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서비스 수요 대비 MRO 서비스 공급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해사처에서 해운 및 항만 산업(Maritime and port industry)을 해사 서비스(Maritime business services), 항만 관련 서비스(Port and related), 해운 서비스(Shipping) 세 가지 부문으로 구분하여 발표한 “2022년 해운 및 항만 산업” 보고에 따르면, 해운 및 항만 산업 규모는 1146억 홍콩달러(약 21조 원)로 홍콩 전체 GDP의 4.2%를 차지하며, 총 고용규모는 약 7만 5090명으로 당해연도 총 고용의 2.1%를 차지했다 .
해사 서비스(Maritime business services)의 규모는 44억 홍콩달러(약 8000억 원)로 전체 GDP의 0.2% 수준이었으며, 해사서비스 중에서도 선박금융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으며 선박 건조와 수리 부문이 2위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홍콩 입법회 역시 홍콩 MRO 시장의 규모 축소를 지적한 바 있다. 홍콩 입법회 프랭키 윅(Frankie Yich) 자유당 의원(교통사무위원회)은 해변 지역의 도시 개발과 MRO 인력 부족으로 선박 수리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해사처 또한 해안·해사업무 관련 기업 중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 기능을 가진 기업은 매우 소수라고 밝혔으며(해안·해사업무 조사기업 657개사 중 14개사만이 해사 설비 및 유지보수 기능 보유), 홍콩 직업 훈련국에서 발표한 2020년 해사 서비스업 인력보고서는 인력 수급이 가장 심각한 분야로 수리 기술자(결원율 9.3%)와 기술매니저(결원율 6.4%)를 꼽았다.
중국의 MRO 시장 성장도 홍콩의 MRO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USTR은 2025년 1월 16일 301조 조사보고서를 통해 2023년 중국의 선박 건조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중국의 비즈니스 연구기관인 쳰잔 연구원은 2023년 중국이 전 세계 MRO 시장의 53.5%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최대의 선박 MRO 중심지가 홍콩에서 멀지 않은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홍콩의 MRO 시장 성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홍콩의 선박 부품 수입 추이에서도 MRO 시장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선박용 엔진부품 수입(HS Code 8409.99 기준)은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보이며 대한국 수입액은 5백만 달러 내외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홍콩의 선박 서비스업은 고부가가치·고임금 산업인 금융업·중개업 등에 치중돼 있으며, 중국으로 관련 수요가 이전된 저임금 노동력이 활용되는 선박 수리 및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 제공 분야에서의 성장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 및 EU의 해운 탈탄소 규제 강화, 대형화주의 ESG 경영 요구 등에 따라 고가의 엔진 개조 또는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가 확대되며 홍콩의 고부가가치 MRO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 정부 또한 IMO의 2050년 국제 해운 넷제로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녹색 해운 허브(Green Shipping Hub)’ 구축을 추진, 선박법(Shipping Legislation)을 개정하고(2024.7.5.) <녹색 해상 연료 벙커링에 관한 행동계획(Action Plan on Green Maritime Fuel Bunkering)>을 발표 (2024.11.15.)함과 동시에 IMO 기준에 맞춘 선박 배출 규제를 강화했으며, 해운기업 및 항만 운영사를 대상으로는 친환경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선박의 친환경 연료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 및 보조금 지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26 회계연도 예산계획에는 홍콩에서 해상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bunkering) 부문에서 녹색 메탄올(Green Methanol)을 사용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주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처럼 IMO의 규제 강화로 스크러버(scrubber) 장착 등으로는 더 이상 정부 요구 사항 만족이 어려운 현시점*에 선령(선박의 연령) 20년 이상의 노후 화물선과 탱커(기름을 운반하는 선박)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홍콩 상황을 고려하면, 홍콩은 향후 고부가가치 MRO 시장의 중요한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스크러버(scrubber)는 선박 배출 가스를 줄이기 위한 장치(황산화물을 포함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의 장치)로, 과거에는 스크러버 설치만으로도 IMO 규제를 충족할 수 있었으나, 규
제가 점점 더 강화되면서 스크러버 장착 방식 외에 더 강력한 기술의 적용이나 친환경 선박으로의 대체 등이 필요한 시점임을 의미함.
홍콩은 글로벌 해운 중심지로서 다양한 선박 산업 인프라와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그간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져온 MRO 시장의 성장은 다소 정체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 이후 중국 본토의 해상 물류 인프라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과거에 비해 해상 물류 허브로서의 강점이 다소 약화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홍콩 연안 도심 개발이 부족하고 MRO 수요와 공급이 중국 본토로 흡수되면서 홍콩 정부 또한 홍콩 MRO 산업의 정체를 우려해 다양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홍콩의 친환경 해운 서비스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은 고부가가치 MRO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특히, 고부가가치 친환경 조선 산업에 있어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 격차를 보유한 한국 기업은 홍콩 MRO 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틈새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자료: 홍콩무역발전국(HKTDC), 홍콩해사처, 홍콩운수물류국, UNCTAD, Statista, US Section 301 Report, 쳰잔연구원, 유럽해양안전국, 홍콩직업훈련국, 홍콩 입법회, KOTRA 홍콩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