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립학교들이 오는 9월 2024-2025학년도 신학기를 앞두고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의 전학 신청이 전례 없는 규모로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인접한 홍콩 북부 지역을 비롯해 홍콩의 많은 공립학교에 최근 몇개월 간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의 전학 신청이 쇄도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정원이 넘쳐 교육 당국이 소개한 지원자들도 돌려보내야 했다.
또한 지원자 대부분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학교들이 이들을 위해 여름방학 기간 영어 특별수업반을 편성하거나 되도록 그런 학생을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체 재량으로 학생을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부 지원자는 영어 입학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10점 미만을 받았다. 홍콩은 영어와 광둥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홍콩의 한 중학교 교사 존(가명)은 SCMP에 지원자들의 입학시험 결과가 형편없음에도 학교 당국으로부터 다음 달 신학기에 여러 학년에 걸쳐 수십명의 신규 학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상황이 미쳤다"며 "과거에는 소수 학생만 전학했는데 올해는 20명 이상이 2학년과 3학년으로 전학해 온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학생을 지역 교육 당국이 보냈고 이는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학교의 교장은 SCMP에 일부 학교들이 교육 당국이 소개한 성적 낮은 학생을 받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을 자신들의 재량으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윈롱구 중고등학교 교장 연합의 찬킹탓 회장은 교육 당국이 자기 학교에도 중국 본토 출신 학생 3명을 입학시키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 본토 지원자들이 직접 우리 학교에 지원했다. 정부가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면서 교육 당국이 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당국이 해당 신규 학생의 수강 과목까지 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찬 회장은 그러나 당국이 소개한 학생 3명 중 2명의 성적이 부족해 1명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2025학년도 입학 지원자의 일부는 홍콩의 '고급인재 통행증 계획'으로 비자를 얻은 중국 본토인의 자녀들이라고 홍콩 교육국 관리가 밝혔다고 전했다.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은 홍콩 정부가 "2년간 노동인구 14만 명이 줄었다"고 밝힌 후 2022년 12월 28일 개시한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다.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지만 지원자의 95%가 중국 본토인들이다.
세계 100대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 홍콩달러(약 4억2천만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주는 내용이다.
홍콩 이민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당 비자 취득자의 18세 미만 '디펜던트'는 4만7천732명이다. 이들은 홍콩 공립학교에 무료 입학할 수 있다.
홍콩교육노동자연맹의 웡킨호 회장은 2024-2025학년도 전학 신청자가 전례 없이 많다며 "우리 학교의 전학 신청자는 작년 70명에서 올해 140명으로 두 배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그중 최대 8명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자의 약 70%가 고급인재 통행증 계획 비자 취득자의 자녀라고 말했다.
HKTA 위엔위엔 제1중고등학교 칸와이훙 교장은 일부 중국 학생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거나 시골 출신인 탓에 홍콩과 중국 본토 어린이 간 영어 능력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조금을 지급받는 중고등학교 위원회 리이잉 회장은 중국 본토 학생들의 전학 신청은 고급인재 통행증 계획이 개정되지 않는 한 계속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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