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 분실된 물건, 이렇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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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 분실된 물건, 이렇게 찾았다

나는 평소에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다. 한마디로 덜렁이다. 그러다 보니 소중한 물건을 분실하여 종종 속상해하기도 하고 운이 좋아 찾게 되면 그로 인해 기뻐하기도 한다.

 

홍콩 생활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늘은 덜렁이 주인의 부주의로 잠시 내 곁을 떠났다가 인연이 다하지 않아 되돌아 온 분실물들의 사연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혹시 교민들중에 비슷한 사례를 겪게 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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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에서 안 찾아 간 현금, 내 돈을 돌려다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출근 길에 집 근처 HSBC 은행의 ATM기에서 홍콩 달러 5,600 불을 인출했다. 정신이 나가 있었는지 카드와 영수증만 뽑고 정작 출금된 돈은 챙기지 못했다.


약 2분 후, 아차하고 냅다 ATM기로 달려갔다. 같은 자리에는 한 노인이 현금을 뽑고 있었다. “여기 제 돈 못 봤어요?!” 그 할아버지 연기를 하는 건지 정말 못 본 건지 눈만 깜빡이며 모른다고 했다. 

 

바로 옆 은행에 가서 분실 신고를 하고 싶었지만 은행은 아직 영업 전이었고 나는 수업을 위해 학원으로 향해야 했다.


초조함과 함께 수업을 마친 후 다시 은행에 갔다. 내가 상황 설명을 하니 여직원은 유창한 푸통화로 친절히 안내해 줬다.

 

 “여기 서류에 사인해 주세요. 돈은 20초 후에 다시 인출기로 들어가요. 통장으로는 약 2,3일 후에 입금될 거예요.” “누가 가져갔으면요?” “그럼 도난 신고하면 돼요. 걱정마세요.”


직원은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 주더니 심지어 나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이후 직원이 말한 2일, 그리고 3일째가 되었다. 

 

목요일에 분실했는데 5일째인 화요일까지도 입금이 되지 않았다.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능청스런 연기력에 감탄하면서 도난 신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수요일 오전, 은행을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통해 계좌를 확인했다. 순간 내 동공이 두 배로 확장되었다. 5천 6백불이 고스란히 입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만세!” 나는 두 손을 번쩍들고 만세를 외쳤다.


중국어 수업 때 이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떠들었더니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한 반에 한 명은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기서 하나 참고하자. ATM기에서 다른 사람이 놓고 간 현금을 가져 가면 절도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황금 보기를 돌보기처럼 해야 된다.


홍콩 택시에 휴대폰을 두고 내린 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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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나의 막역한 친구 하나가 홍콩에 놀러왔다. 멀리서 반가운 친구가 왔으니 어찌 술 한잔 안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날 완전 무장해제되어 저녁 식사 후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에 올랐다. 

 

호텔에 내려 로비로 들어 가려는 순간, 나는 친구의 비명에 술이 확 깨고 말았다. “앗, 내 핸드폰!” 헤벌레하고 차에서 내리다 친구가 휴대전화를 챙기지 못한 것이다.


나는 바로 친구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 보통 휴대 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리면 찾기 어렵다. 기사들이 되팔아 돈을 챙기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를 계속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해야 했다.


“CCTV!” 친구는 호텔의 CCTV를 확인해 보자고 했다. 우리가 데스크에 가서 얘기하니 매니저는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잠시 후, CCTV로 택시 번호표가 확인이 되었다며 우리에게 같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자고 했다.


친구는 우리 학원에서 가까운 노스 포인트 하버 플라자 호텔에 묵었다. 마침 그 호텔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경찰서다. 

 

친구 덕분에 홍콩 경찰서에 처음 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당직을 서던 경찰이 신고 접수를 하더니 호텔 방에 가서 기다려 보라고 한다.

 

그로부터 약 10분 되었을까. 경찰서에서 휴대폰을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기사가 곧 도착할 거라고 알려 주었다. 와~ 대단한 홍콩 폴리스. 

 

우리가 그렇게 연락을 시도해도 안 되더니 경찰 아저씨가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잠시 후 친구는 택시 기사에게 사례금을 주고 휴대전화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친구 녀석은 홍콩에 와서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남기고 떠났다. 

 

여러분도 혹시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CCTV를 확인해 보자.


두 개 중 어느 가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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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시절, 분실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 하나를 공개한다. 한국에서 온 임원 한 명을 모시고 홍콩 주요 거래선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미스터 펑이라 불리었던 회장은 연세가 지긋한 분으로 우리는 해피밸리의 자키클럽에서 식사를 했다. 홍콩에서 자키클럽 회원은 부와 명예의 상징인데, 거래처 덕분에 좋은 곳에 가 보게 되었다.


그날 저녁, 나는 주재원으로서 현장을 너무 열심히 챙기느라 정작 내 것은 챙기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임원을 호텔로 모시고 가던 택시 안에서 식당에 내 가방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호텔을 찍자마자 나는 바로 자키클럽으로 향했다. 방금 전 식사했던 곳에 들어선 나는 지배인에게 가방을 봤냐고 물어 봤다.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되묻는 것이 아닌가.


“어떤 가방이죠? 가방이 두 개인데요.” “네? 두 개요?” 내가 의아해하자 그녀는 곧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펑 회장님도 가방을 놓고 가셨다고 방금 연락이 왔거든요.”


다음날 아침, 우리 회사 임원이 가방을 찾았냐고 물어봤다. 나는 어제 가방이 두 개였던 사연을 이야기했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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