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 박사의 교육칼럼] 부자들이여, 이 장학금을 넘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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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렬 박사의 교육칼럼] 부자들이여, 이 장학금을 넘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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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들의 학비가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지만 바로 이 미국 사립대학 재정보조 제도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비를 저렴하게 내고 대학을 다닐 수 있다. 

 

이런 재정보조 제도는 미국 대학뿐 아니라 미국 사립 고등학교에도 있다. 이 재정보조, Need Based Grant를 받을 수 있는지 기준은 경제적 필요성, 즉 가난한지의 여부다. 

 

재정보조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조성한 발전 기금 또는 연방 정부가 예산으로 조성한 기금을 기반으로 준다. 


하버드 대학은 부모 연간 소득이 7만 5000달러 미만의 경우 학비와 기숙사비, 식비 전액을 지급한다. 한마디로 무료로 대학을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연소득 18만 달러 미만의 학생은 부모 소득의 10%만 학비로 내면 된다. 

 

물론 18만달러가 넘으면 전액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예일대학도 전액 보조 기준이 연소득 7만 5000달러다. 라이스 대학은 전액 보조 기준이 6만 5000달러다. 

 

대체적으로 부모 연간 합산 소득이 2억 원이 넘으면 재정보조를 받을 수 없다. 즉 미국 대학들은 이런 소득 수준의 부모들을 부자로 간주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연간 소득이 2억 원이 넘으면 부자라고 불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종종 2억 원 이상 심지어는 3-5억 원의 소득을 가진 학부모들도 "미국 대학 재정보조를 받게 해 달라"라고 요청한다.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현재는 월급을 많이 받지만 조만간 퇴직을 하게 돼 소득이 줄어들게 되거나 소득은 많으나 빚이 많아서 실질 소득은 작거나, 지출이 워낙 많아서 현금에 대한 보유가 낮다는 이유 등이다.

 

필자가 만났던 학부모 A 씨는 집이 10채나 됐다. 땅도 꽤 갖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이 정도 자산을 갖고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는 자녀 장학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떻든 미국 대학에서 재정보조를 받지 않으면 아이를 보낼 수 없다며 재정보조를 받게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을 했다. 

 

학부모 B 씨는 연봉 1억 3000만 원의 회사원으로 재산을 모아 다른 주택이 7채나 됐다. 전월세로 받는 금액도 상당히 됐다. 

 

그런데 연봉 1억 3000만 원은 재정보조를 받을 수 있는 해당 구간에 들어가니까 재정보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집은 7채나 있지만 빚이 많고 현금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의 학비를 현금으로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 C 씨는 아버지 급여가 1억 6000만 원, 어머니 급여가 1억 원 등 합산 2억 6000만 원이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요지의 아파트는 무려 35억 원이었다. 

 

그리고 학생 할아버지가 형제 공동으로 물려준 건물 지분 15억 원이 있고, 시골에 땅도 여러 필지가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채가 많고 현금이 없어서 아이를 미국 대학에 보낼 수 없다. 반드시 재정보조를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사립 대학들이 주는 재정보조/장학금은 '가난한 학생/학부모'가 받아야 할 보조금이다. 그 돈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종종 한국의 0.5% 이내 부자들이 이 돈을 받으려고 욕심을 부린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아마 한국 부자 1위 이재용 씨도 '돈'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욕심을 내야 할 돈이 있고, 양보해야 할 돈이 있다. 미국 대학들이 주는 재정보조는 부자들이 '욕심을 내서는 안 되는 돈'이다. 

 

이 돈을 받지 못하면 미국 대학에 다니지 못하는 정말 '재정보조/ Need Based Grant'가 필요한 학생들이 받아야 하는 돈이다. 필자가 미국 대학 재정보조 컨설팅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자산가들은 쿨하게 "내가 번 돈으로 아이를 공부시킬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자산가들이 "꼭 재정보조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력히 컨설팅을 요구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 대학들이 주는 재정보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받아야 할 돈이다. 이것을 부자들이 넘보는 것은 윤리의 문제고 양심의 문제다. '부자들이여! 가난한 이들의 몫에 손을 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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