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식민지 시절의 흔적을 찾아서 - 사이완 유적 여행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식민지 시절의 흔적을 찾아서 - 사이완 유적 여행

사이완은 홍콩섬의 북서부 지역을 말한다. 사이잉푼에서 케네디타운에 이르는 지역이다. 영국 식민지 시기의 행정 단위는 사이완구였는데,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이다. 

사이완은 예전에 소위 ‘혐오 업종’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다. ‘혐오 업종’이란 기생집, 매춘 등을 의미한다. 특히 섹통추이(지금의 홍콩대학 인근)는 유명한 사창가였다. 하나 1935년 정부에 의해 매춘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평범한 주택가로 변모되었다. 

 

사이완 일대에는 대영 제국이 홍콩을 식민지화한 이후 많은 영국인들이 거주하였다. 사이잉푼에는 군대도 주둔했었다. 식민지 색채의 모습을 띤 건축물들이 지금까지도 적지 않게 남아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홍콩 식민지 역사를 이해하고 그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지로 사이완은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로판 템플 – 중국 건축 장인의 시조 로판을 기리다

 

 

4.jpg

 

 

로판(魯班)은 기원전 507~444년에 살았던 인물로 건축업, 운수업, 조선업의 시조로 불리는 장인이다. 현대인들에 의해 신격화되어 신봉되고 있다. 로판 템플(Lo Pan Temple)은 1888년 이 위대한 장인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는데, 1928년 현재의 위치에서 재건되었다. 매년 음력 6월 13일에는 성대한 기념 의식이 펼쳐진다. 이날이 되면 많은 신도들이 찾아와 참배한다. 

 

내부에는 정교하게 들어선 벽면과 조각상, 벽화들로 꾸며져 있다. 벽화는 총 26폭이나 된다. 로판 템플은 1급 역사 건축물로 등재되어있다. 

 

주소: 15 Ching Lin Terrace, Kenney Town 

 

사이잉푼 커뮤니티 컴플렉스 – 홍콩3대 귀신의 집

 

 

 

 

5.jpg

 

 

1892년에 지어져 1급 역사 건축물에 이름을 올린 사이잉푼 커뮤티니 컴플렉스(Sai Ying Pun Community Complex). 홍콩에서는 보기 드문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재료는 현지 조달되었으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 독특한 외관을 뽐낸다.   

 

그런데 홍콩인들에게는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장소로 더 유명하다. 이유는 홍콩 3대 귀신의 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이잉푼 커뮤니티 컴플렉스는 공포스럽고도 비극의 역사적 현장이었다.

 

이곳의 전신은 정신병동이다. 환자 한 명이 머리를 박아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일제 점령기에는 일본군에 의해 형장으로 사용되었다. 지하는 시체 안치실이었는데, 시신들은 병원 앞에 위치한 조지 5세 공원의 공동묘지로 옮겨졌다. 이후 여러 귀신 이야기가 이곳을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원래 공포스러운 역사의 현장이었는데다가, 1971년부터 1998년까지 빈 건물로 남아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이후 1998년 홍콩 정부는 흉물스럽게 남아있던 건물을 재건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주소: 2 High Street, Sai Ying Pun

 


조지 5세 기념 공원 - 홍콩 유일의 식민지 색채를 지닌 공원 

 

 

 

 

6.jpg


 

조지 5세 기념 공원은 사이잉푼 커뮤티니 컴플렉스의 바로 앞에 위치한다. 쉬면서 한담을 나누고 있는 마을 주민들,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노인들, 길을 따라 산책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느 공원과 다를 게 없다. 하나 조지 5세 기념 공원은 홍콩에서 유일하게 식민지 색채를 보유하고 있는 빈티지 공원이다.

 

조지 5세 공원으로 올라가는 지그재그 형태의 계단길은 운치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한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실제로 고천락, 오언조 주연의 영화 ‘단신남녀’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이 영화는 2편까지 나왔다). 공원을 둘러싼 돌담길을 걷다 보면 거대한 고목 한 그루를 발견하게 된다.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반얀트리이다.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 사이로 조지 5세 기념 공원임을 알리는 금속 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소: Hospital Road, Sai Ying Pun


그리고 사이완 일대의 기타 역사 건축물들 

 

 

올해 새로 광복사와 함께 법정 고적에 등재된 구찬육병원도 사이완 일대에 위치한다. 이 두 곳은 얼마 전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다. 구찬육병원은 홍콩 최초의 중국인 전용 산부인과이다.   

구찬육병원에서 서쪽으로 나 있는 좁은 경사길의 계단을 따라 올라 가면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건축물이 등장한다. 웨스턴 공립 진료소(West Point Chinese Public Dispensary)인데 2급 역사 건축물이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1909년에 건립되었다. 당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한 장소이다. 1930년 이후에는 구찬육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의 기숙사로 용도 변경을 하였다. 지금은 문화고적자원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 앞에는 독특한 형태의 빨간색 타원형 우체통이 눈에 띈다. 이제는 홍콩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국 식민지 시대의 우체통이다. 선명한 붉은색 외관에 왕관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ER(Elizabeth Regina의 축약)의 표식이 새겨져 있다. 홍콩의 식민지 역사를 상징하는 희귀한 유산 중 하나이다. 


< 참고 자료 >

『香港百年』,雪姬著,创意市集,2023

『香港·點變』,余震宇,萬里機構, 2018

 

 

 

이승권 원장24-1.jpg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