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제사와 성묘, 그리고 청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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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의 제사와 성묘, 그리고 청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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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나 앞당겨 성묘를 간다고?

 

3월 셋째 주의 어느 한국어 수업 시간. 돌아오는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물었다. 

 

홍콩인인 한 수강생이 성묘를 간다고 했다. 

 

올해 청명절(淸明節 Ching Ming Festival)은 4월 4일로 아직 3주나 남았는데? 

 

청명절 당일은 성묘객들이 워낙 많아 홍콩 사람들이 앞당겨 다녀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3주는 너무 이른 감이 있어 보였다.


알고 보니 성묘객들로 붐비는 곳은 청명절 1주일부터 교통 통제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뿐더러 택시도 진입이 불가능하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가져온 제사 물품들을 가지고 산을 올라야 한다.  

 

사람들이 날짜를 앞당겨 일찌감치 다녀오는 이유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서둘러 성묘길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성묘와 제사를 지내는 날로 알려진 청명절은 24절기 중 홍콩에서 유일하게 공휴일로 지정된 명절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 등 중화권에서도 법정 공휴일에 포함되어 있다. 

 

공산 국가 수립 후 명절 및 종교와 관련된 전통이 많이 퇴색된 중국 본토의 경우도 청명절은 연휴로 지정하여 중시하고 있다. 

 

올해는 4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 연휴이며, 일요일인 다음날 7일은 근무를 한다. 

 

홍콩은 하루를 쉬는데, 1961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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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 한식, 그리고 식목일


한국에는 비슷한 시기에 ‘한식(寒食)’이라는 명절이 있다. 

 

찬 음식을 먹는 날로 알려진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일컬어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 과사전에서는 한식의 유래에 대해 “고대의 종교적 의미로 매년 봄에 나라에서 새 불(新火)을 만들어 쓸 때 그에 앞서 어느 기간 동안 묵은 불(舊火)을 일절 금단하던 예속(禮俗)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중국의 옛 풍속으로 이날은 풍우가 심하여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습관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라고 언급한다.


그런데 청명절과 한식을 같은 명절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청명절은 24절기 중 하나이며,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서 같다고 볼 수 없다. 

 

한식은 보통 청명절과 같거나 다음 날로 정해져 있다. 

 

한국에서는 한식이 4대 명절에 들어가지만, 중화권에서는 설, 단오, 추석과 함께 청명절이 4대 명절에 포함된다. 

 

예전에 중국도 한식이 있었으나 지금은 명절로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 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 식목일인 4월 5일에는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한식은 매년 양력 4월 5, 6일쯤으로 나무 심기에 좋은 시기이다.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여 나무를 심었던 이유도 여기서 유래한다. 

 

그러나 이 날은 2006년 이후 달력에서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주 5일제 시행으로 법정 공휴일을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식목일의 위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홍콩에서 비슷한 시기에 맞는 청명절은 보통 비가 자주 오는 날로 인식되어 있다. 

 

아울러 홍콩의 여름이 시작되는 4월 초에 자리 잡고 있다. 

 

우산을 쓰고 땀을 닦아가며 조상을 만나기 위해 산길을 오르는 후손들의 여정이 순탄치 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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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와 성묘의 유래, 그리고 홍콩 한국의 차이는?


제사와 성묘는 한국과 중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전통 문화이다. 

 

중국의 경우 조상에게 제를 올리는 풍습은 상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3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원래 왕실로부터 시작된 의식이었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에 치러졌다. 

 

민간 풍습으로 전파된 것은 진한 시대부터이다. 그리고 입춘, 춘분, 청명, 중양, 추분, 동지에 제사를 지냈다. 

 

한국과 중화권에서의 공통적 인 문화라 할 수 있는 제사와 성묘이지만 지내는 형식과 날짜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큰 전통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가정에서 제사를 지낸다. 

 

하나 홍콩의 경우 이날 제사를 지내는 일은 드물다. 가정 에 따라 설 며칠 전 제사를 올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홍콩의 가정에 서 제사를 지내는 경우는 근래에 와서 많이 없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 사람들 에게 물어보았다. 어렸을 때는 제사를 지내는 가정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집 안의 큰 어른들이 세상을 떠난 후부터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적지 않았다.


홍콩인들이 성묘를 가는 날은 보통 일 년의 두 번, 청명절과 중양절이다. 

 

청명절 은 매년 4월 4일이나 5일 중 하루이고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이다. 

 

우리나라에 서도 그렇듯, 성묘 길에는 홍콩인들도 음식을 준비하여 돌아가신 조상을 만나기 위해 일가친척들이 발걸음을 함께한다. 

 

특이한 점은 제사 음식이 주로 생전에 조상 들이 좋아했던 것들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햄버거, 탄산음료도 제삿상에 서 볼 수 있다. 

 

그 외에 고기나 생선, 그리고 과일 등이 준비되는 것은 한국과 같다. 

 

제사 음식은 집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대부분 밖에서 사 온 것으로 준비한다. 

 

그리고 제삿상에는 일반적으로 찬 음식들이 올려진다. 그런데 금기시되는 음식도 있다. 과일의 경우 배나 자두이다. 

 

배와 자두는 중국어로 ‘梨’, ‘李’로서 발음이 이별의 ‘離’와 같기 때문이다.


한편 귀신의 달인 음력 7월에 사람들이 거리에서 지전을 태우며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볼 수 있다. 

 

귀신의 달에는 한 달간 지옥의 문이 열려 배고픈 귀신들이 돌아다니는데,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로 제사가 치러진다.  


< 참고 자료 >

香港非物質文化遺産資料庫 https://www.hkichdb.gov.hk/zht/item.html?d5d3378f-8435-46b4-9036-53acf8e8fda8#:~:text=每逢春分及(或,祭祀儀式等傳統習俗。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1793#:~:text=한식은%20어느%20해나%20청명절,이유도%20여기에%20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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