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주말이면 바닷가 산책로를 뛰고 있다. 코스는 최근 새로 뚫린 포트리스 - 노스포인트 연결 구간으로 빅토리아 하버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며 조깅한 후, 이곳의 사진을 ‘홍콩 정부,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SNS에 올리기도 했다.
홍콩에는 바닷가 공원이 곳곳에 잘 조성되어 있어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는 시민들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여행객들도 증가하여 홍콩 주요 여행지는 북적북적하다. 올 1/4분기 홍콩을 찾은 여행객들은 9%가 증가했다. 작년의 경우 전년도인 2023년에 비해 1,000만 명이나 증가한 4,450만 명이 홍콩을 다녀갔다. 코로나바이러스 기간의 암울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여행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나 매체로부터 홍콩에 대한 비관적인 보도는 여전하다. 이는 주로 홍콩이 ‘중국화’ 되어 간다는 정치, 사회적 관점에서이다. 하나 정작 홍콩인들과 우리 교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거나 불편을 가져다주는 변화는 찾기 힘들다. 작년에 ‘홍콩은 끝났다? 아직 안 죽었다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는데, 오늘은 그 후속편이다.
한국 언론들은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홍콩 엑소더스를 하고 있다고 떠든다. 사실 홍콩인들의 이민 물결은 몇 번의 사건과 함께 흐름을 이어 왔다. 우선 1989년 천안문 사태 때이다. 당시 약 10~20만 홍콩인들이 홍콩을 떠났다. 그리고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시기이다. 이를 전후로 약 60만~1백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영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이전하였다. 그리고 2019년 민주화 운동 후 2020~2022년 사이 약 25만에서 30만 인구가 이민을 선택했다. 즉, 홍콩인들의 이민은 단지 최근 몇 년 사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은 아닌 것이다.
현지인들이 떠난 자리를 메운 것은 중국 대륙인들이다. 최근 홍콩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인들의 증가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홍콩인들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홍콩의 젊은이들이 떠나자, 곳곳에서 인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홍콩 정부는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하기 시작했다.
2021년은 약 2만 7천 명, 2022년은 4만 명의 해외 인력을 수입했다. 올해 1사분기 홍콩의 실업률은 3.2%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중국인들이 침투되어 홍콩의 색깔을 잃는다? 원래가 홍콩이 이민자들의 도시이다. 불과 몇 세대 전이다. 대대손손 홍콩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열 명 중 한두 명 정도이다.
언론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홍콩을 떠나 해외로, 특히 싱가포르로 많이 이전했다고 보도한다. 하나 싱가포르가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최근 기업들의 홍콩 귀환 움직임으로 입증되었다.
무엇보다 기업 운영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세금 정책이다. 법인세가 16.5%인데, 수익이 홍콩 달러 200만 (한화 약 3억 7천)이하의 기업에는 8.25%가 적용된다. 참고로 한국의 법인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0~22%이다. 우리 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한 금융인은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있는데 실제로 내는 세금은 거의 없다. 이는 홍콩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 귀띔하기도 했다.
이 외에 영토 과세 원칙, 이중 과세 방지 및 간편한 세무 절차도 경쟁력을 갖게 한다. 특정 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에는 세금 감면 및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자, 배당, 양도, 증여 및 상속에 대해서도 비과세이다. 15%의 개인소득세는 아시아 최저 수준이다. 최근 한국의 자산가들이 홍콩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이다.
한류는 이제 한때의 흐름이 아닌 문화의 한편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국가의 위상도 높아져, 최근 홍콩에서의 한국 상권은 여전히 활발하다. 요즘 교민이나 홍콩인들 모두 하나같이 말하는 것은 ‘한식당의 증가’이다. 최근 정말 많아졌고, 방문해 보면 현지인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부터 무술의 본고장이기도 한 홍콩이라 태권도의 열풍도 드세다. 사범들이 우리 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NRG 태권도는 홍함, 마온산, 올림픽, 케네디타운에 차례로 도장을 열었고, 얼마 전에는 노스포인트점도 개관을 했다. 쌍용관 역시 타이쿠점, 정관오점, 췬완웨스트점을 운영 중이다.
‘홍콩의 중국화’로 현지인들의 여가 생활에는 새로운 즐길거리가 생겼다. 중국 대륙으로의 접근성이다. 서구룡역에서 고속철을 타면 중국 각지로 연결된다. 불과 15분이면 선전에 닿고, 상하이까지는 8시간, 베이징은 10시간 거리이다. 상하이, 베이징까지는 아니더라도 홍콩에서 비교적 가까운 꾸이린(계림), 시아먼 등을 고속철로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홍콩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중국 철도 여행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외부에서 보는 홍콩과 필자처럼 홍콩에 거주하며 느끼는 홍콩은 차이가 있다. 예전에 북한에서 불안감을 조성하면 외국 언론에서는 당장 한반도에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어댔다. 정작 한국인들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홍콩의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하나 홍콩의 미래가 암울하다? 홍콩에서 보는 한국 상황은 더욱 암울하기 짝이 없다.
< 참고 자료 >
“세금 없는 나라로 떠나는 자산가들, 왜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를 선택할까?” – 프레미아 티엔씨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