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눈으로 홍콩을 소개한 방송 ‘이유있는 건축’
이번 칼럼은 홍콩의 건축물에 대해 써 보려고 했다. 그리고 자료 검색을 하다가 MBC의 ‘이유있는 건축’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유명한 건축물들을 예능 형식으로 풀어 소개하는 방송인 것 같았다. 내가 본 것은 홍콩 편으로 작년에 쵤영된 것이었다. 100만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방송인 홍석천과 홍콩을 방문하여 촬영한 방송이었다.
무엇보다 신선했던 것은 음식, 관광지 등 천편일률적 홍콩 소개 예능 프로와는 달리, 건축의 시각으로 홍콩을 다뤘다는 점이다. 출연진들은 홍콩의 주요 건축물들을 돌며 잘 몰랐던 정보를 들려주었다. 오늘 글은 내가 본 방송을 사석에서 지인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풀어 써 본다.

서구룡 문화지구의 랜드마크이자 아시아 최초의 글로벌 시각 문화 박물관인 엠 플러스. 런던 테이트 모던,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 & 드뫼롱이 설계하였다. 유 교수는 엠 플러스에 먼저 도착한 출연진들에게 그곳에서 ‘대나무’와 ‘파운드 스페이스(Found Space)’를 찾아보라는 미션을 준다. 대나무는 박물관의 외벽에서 발견되었다. 대나무 모양을 한 테라코타 외장재를 사용하였는데, 점토를 구워 만든 건축용 도기를 재료로 하여 대나무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작은 대나무 모듈 하나하나를 끼워 외벽을 완성하였다. 나 역시 엠 플러스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자세히 보지 않아 외형이 대나무 모양이었다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었다. 또 하나 놀라운 발견은 파운드 스페이스였다. 지하 전시장 한쪽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높은 단차(선이 어긋나 생긴 층)가 자리 잡고 있었다. 파운드 스페이스는 특별한 공간이었는데, 다름 아닌 해저터널이 지나가는 자리였다. 엠 플러스를 설계할 당시 이곳을 지나가는 지하 15미터의 터널로 인해 건축가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해답은 이 장애물을 그대로 이용 하자였다. 그 결과 특색있는 전시 공간으로의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유 교수는 건축 설계에 있어 다른 도시에 없는 독특한 특징 하나가 홍콩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것은 ‘풍수’였다. 그러면서 HSBC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HSBC가 있는 자리는 중요한 두 개의 맥이 만나는 곳이었다. 이 자리에 건물을 지으면 홍콩이 망한다는 것이 풍수사의 말이었다. 당시 HSBC 사옥을 건축한 노먼 포스터는 풍수사의 말을 반영하여 풍수의 맥이 흐르도록 건물을 들어 올리는 설계를 하였다. 그리하여 1층이 들려 있는 형태로 뻥 뚫린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런데 풍수 관련, HSBC 사옥 하면 유명한 이야기는 옆 건물 중국은행을 견제하기 위해 옥상에 올려져 있는 대포 모양의 구조물이다. 하나 이는 창문 닦기용 구조물로 그 아래에 창문들이 있어 방향이 우연적으로 중국은행을 향한 것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견해였다.

이들이 방문한 더 헨더슨 건물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 건물은 소위 돈으로 도배를 한 빌딩이었다. ‘홍콩의 미래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슬로건답게 마치 우주선이나 로켓같이 독특한 모양을 지닌, 2024년산 신상 빌딩이다. 그런데 외관은 사실 홍콩을 상징하는 시화(市花)인 바우히니아를 상징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 사무소는 자하 하디드로 서울의 동대문 DDP를 디자인한 동일 업체이다. 놀라운 것은 빌딩을 올리기 위해 구매한 부지의 가격이다. 면적은 50미터 x 60미터로 학교 운동장보다 작다. 그런데 이 부지가 4조에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부의 건축자재 역시 최고급으로 장식되었다. 우선 입구부터 달랐다. 1층의 10미터 통유리는 바람에 견디기 위해 7중 유리로 구성되었다. 3층 로비에는 백조 형태를 띤 빨간색 풍선 모형 조각상이 있다.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인데 미국 현대 미술가 제프 콘스의 작품으로 무려 350억 원짜리 조형물이다. 그럼 이렇게 막강한 재력을 과시할 수 있는 건축주는 누구일까? 리카싱과 함께 홍콩 재벌 순위 1, 2위를 다퉜던 리사우케이의 헨더슨 그룹이다.
이 방송 이야기를 우리 학원 중국어 시간에 소개하였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수강생의 말에 의하면 더 헨더슨 빌딩은 현재 공실이 많다고 했다. 코로나 전 기획된 건물인데,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외국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진들은 도심을 거닐며 왜 홍콩에는 유독 육교가 많은지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했다. 이는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홍콩의 좁은 도로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답변이었다. 도로가 너무 부족한데, 차가 다니는 도로를 올릴 수 없으니, 보행자들을 위한 육교를 연결시켜 놓은 것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소개되었다. 정부가 모든 전기세를 부담하여 시민이 무료로 이용하게끔 한 세계 최장 에스컬레이터는 이것이 만들어진 90년대 홍콩의 부유했던 전성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건축의 시각으로 본 홍콩은 참 흥미로웠다. 방송의 출연진들은 이 외에 블루 하우스, 구룡성채 공원도 다녀갔다. ‘이유 있는 건축 홍콩 편’은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