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그대에게 절경을~! 14번 2층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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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그대에게 절경을~! 14번 2층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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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의 풍광이 주변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스탠리의 매력이다.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홍콩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스탠리인 것 같다. 

 

스탠리는 지인들이 홍콩을 방문하면 내가 꼭 안내하려는 명소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의 풍경 때문이다. 

 

내가 스탠리행 관광 버스라고 부르는 14번 노선은 탑승객에게 절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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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을 선사하는 스탠리행 14번 버스

 

14번 버스는 타이쿠싱과 사이완호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이라면 한 번쯤 타 봤을 것 같다. 

 

출발지는 사이완호의 아파트 가형만(嘉亨灣) 건물 아래 버스터미널이다. 이 아파트는 교민들이 많이 사는 주거지이기도 하다.  

 

지하철 사이완호역에서 내려 A번 출구로 나온다. 그러면 오른쪽으로 가형만이라고 쓰여 있는 아파트 간판이 눈에 띈다. 

 

도보로 3~4분이면 도착된다. 사실 A번 출구 바로 앞에도 14번이 정차한다. 하지만 출발지인 가형만에서 승차하여 오른쪽 맨 앞자리 선점을 추천한다. 

 

이 자리가 풍경 감상에 최고다. 

 

 버스는 평일과 주말에 시간대별로 배차 간격이 다르다. 토요일은 20분 간격,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12분 간격으로 다닌다. 

 

2주간 홍콩을 덮었던 비구름이 물러나고 파란 하늘이 펼쳐진 8월 중순의 일요일 오후, 나는 아름다운 사진을 담기 위해 14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탑승 후 첫 구간은 사이완호에서 샤우케이완까지 시내 도로로 달린다. 

 

그리고 약 10분 후, 마치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가 궤도 위로 향하듯 14번 버스는 산길을 타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관광 노선이 시작된다.


제 1경: 우거진 숲을 지나며 펼쳐지는 숲의 풍광

 

버스는 나무가 우거진 산속 숲으로 승객들을 안내한다. 이 14번 버스는 여기서부터 스탠리에 다다르기까지 거의 내내 좁디 좁은 2차선 도로위를 달린다. 

 

맨 앞에 앉아 보고 있자면 스릴감마저 느껴진다. 도로는 꼬불꼬불 곡선으로 연결되는데, 마주 오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비껴간다. 

 

아마 홍콩 버스계의 탑건이 있다면 14번 버스 기사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운전사는 곡예를 하듯, 하지만 능숙하게 버스를 몬다. 

 

나는 스탠리까지의 절경을 3경으로 구분짓는다. 제 1경은 산길로 들어선 구간부터 점점 깊숙히 산 숲으로 들어가는 노선이다. 

 

버스의 앞머리는 중간중간 삐쳐 나온 나뭇가지에 부딪혀 우다닥 소리를 내며 달린다. 왼쪽으로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그리고 왼쪽 계곡 맞은 편으로 울창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녹색 숲의 바다는 피로한 나의 눈에 잠시 휴식을 부여한다.    


제 2경: 타이탐 댐

 

제 2경이 스탠리행 노선의 하이라이트다. 좁은 댐 위로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구간이다. 댐의 길이는 240미터, 높이는 18미터에 달한다. 

 

댐의 오른쪽으로는 깨끗하고 평온한 타이탐 저수지가 들어서 있다. 이 저수지는 홍콩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한다. 

 

댐의 왼쪽으로는 아찔한 절벽이다. 이 댐은 1912년 착공을 시작하여 1918년 완공되었으니 지어진 지 100년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댐 위의 2차선 도로는 매우 좁아 버스같이 덩치 큰 차량이 들어서면 맞은편 차량은 지나갈 수 없다. 

 

그래서 댐의 양쪽으로 신호등이 있어 한쪽에서 차량들이 지나간 후 맞은편 차량이 기다렸다 들어선다. 

 

댐 위로 지나가는 시간은 비록 짧지만 스릴있고 강렬한 풍광을 연출한다. 내가 모시고 가는 방문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오는 구간이기도 하다. 


제 3경: 눈앞으로 시원스레 등장하는 스탠리 바다

 

댐을 지나면 곧 제 3경이 등장한다. 바로 HKIS(홍콩국제학교)를 지나 아름답고 아담한 해변을 자랑하는 터틀 코브(Turtle Cove) 해수욕장이 절벽 아래에 펼쳐진다. 

 

그리고 눈앞으로는 넓은 바다가 시원스레 나타난다. 옆으로는 한번쯤 살아보고픈 해안 주택이 바다를 바라보며 일렬로 늘어서 있다. 

 

버스는 해안 절벽을 따라 계속 제 갈 길을 간다. 

 

제 1경이 숲, 제 2경이 댐이라면 제 3경은 바다다. 구간마다 다른 특색의 장면들이 대기하고 있으니1경부터 3경까지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  


노선을 다르게 즐기는 방법

 

14번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 하이킹하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이 버스는 댐을 지나 바로 타이탐 저수지역에서 정차한다. 

 

여기서 내려 저수지를 끼고 하이킹을 시작한다. 이 코스의 경치 또한 빼어나다. 중간중간 연못 위로 나 있는 다리도 건너고 좀 더 올라가면 또 다른 멋진 댐이 등장한다. 

   

이후 산을 넘어가면 센트럴, 해피 밸리, 쿼리베이로 길이 각각 연결된다. 예전에 나는 타이탐 저수지에서 우리 동네 타이쿠싱까지 걸어서 간 적이 있다. 

 

시간은 대략 3~4시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14번 노선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짧은 거리다. 사이완호에서 출발하여 스탠리까지 20분이면 도착된다. 

 

돌아갈 때는 스탠리 플라자 앞에서 타는 것이 좋다. 쇼핑몰 뒤로 그늘이 져 있어 차를 기다릴 때 덜 덥다. 

 

나는 스탠리에 도착하여 바다가 보이는 한 식당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제 마무리하고 나를 우리 동네까지 데려다 줄 14번 버스를 한 번 더 타러 슬슬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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