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예술의 경지! 대나무 건축 기술 ‘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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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예술의 경지! 대나무 건축 기술 ‘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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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에 둘러싸인 홍콩의 건물들


“걱정 마! 중국의 대나무는 아주 튼튼하다구!” 성룡이 미국에서 온 파트너 경찰 크리스 터커에게 소리친다. 

두 사람은 악당들에게 쫓기다 건물 밖에 설치된 대나무 구조물에 매달려 있다. “아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나무는 뚝 부러지면 두 사람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영화 <러쉬 아워 2>에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장면이다.


홍콩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종종 독특한 건물의 외관을 목격하게 된다. 

아파트와 건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 구조물이다. 공사나 수리 등을 위해 대나무들이 가로세로로 얽혀 특이한 모습을 자아낸다.  

 

대나무를 이용한 건축 공사를 광동어로 ‘답팡(塔棚)’, 혹은‘팡가(棚架)’라고 한다. 

답팡은 대나무 공사를 뜻하는 동사이며 팡가는 명사로서 대나무 설치물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 광동 지역의 특색있는 건축법이며 지금은 주로 홍콩과 마카오, 중국의 하이난에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 공사는 튼튼한 철골을 설치하여 시공된다. 

 

그런데 왜 유독 홍콩에서는 어딜가나 팡가가 눈에 띄는 것일까? 

 

평가의 네가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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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대나무는 철골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1998년 당시의 자료를 살펴보면 6미터 건축용 대나무의 비용은 10홍콩달러, 철골은 80달러이다. 

대나무는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식물이다. 24시간내에 90cm가 자란다. 

 

건축 시장에서의 이윤은 많지 않기에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다. 

대나무는 철골에 비해 건축 비용이 낮을뿐만 아니라 운송비와 재활용에서도 이점이 있다. 

아무래도 가볍기 때문에 운송비도 절약할 수 있고 재활용도 가능하기에 친환경적이다.


둘째, 편리하고 빠르다. 우리 주변에 어느날 갑자기 들어선 팡가를 목격하곤 한다. 

대나무는 탄력이 있고 철근에 비해 다루기 쉽다. 고무줄을 사용하여 서로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길이가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톱으로 잘라낸다. 이런 효율성은 철근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셋째, 대나무의 강도이다. 아무리 저렴하고 편리해도 튼튼하지 않으면 건축 현장에서 쓰일 수 없다. 

물론 나무가 철보다 강할 수는 없다. 하나 팡가의 강인함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대나무는 약 2천 종이 있는데, 홍콩 건축 시장에 쓰이는 것은 주로 베트남과 광시성에서 들여온다 (광시성은 광동성 서쪽에 인근해 있다). 

성룡이 튼튼하다고 한 대나무는 베트남 수입품일 수도 있다. 

 

참고로 중국에서 대나무가 울창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쓰촨에서 자라는 품종들은 달고 약하여 주로 판다의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


넷째, 팡가는 철근에 비해 덜 미끄럽고 오르기 쉽다. 대나무는 거칠고 발을 디딜 수 있는 면적이 넓다. 

비가 오면 철근은 미끄럽다는 단점이 있다. 팡가위에서 진행되는 공사는 인부들에게 좀 더 안전감을 제공한다.


하나 공사 현장이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 2021년 팡가로 인한 치명적 사고가 최소 6건 이상 발생했다. 

대표적 사건은 같은 해 10월에 홍콩섬 해피 밸리에서 일어났다. 

 

외벽에 설치한 100~150 미터 팡가가 태풍의 영향으로 떨어져 지나가던 차를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올해 2월에는 몽콕에서 팡가 철거 작업 중 철통이 지나가던 행인의 머리위로 떨어져 1명이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문화와 예술의 경지가 된 팡가


팡가 건축은 20~30년전 크게 활기를 띄었다. 당시는 홍콩 곳곳에서 건축붐이 일던 때였다. 

원래 대나무는 중화권에서 전통 공예의 재료로 자주 사용되었다. 

중국의 공예와 현대 건축이 만나 하나의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대륙에서는 사라져가는 이 독특하고 전통적인 시공술이 홍콩에서 계승되고 있는 이유는 건축 환경 및 기후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 본토의 건물들은 면적이 넓고 대형 공사가 많다. 

 

그리고 일교차가 큰 지역도 적지 않다.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심하면 대나무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는 곧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팡가를 이용한 건축은 일종의 자연 도태를 겪게된 것이다.


이에 반해 홍콩의 건축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빠른 시행으로 진행된다. 

팡가 건축에는 보수를 위한 시공 방식과 간판이나 에어컨 설치등을 위해 시행되는 공사들도 많다. 

 

이때 팡가가 적격이다. 또한 대나무의 생장과 보존은 홍콩 등 광동 지역의 기후와 궁합이 잘 맞는다.  

 

외국인들의 눈에 팡가 건축은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영국에서는 일찌기 홍콩의 팡가 기술자를 자국에 초빙하여 건축 시현을 시킨적도 있었다. 

미국의 사진사인 피터 쉬타인하우어는 팡가를 렌즈에 담아 앨범으로 세상에 내놨다. 

 

앨범을 통해 건축물 탄생 후 노화와 훼손의 시간을 거쳐 새롭게 변모되는 모습을 허물이 벗겨지며 아름다운 몸짓으로 날개짓하는 나비에 비유하였다. 

2020년에는 서구룡 예술공원에서 홍콩의 팡가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대나무 건축술은 홍콩 문화의 하나로, 더 나아가 예술의 경지로 올라섰다. 

이 전통 방식이 거듭되는 기술 혁신의 건설 현장에서 앞으로 언제까지, 그리고 어떻게 계승되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 참고 자료 >

https://www.ourchinastory.com/zh/1345

https://homieliv.com/inspiration/屬於香港的搭棚藝術-本地師傅最引以為傲的建築技術

http://www.jdonline.com.hk/index.php?m=content&c=index&a=show&catid=19&id=68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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