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지하철역 이름, 이렇게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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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지하철역 이름, 이렇게 유래되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은?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인 홍콩의 특성상 이와 관련된 역 이름이 가장 흔하다. 

 

즉, ‘만(灣)’이 들어 있는 이름인데 영어로는 ‘베이(Bay)’, 중국어로는 ‘완’으로 발음한다. 

 

홍콩섬 아일랜드 라인의 코스웨이베이, 샤우케이완, 차이완, 췬완 라인의 청사완과 췬완, 쿤통 라인의 카우룬베이, 튄마 라인의 토카완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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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름에서 유래된 역 이름은?


칭이역은 구룡 반도와 란타우 섬 중간에 위치한 섬이다. 

 

그런데 공항 익스프레스가 이 역에서 멈출 때마다 궁금했던 것이 역 이름이었다. 

 

한자가 푸를 ‘청(青)’, 의복 ‘의(衣)’이다. 왜 ‘푸른 옷’이지? 

 

창밖을 보니 푸른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특별히 많지도 않았다.

 

알고 보니 칭이는 생선의 한 종류로 원래 이름은 칭이어이다. 

 

푸른 색을 띠고 있는 물고기인데 이 일대에서 많이 잡혔다고 한다. 

 

청나라 ‘신안현지’라는 실록에도 이 일대의 칭이어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이 외에 섬의 모양이 물고기 칭의를 닮아 지역명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생선 이름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홍콩섬 아일랜드 라인의 작위총(鰂魚涌)역이 있다. 

 

영어명인 쿼리베이가 더 익숙하다. ‘작위(鰂魚)’는 담수어의 일종이다. 

 

예전 이 일대의 지류에는 작위가 무리를 지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곳은 채석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영어 이름인 쿼리베이역의 ‘쿼리(quarry)’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채석장’이란 뜻을 갖고 있다.



목 매달아 죽은 자로 인해 유래된 지하철명은?

 

동부 구룡과 홍콩섬을 연결하는 정관오 라인에는 목 매달아 죽은 자로 인해 유래된 지하철명이 있다. 

 

바로 티우켕렝(調景嶺, Tiu Keng Leng)역이다. 

 

주인공은 캐나다의 비즈니스맨이었던 알프레드 하버트 레니이다. 

 

그는 1905년 이 인근에 밀가루 공장을 운영하였다. 

 

캐나다의 밀을 직수입하여 홍콩에 들여왔는데, 경영과 품질 문제로 1908년 도산 후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같은 해 레니가 공장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하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이 일대는 ‘吊頸領(티우겡렝)’이라 불렸고, 영문 지역명은 ‘레니스 밀(Rennie’s Mill: 레니의 공장)이었다. ‘吊頸’은 목을 매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은 목을 매달아 죽은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3km 떨어진 레이유문 바다에 투신하여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어쨌든 이후 1950년이 되어 이곳의 행정 관리인인 리지에농이 지역명을 ‘吊頸領(Tiu Keng Leng)’과 동음인 ‘調景嶺’로 개명을 하였다. 

 

MTR 역 이름도 ‘調景嶺站’, 즉 티우켕렝역이 되었다.


슬픈 역사의 주인공과 관계된 역명이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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튄마선의 송웡토이(Sung Wong Toi)역이다. 송웡토이는 한자어로 ‘宋王臺(송왕대)’이다. 

 

이 일대는 송나라의 마지막 두 어린 황제가 몽고의 침입을 피해 홍콩까지 피신했을 때 머물던 곳이다. 

 

얼마 후 마지막 황제는 광동성 신후이 앞바다에서의 마지막 전투 중 전세가 기울자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고 남송은 멸망한다.



올림픽 경기 없었던 올림픽역, 다이아몬드 없는 다이아몬드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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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룡과 란타우를 연결하는 퉁청 라인에는 올림픽역이 있다. 

 

원래 이곳은 1996년 7월 초 임시 준공되었을 때 타이콕초이역으로 명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1996는 8월 2일, 홍콩은 스포츠계의 큰 경사 덕분에 축제 분위기로 뒤덮힌다. 

 

미국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윈드 서핑 선수인 리라이샨이 홍콩에 최초의 금메달을 선사한 것이다. 

 

홍콩올림픽연맹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림픽역을 만들어 기념코자 하였다.


구룡의 중앙과 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쿤통 라인에는 이름에서부터 번쩍이는 다이아몬드힐역이 있다. 

 

이곳의 예전 지역명은 윈렝(元嶺)이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와는 전혀 무관하다. 

 

화강암으로 덮혀 있던 윈렝에는 채석장이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중국어로 ‘鑽石(푸통화 발음: 쭈완쓰)’인데 이중의 의미가 있다. 

 

명사로는 다이아몬드이지만 ‘鑽’을 동사로 쓰면 ‘뚫다, 캐다’라는 의미가 된다. 우리 한자에도 ‘鑽’은 캘 ‘찬’이다. 

 

이 뒤에 있는 ‘石’이 돌이란 뜻이기에 ‘鑽石’은 ‘돌을 캐다’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돌을 캐다’라는 의미가 영어로 오역되어 다이아몬드가 된 것이다. 

 

일설에는 이곳에서 캔 돌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려 관련된 이름이 붙었다는 유래도 있다.  


 


아파트촌과 대학명이 붙은 역 이름은?


홍콩 남단의 사우스 호라이즌역과 샤틴의 시티 원역은 아파트 이름이다. 

 

홍콩의 10대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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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름이 붙은 역에는 홍콩대학역과 대학(유니버시티)역이 있다. 

 

대학역은 중문대 정문과 연결되어 있다. 

 

100여년의 홍콩대 역사는 40년에 불과한 중문대보다 앞서지만 인근 지하철역은 뒤늦게 생겼다. 

 

홍콩대학역이 개통된 2014년, 홍콩대에서 중문대에 의의를 제기한다. ‘대학역’이란 이름을 특정한 대학이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문대는 이를 바꿀 생각이 없다며 일축하였고 지금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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