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확실성의 인류학…'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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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불확실성의 인류학…'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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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홍콩 주룽반도 침사추이에는 '청킹맨션'이란 주상복합건물이 있다. 왕자웨이 영화 '중경삼림'에도 나온 적 있는 오래된 건물이다. 1960년대 부호들과 백인들이 살던 고급 맨션이었으나 지금은 불법체류자들이 즐비하고, 싸고 비좁은 숙소가 있는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다.


1층과 2층에는 중국계와 남아시아계 주민들이 경영하는 시계 판매점, 잡화점 등이 있고, 3층부터 17층까지 저렴한 숙소가 많다. 침대 하나를 놓으면 방이 꽉 차는 비좁은 방이 대부분이다.


탄자니아 전문가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청킹맨션에 머물며 그 주변에서 살고 활동하는 탄자니아인 네트워크를 취재한 기록을 책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 보스라 할 수 있는 카리마가 책의 주인공 격이다.


카리마를 포함한 탄자니아인들은 홍콩에서의 삶을 모국에서의 삶과 동등하게 여기고, 타인들과 부대끼며 일상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발굴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그들이지만 삶의 철칙은 있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에 배신당한 적이 있어도 상대방이 처한 상황에 따라 몇 번이고 다시 믿고 손잡는 게 가능하다고 여긴다. 일견 모순적이지만 나름의 논리는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정 브로커를 '신뢰할 수 있는 상대'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분류하기보다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누구라도 신뢰할 수 있다'는 관점에 입각해, 개별 브로커가 처한 상황을 헤아리며 한 번 배신당했더라도 상황이 변하면 몇 번이든 믿어보겠다는 태도가, 본인의 노력 여하에 관계없이 실패하거나 재난에 맞닥뜨릴 수 있는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기 쉽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갈라파고스. 296쪽.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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