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드디어 홍콩에도 먹거리 야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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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드디어 홍콩에도 먹거리 야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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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에 들어선 먹거리 노점상들

몇 개월 전 칼럼에서 대만의 먹거리 야시장을 부러워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아쉬워했다. 미식의 천국이라는 홍콩에 먹거리 야시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하고 말이다. 

 

야시장 도로 위를 가득 메우며 늘어선 분식 노점상들은 홍콩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후, 야시장에 먹거리 노점상을 연다는 뉴스가 보도된 것이다. 

 

그것도 대만의 유명한 스린(士林) 야시장을 모방한 형태가 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내 글을 봤을 리는 없을 텐데?


최근 홍콩 정부는 ‘나이트 바이브(Night Vibes)’라는 구호 하에 침체된 여행 및 소비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시키고 있다. 

 

나는 작년 9월 완차이에서 열린 하버프론트 카니발에 다녀온 적이 있다. 역시 나이트 바이브의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였다. 

 

뉴스를 접한 후 먹거리 야시장이 문을 열면 이번에도 당장 달려가려 마음먹고 있었다. (홍콩 정부는 나에게 감사의 쿠폰 한 장 정도는 줘야 한다!) 위치는 구룡의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이다.



약 100미터 거리에 들어선 32개 노점상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은 참 오랜만이었다. 홍콩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가 본 이후 일부러 찾아간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길치인 나는 오늘도 잠시 주변에서 헤맸다. 위치는 지하철 야우마테이역과 조던역 사이인데, 조던 역에서 좀 더 가깝다. 

 

A출구로 나간 후 오른쪽으로 돌아 조던 로드를 따라 걸으면 5분 내에 다다른다.


먹거리 노점상들은 야시장 한편에 진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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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노점상들이 좌우로 쭉 늘어섰는데, 길이로 보면 약 100미터 정도였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다. 하나 언론의 홍보 덕분인지 주변은 인산인해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홍콩의 고위직 인사들이 방문하여 먹거리를 즐기는 모습이 뉴스에 비춰지곤 했던 터였다. 외국인 방문객들도 많았다.


나는 평일 저녁을 택해 방문했다. 개장 시간은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다. 

 

일단 걸으며 무엇을 먹을지 눈으로 스캔을 했다. 

 

홍콩, 중국 본토, 대만, 일본, 파키스탄, 튀르키예의 먹거리들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홍콩 현지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낼 추억의 간식들도 선보였다. 

 

나는 먼저 다양한 소시지 종류를 파는 노점상에서 오늘의 첫 번째 시식을 하였다. 

 

여러 모양과 맛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마라맛의 소시지였다. 

 

매콤한 맛이 석쇠에서 달궈진 소시지 특유의 향과 어우러져 내 입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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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선택지는 생소한 음식들이 진열된 노점상이었다. 

 

인도의 분식들을 파는 곳이었다. 그 중 둥글고 바삭해 보이는 다히 퓨리(Dahi Puri)를 먹어 보기로 했다.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에 들어갔다. 인도 뭄바이에서 유래한 스낵이란다. 

 

겉은 바삭한 과자이고 안에는 인도식 리조또와 요거트로 채워져 있었다. 이것 역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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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어떤 한국 가족이 같은 노점상을 방문하여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다. 

 

어린 두 아이가 있는 가족이었는데, 아버지가 제일 신나 보였다. 

 

나는 가족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이들은 여행객이었고 이곳은 우연히 지나가다 알게 되었다고 한다. 

 

분위기가 좋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가지 분식 + 튀르키예 커피로 마무리     

다진 마늘을 올리고 구운 굴 요리가 세 번째 선택을 받았다. 나는 하나만 먹었다. 

 

굴이 꽤 크기도 했지만 한 개에 38불이나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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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노점상들의 음식들이 싸지는 않았다. 

 

여전히 허전한 내 뱃속은 파키스탄 치킨 롤이 들어가며 상황 종료를 알렸다. 

 

치킨 롤은 일종의 케밥으로 한 개를 먹으니 배가 바로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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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뜨기 전, 아까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노점상 하나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행 TV 프로그램을 통해 봤던 튀르키예 커피를 팔고 있었다. 

 

튀르키예 커피의 특징은 커피 가루와 물을 함께 넣고 끓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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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가 훌쩍 넘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셔보니 맛 또한 독특했다. 씁쓸하고 텁텁하며 탄 맛이 났다. 우유를 넣어봤다. 

 

그러자 한모금한모금 들어 갈수록 중독성 있는 묘한 매력을 드러냈다.


홍콩 언론의 보도를 보니 12월 30일 기준, 보름 사이에 이미 20만명이 다녀 갔다고 한다. 

 

정부는 이 결과에 매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하나 개인적으로 규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홍콩 정부도 이를 인식했는지 행사장을 주변으로 좀 더 확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음식의 종류도 보다 다양했으면 한다. 

 

대만 야시장에서는 떡볶이도 팔던데, 한국 먹거리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한류의 시대이고 그 조류에 비껴갈 수 없는 홍콩 아니던가?


5개월간 진행되는 먹거리 야시장 프로그램은 당초 11월에 문을 열 예정이었다. 

 

하나 정부와 업체측간의 사전 조율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개장 일정도 지연되었다. 

 

일단 어려운 첫 발을 내디뎠으니 향후에 보완해 나가며 발전적인 모습을 보일 거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벤트성이 아닌, 홍콩을 상징하는 하나의 먹거리 문화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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