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최민서 학생기자(KIS 학생기자단)
지난달 21일 토요일,고층 빌딩 숲 사이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홍콩 쿤통 프롬나드(Kwun Tong Promenade). 이곳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특별한 레이스, ‘K-Run’ 대회가 열렸다. 민주평통자문회의 홍콩지회가 주최하고 홍콩 한인 사회와 현지 시민들이 함께 호흡한 이번 행사에 나는부모님과 함께 ‘Happy Chois’라는 팀명으로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평소 ‘저질 체력’임을자처하는 나를 배려해 엄마는 1km 코스를 선택하셨고, 아빠는 “가족이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며 허허 웃으셨다. 그렇게 결성된 우리 가족의 팀명은‘Happy Chois’.
약 300명의 참가자가 모인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10km를 달리는 본격 러너들부터 유모차를밀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까지, 국적과 나이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가 ‘평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기념 티셔츠를 맞춰 입고 늘어선 모습은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본격적인레이스가 시작됐다. 1km 코스는 짧지만 강렬했다. 내 옆으로는 유모차를 밀며 다정하게 걷는 부모님들이 보였고, 앞서가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에선연륜의 힘이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70세의 연세에도 완주 후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메달을 목에 거신 참가자의 모습이었다.
달리는 도중 모르는 이들과주고받은 “힘내세요!”라는 짧은 격려. 그 속에서 나는 평화와 공동체 의식이 책 속에만 적혀있는 문장이 아니라, 내 옆에서 같이 숨 가쁘게 뛰는사람들의 온기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 가족 역시 서로의 보조를 맞추며 쿤통의 해안선을 따라 걸었고, 마침내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느낀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함이었다.
레이스 직후 열린 경품추첨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수많은 플라스틱 공 중에서 내가 뽑은 공 안에는 ‘천수단’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당황해하는 나에게운영 요원분은 당첨 소식을 알리며 축하해 주셨고, 얼떨결에 기념사진까지 찍으며 건강식품을 상품으로 받게 되었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엄마, 아빠앞에서 멋쩍게 웃었지만, 이 또한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즐거운 에피소드가 되었다.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본이번 ‘K-Run’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닌, 홍콩과 한국을 잇는 따뜻한 민간 외교의 장이었다. 낯선 타국에서 가족과 함께 땀 흘리며 확인한사랑, 그리고 피부색이 다른 이들과 나눈 응원은 진정한 화합이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일깨워 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긍정적인에너지가 홍콩의 밤바다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그리고 우리가 염원하는 한반도의 평화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