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차기 의장국인 중국이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선전에서 내년 정상회의를 열어 중국의 발전 성과를 부각하고 자유무역의 수호자로서 개방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려 한다고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전날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폐막일의 두 번째 세션에서 광둥성 선전에서 다음 APEC 정상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선전은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을 상징하는 도시다. 홍콩에 인접한 작은 어촌이었던 이 지역은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가공무역 기지로 급속히 성장했고 현재는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나 세계적인 빅테크 텐센트,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 DJI 등이 뿌리를 내리고 발전한 '기술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시 주석은 태평양 연안에 있는 선전이 "수십년 사이 낙후된 작은 어촌에서 현대화된 국제 대도시로 발전한 것은 중국 인민이 만들어낸 세계 발전사의 하나의 기적이며 중국이 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개방전략을 확고부동하게 실행해온 중요 창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발전 성과를 부각하고 개방 의지를 강조하는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선전을 차기 APEC 정상회의 장소로 선정했다고 평했다.
광둥성 정부 산하 싱크탱그 광둥성 체제개혁연구회의 펑펑 집행회장은 중국이 선전을 APEC 개최 도시로 선정함으로써 "개방을 유지하고 세계화 방향을 계속 이끌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고 SCMP에 말했다.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 학장은 "선전은 중국과 세계의 경제 통합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도시로 (APEC 개최를 통해)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발전과 세계 경제의 제휴와 통합을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학장은 또한 선전 APEC 정상회의가 화웨이 등 선전에 본사를 둔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들에 세계, 서방과 더욱 통합하기 위한 중요한 외교적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안보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 APEC에 참석하게 되면 중국의 이러한 메시지와 의도가 더 증폭될 것이라며 "내년에 양국 간 고위급 대화가 자주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 정상회담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양국 정상 간 전략적 관계를 더 강화하는 중요한 외교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미중 정상이 정기적인 교류를 유지하는 데 동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을 미국에 초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전은 2001년 상하이, 2014년 베이징에 이어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세번째 중국 도시가 된다.
중국은 최근 수년 사이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수도 베이징이나 경제중심 도시 상하이 등보다 덜 알려진 도시들을 다자외교 개최지로 선정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는 톈진에서 열렸고 2023년 5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산시성 시안에서 열렸다.
2018년 SCO 정상회의는 산둥성 칭다오에서, 2017년 브릭스 정상회의는 푸젠성 샤먼에서 각각 열렸으며 2016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저장성 항저우에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