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고 있듯이 홍콩은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다. 홍콩의 발전은 바다의 역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바다가 없었다면 개항지로 선택받아 근세기에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홍콩의 여러 박물관 중 바다의 역사를 들려주는 곳이 있다.
센트럴에 위치한 해사 박물관, 샤우케이완에 있는 해안 경비 박물관이 그것이다.
홍콩의 성장을 함께 한 바다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오늘 소개하는 박물관들을 들러 보자.
1. 홍콩 해사 박물관 (Hong Kong Maritime Museum)
홍콩에 오면 적어도 한 번쯤은 스타페리를 타고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오가게 된다.
하나 센트럴 선착장에서 불과 몇 걸음만 옮기면 둘러 볼 수 있는 해사 박물관에 가 본 사람은 몇 안 되는 것 같다. 고백컨데 나도 그중 하나였다.
침사추이로 향하는 스타페리 선착장 바로 옆인 8번 부두에 위치해 있다.
2005년, 원래 스탠리에 세워졌던 해사 박물관은 8년 후 센트럴로 자리를 옮기며 지리적 접근성이 더욱 편리해졌다.
이곳을 찾는 입장객은 매년 십만 명 정도에 달한다고 하니 홍콩의 주요 박물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입장료를 받을 만큼 꽤 볼 만한 자료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이 박물관은 홍콩 바다의 역사뿐만 아니라 광동성의 주강 삼각주, 더 나아가 중국 해상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4천 6백 평방미터에 3층 높이로 설계되었고 13곳의 전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는 배의 모형 감상을 즐기는 편이다.
아기자기한 모형 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갑판 위의 선원들, 그리고 선박들이 드넓은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며 항해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선사 시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배의 역사가 모형을 통해 전시되어 있다.
나의 발걸음을 길게 잡아 둔 곳은 정허의 대항해 관련 전시물이었다.
명나라 정허의 선단은28년간 총 7차례에 걸쳐 세계 원정을 떠났는데, 이들의 교역 원정은 인도를 넘어 아프리카까지 다다랐다.
당시 중국은 유럽보다 몇 세기 앞선 항해 및 조선 기술을 갖고 있었다.
하나 정허의 원정을 마지막으로 해로를 닫아 버려 대항해 시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홍콩의 전설적 해적 장보자이와 정이서우에 관한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유명한 인물은 장보자이지만 개인적으로 더욱 흥미로운 인물은 정이서우다.
그녀는 여성의 신분으로 해적 두목이 되었는데, 뛰어난 리더쉽으로 거친 사내들을 지휘했다.
정이서우는 남편 정이가 죽은 후 부하였던 장보자이와 부부가 된다.
손예진이 두목으로 나오는 영화 <해적>의 모티브가 혹시 정이서우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보았다.
3층으로 올라가니 운치 있고 전망 좋은 카페테리아가 나온다.
잠시 둘러 보고 있는 나에게 종업원은 선셋 디너도 마련되어 있다며 친절하게 홍보를 한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이곳에서 커피나 식사를 하는 일정도 괜찮을 것 같다.
입장료는 성인은 $30, 18세 이하 학생은 $15이며 연중 무휴로 개방된다.
페리를 타고 센트럴에서 침사추이로 갈 예정이 있다면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박물관을 둘러 보자.
지하철 센트럴 역이나 홍콩 역에서 내려 스타페리 방향으로 걸으면 해사 박물관이 나온다.
2. 홍콩 해상 경비 박물관 (Hong Kong Museum of Coastal Defence)
홍콩 해상 경비 박물관이 들어선 터는 이전에 바다를 지키는 요새였다.
외부의 선적이 들어오는 홍콩섬과 동부와 구룡 반도 사이의 초입에 자리잡고 있다.
홍콩 앞바다를 감시하고 적들을 막아서는 군사적 요충지라 할 수 있다.
이 요새는 근대에 와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대비한 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역사적 임무를 마감하고 박물관을 세워 과거 다사했던 홍콩 해상 역사를 들려 준다.
박물관은 11개의 전시실로 나누어져 있다. 해상 경비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군사적 자료 및 무기 등의 전시물들이 관객을 맞는다.
1호실은 중국 역대 왕조에 따른 홍콩 해상 방어의 역사를 소개한다.
당나라 이래 주요 요새였던 튄문의 역사 및 몽고군의 침략을 피해 홍콩으로 피신한 송나라 황제의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홍콩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19세기 불평등 조약 및 홍콩의 할양이 소개되는 2호 전시실부터가 근대사에 해당된다.
19세기 및 20세기 초까지 영국의 해상 군대 포진을 담은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빅토리아 하버에 장기 주둔한 영국의 의료선과 기지선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5호실에서는 1894년 창설되어 1995년 해체에 이르기까지 활약한 의용군 관련 자료를 전시해 놓았다.
홍콩 유격대 등 항일 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7~10호실에 준비되어 있다.
해상 경비 박물관의 특징은 이곳이 요새의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라 외부에 남아 있는 사적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옛 성곽터에 서서 지금은 잠잠한 바다를 굽어 보며 포성이 오간 전시의 해상을 상상해 보자.
해상 경비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목요일은 휴무다. 지하철 샤우케이완(Shau Kei Wan) B2 출구로 나와 도보로 15분이면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