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만다린 쓰면 무시당한다? 대체 언제 적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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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만다린 쓰면 무시당한다? 대체 언제 적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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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로 전해져 내려온 오해

 

홍콩 생활 19년차인 나는 비교적 최근 들어 광동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는 의사소통을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어 수업 때 홍콩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고 하면 ‘광동어 잘 하시겠네요?’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이때 잘 못한다고 하면 왠지 미안하다. 자기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진심인데 20년 가까이 지내며 현지어를 배우지 않은 교사를 만나면 실망감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면 나는 왜 홍콩 생활 초창기가 아닌, 지금에서야 광동어 학습에 입문한 것일까? 

얼마 전 우리 학원 유튜브 채널의 생활 광동어 방송에 누가 댓글을 남겨 놓았다.

 

‘홍콩에서 그렇게 오래 사셨는데 왜 광동어를 못 하세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간단히 답을 달았다. ‘홍콩에서 만다린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어요’라고.


우리 학원에 만다린이나 광동어를 배우기 위해 상담을 온 교민들로부터 적지 않게 받는 질문이 ‘두 언어 중 뭘 배워야 하나요?’이다. 

그리고 ‘만다린을 쓰면 무시 당하거나 홍콩 사람들이 싫어 한다던데요’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답한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언제 적 얘기인데.. 이런 말은 대개 중국어를 못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간다. 

 

누구한테 들었는데 소위 ‘~카더라’라는 식이다. 홍콩에서 만다린을 쓰며 무시당하거나 차별을 당했다면 필자도 진작에 광동어를 배웠을 것이다.


사실 만다린을 쓰면 홍콩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기가 있었다. 

영화 ‘첨밀밀’ 중 여명은 대륙 출신으로 홍콩 사회에서 촌놈 취급을 당하다. 

 

이 영화의 배경은 80~90년대이다. 만다린 사용자가 극히 소수였을 때의 이야기이다.


홍콩의 언어 정책: ‘2문3어’과 ‘보교중’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홍콩 통계처 자료에 따르면 홍콩에서의 만다린 구사 가능자는 20년 전보다 34.2%나 증가한 54.2%에 달한다. 

 

나머지도 상당수는 만다린으로 대략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지금 홍콩 곳곳에서 들리는 만다린은 영어 못지 않다. 

이 표준 중국어 물결의 위력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이 금융의 중심 센트럴이다.


현재 홍콩의 언어 교육 정책은 ‘양문삼어(兩文三語)’ 및 ‘보교중(普敎中)’ 을 기반으로 한다. 

‘양문삼어’는 두 종류의 글과 세 종류의 말이다.  두 가지 글은 중국어와 영어, 세 가지 말은 광동어, 만다린, 영어를 의미한다. 

 

‘보교중’은 보통화로 중국어를 가르친다는 뜻이다. 보통화는 중국인들이 표준 중국어, 즉 만다린을 지칭하는 말이다.


통계에 따르면 홍콩에서 보통화로 중국어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각각 67% 및 28.1%로 나타났다. 

시대적 흐름상 보교중 시행 학교는 계속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만다린 구사력은 유창하다. 우리 학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의 만다린 수준은 대륙인들과 차이가 없을 정도다.


잘 못 알아듣는 것과 무시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자


만다린을 쓰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잘 못 알아들어 발생한 오해인 경우가 많다. 

 

즉, 만다린이든 다른 외국어든 내가 한 말을 상대방이 처음에 듣고 이해 못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진다.  


얼마 전 장월이라는 학생과 식사를 했다. 중국 길림성 출신으로 홍콩대를 졸업한 수재인데 나의 한국어 수업 학생이었다. 

 

마침 이 칼럼을 쓰려던 참이라 홍콩에서 만다린을 썼을 때 차별 당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우리 교민들의 만다린 사용에 대한 오해도 언급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그런 경험 없는데요. 외국인들은 중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니까 들으면 중국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왜 무시해요? 그리고 요즘 상점이나 식당에는 대륙에서 온 직원들도 많아요. 오히려 만다린 쓰면 더 반가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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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홍콩 사람한테 이와 같은 볼멘 소리도 들었다. “요즘 상점은 돈 많은 중국 관광객을 더 좋아해요. 우리 홍콩 사람들은 차별을 받아요.” 소위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홍콩은 다문화 사회로 포용적 문화를 보여준다. 동남아 가사 도우미를 포함하여 서남아인, 아시아인, 유럽인 등이 서로 갈등없이 조화롭게 살고 있다. 

홍콩 사람들이 누구를 차별하거나 무시해 발생한 사건 사고는 소수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홍콩의 인터넷 언론에 올라온 글 하나를 소개한다. 

기사 제목은 ‘도전! 홍콩에서 7일간 보통화로 생활하기’이다. (원문은 아래에 링크를 달아 놓았다).


한 대륙 여성이 홍콩에서 7일간 보통화로 생활한 후기를 인터넷에 올렸다. 그녀가 느낀 점은 예상과 달랐는데, 홍콩인들이 ‘정말 귀엽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이번의 체험이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100명중 99명이 나이스하면 얘기하지 않지만 한 명이 또라이면 다음부터 절대 안 온다고 말하지. (중략) 1주일간 보통화만 썼는데 만나는 홍콩인들마다 비교적 우호적이었고 차별같은 건 없었어. 그리고 그들이 보통화로 열심히 설명하려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어. 하하하~ ” 이 글에 중국 네티즌들은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이 우호적이고 선량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어떤 사람들은 보통화로 말하는 태도가 불량하다고 하는데 실은 보통화가 딸려서 그런 거야 하하하~”



참고 자료:

https://www.hk01.com/研數所/755190/本港慣用廣東話人口跌至回歸以來最低-幾多人能說普通話-英語

https://www.hk01.com/熱爆話題/870572/內地女挑戰-在香港講7天普通話-港人反應超意外-真的很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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