤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서로 다르지만, 두 날 모두 ‘찾아오심’의 의미를 기념하는 점은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좋은 소식, 뜻밖의 만남, 어둠 속에서 빛을 경험하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지요. 개인적으로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접했을 때의 여운이 지금도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다 지쳐 떠나고자 하는 ‘고고’와 그를 붙잡는 ‘디디’. 고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리는 두 사람. 막연하지만 간절한 기다림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기념하는 성령강림절은 실체 없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 후 40일간 제자들과 함께 지내셨습니다. 하늘로 올라가시며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약속한 성령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로마 군인들이 잡으러 올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락방에 모여 기도했습니다. 마침내 성령님이 사람들에게 오셨습니다. 그 이후 교회가 세워지고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성령강림절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약속이 실제로 찾아올 때 인간과 공동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둠과 절망, 두려움 속에 있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약속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 땅의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위협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신분을 뛰어넘어 종과 주인이 하나 되었습니다. 민족을 뛰어넘어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다’는 것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안의 굳은 틈에 스며드는 변화입니다. 딱딱한 마음이 풀어지고, 굳었던 생각이 유연해집니다. 한 개인이 우리 삶에 오면, 우리는 그의 영향을 받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성경은 성령이 오심으로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하나 되는 일이 일어남을 말합니다. 신약성경 사도행전 2장은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44믿는 사람 모두가 한곳에서 지내며, 모든 것을 공유했다. 45모은 재산이든 있는 재산이든 팔아서 모두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었다. 46또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모이는 데 힘을 쏟았고, 집집이 모여서는 빵을 떼어 나누었다. 그러면서 기쁨에 벅차 거짓 없는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었다.(신약성경 사도행전 2장44-46절. 새한글성경)

지난 24일이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홍콩우리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 했던 한 집사님 가정이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기는 인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홍콩에 왔을 때 정착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교회서 여러 일들을 드러나지 않게 잘 섬겨주셨습니다. 그 가정이 새로운 곳에서도 잘 정착하시도록 기도하는 중,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었습니다. 그만큼 사랑했기 때문이고, 홍콩에서 처음 맞이한 이별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홍콩은 이동이 잦은 도시라 헤어짐도 많다는 이야기는 늘 들었지만, 직접 헤어짐을 경험하니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의 시작입니다. 그분과의 헤어짐은 언젠가 베트남에서 또 만날 만남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인생은 오고 가는 호흡과도 같습니다. 만남이 있고 헤어짐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는 만남을 기대합니다. 만나서 사랑합니다. 또 새로운 만남을 꿈 꿉니다. 제가 홍콩에 오지 않았다면 그 집사님을 만나지 못했겠지요. 그 집사님 가정은 홍콩에서 받은 사랑과 정을 짐칸에 싣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에 새기고, 새로운 땅에서 또 사랑할 사람들을 만날 일을 기대합니다. 그것을 교회 성도들이 모두 기대하기에 축복하며 보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를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헤어지더라도 또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갈 힘이 됩니다. 그저 막연한 기다림 자체가 아니라, 기다리는 대상이 분명히 있는 그 기다림을 통해 힘을 얻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더워지는 여름 날씨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기쁨으로 맞이하기보다 번거로움으로 여기며 마음을 닫곤 합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기보다, 열을 내는 덩어리로만 생각하며 짜증내고 거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그가 내게 찾아옴으로 내 인생이 변할 수 있습니다. 기다렸던 그를 만남으로 내 삶이 달라집니다. 하나님이 그런 일들을 이루십니다. 이번 한 주 여러분은 무엇을, 누군가를 기다리시나요? 하나님께서는 항상 여러분을 기다리십니다.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홍콩우리교회도 언제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번 한 주간도 여러분의 삶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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