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예술과 휴식의 공존, 오일 스트릿 아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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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예술과 휴식의 공존, 오일 스트릿 아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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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그날 저녁은 한동안 뜸했던 포트리스 힐의 돈가스 집에서 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낯선 장소가 눈에 띈다. ‘어, 이거 뭐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오일 스트리트 아트 스페이스(Oil Street Art Space)다.

 

사실 이곳은 오래전부터 홍콩섬 포트리스 힐의 도심속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가 보니 전면적인 확장을 통해 새로운 장소로 거듭나 있었다. 작은 흥분과 함께 천천히 그곳을 둘러 보았다.


요트 클럽 하우스에서 예술 공간으로


그날의 체험을 언급하기에 앞서 이 아트 스페이스의 역사를 소개해 본다. 높이 솟아있는 빌딩들 사이에 주황색 벽돌로 아담하게  들어선 이곳은 홍콩의 왕실 요트 클럽의 클럽하우스였다. 1908년에 지어졌으니 역사가 꽤나 긴 편이다.

 

1930년, 노스 포인트 일대에 간척 사업이 이루어지며 1938년이 되자 요트 클럽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후 이 클럽 하우스는 홍콩 정부의 관리하에 기숙사와 창고로 쓰였다. 

 

2010년에는 정부측이 시각 예술의 전시 및 활동을 위한 장소로 변경시켰고 그로부터3년 후, 이곳은 오일 스트리트 아트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새로 탄생하였다.   


그런데 내가 지난 금요일 방문했을 때는 이 아트 스페이스가 새로운 면모로 거듭나 있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확장 공사로 3,000평방 미터의 규모에 새로운 공간과 건축물들이 들어선 것이다. 

 

공사가 마무리되어 다시  문을 연 것은 올해 5월 24일이다. 현재 10곳에 아기자기한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근처를 지나가던 내 발걸음이 이끌려 처음 내디딘 곳은 한 대형 스크린 앞이었다. 흔들리는 나무숲들을 보여주는 커다란 화면의 맞은편에 7~8대의 안락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마치 숲에 와 있는 듯 몇명이 앉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이었다. 기존 아트 스페이스의 확장된 공간으로서 ‘오일 스트리트 발코니’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었다.

 

10곳의 전시장에 한국, 미국의 유명 업체 참여


나도 빈 의자에 앉아 몸과 마음에 잠시 휴식을 부여하였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스크린에 투영된 자연의 모습은 한국의 유명 디지털 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의 작품이었다. 

 

2004년 설립된 이 업체는 2021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공공 미술 작품을 선보인 이후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잠시 후 일어나 주위를 둘러 보니 처음 와 보는 장소에 있는 듯이 온통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자갈이 넓게 깔린 마당 옆에는 꼬깔 모양의 키 높은 나무들이 예쁘게 조형되어 우뚝 서 있었다. 

 

이것도 현재 전시중인 10곳의 예술품 중 하나였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업체인 딜러 스코피디오와 렌프로에서 나무들로 꾸민 작품이다. 

 

이중 세 그루는 10도가 기울어져 전동판 위에 심어졌는데, 회전을 하면서 음영과 광선이 교차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비자연속의 자연을 느끼게 하도록 설계되었다. 


자갈 마당을 중심으로 북쪽은 작은 나무 숲이, 오른쪽에는 오일 스트리트 발코니가 위치해 있고 왼쪽에는 직사각형으로 아름답게 설계된 실내 조형물이 들어서 있었다. 

 

처음에는 카페인 줄 알고 지나칠 뻔했다. 그런데 안에는 혼자 온 사람들이 띄엄띄엄 일렬로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 서니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었다. 

 

의자와 소파 위에는 방문자들이 쉬다 갈 수 있도록 푹신한 방석도 놓여져 있다. 와~, 잠시 앉아 호사를 누려본다.

 

도시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예술 +휴식 공간


이제 오일 스트리트 아트 스페이스의 본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당에는 목재를 연결해 만든 독특하고 길다란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음료수나 커피를 놓을 수 있는 컵받이도 달려 있었다.


그 옆으로 역시 전에 없던 2층짜리 건축물이 눈에 들어 온다. 유리로 둘러쌓인 작은 도서관이다. 내부 중앙에는 예술 작품들이 소박하게 놓여져 있고 한편에는 방문자들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는 푹신한 소파도 보였다. 

 

또한 벽 정중앙에 프로젝터가 투영되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창가 옆의 열람실 책상 앞에 앉았다. 벽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밖이 훤히 내다 보인다. 직원에게 내가 읽고 싶은 책과 커피를 가져와 읽어도 되냐고 물어 보니 책은 가져 와도 되지만 음료수는 안된다고 한다.


다시 밖으로 나와 남은 곳들을 둘러 보았다. 이 아트 스페이스는 모두 8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다. 위에서 소개한 장소 외에도 본관에 창고와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 이름은 창고라고 붙여져 있지만 실제로는 실내 예술관이다.


오일 스트리트 아트 스페이스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가지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나는 앞으로 이 멋진 공간을 종종 방문하려 한다. 바쁜 일상에서 가끔씩 숨을 고르고 쉬어가는 장소로 이용해 볼 생각이다. 


*주소: 12 Oil Street, North Point, Hong Kong (포트리스 MTR역 A 출구)


*개방 시간: 월요일 14:00 ~ 20:00  /  화~일요일: 10:00 ~ 20:00


*입장료: 무료


참고 자료

https://www.lcsd.gov.hk/CE/Museum/APO/zh_TW/web/apo/oi.html

https://www.weekendhk.com/香港好去處/炮台山-油街實現-打卡-js03-1321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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