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오래 거주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못 가 본 명소들이 아직 몇 군데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치린 사원(Chi Lin Nunnery, 志蓮淨苑)이다. 치린 사원은 구룡의 다이아몬드 힐에 위치해 있는데,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선정한 홍콩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1위에 오른 곳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립 어드바이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 리뷰 사이트 중 하나이다.
치린 사원은 또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인 난 리앤 가든과 연결되어 있다. 사실 필자가 더욱 방문하고 싶었던 곳은 난 리앤 가든이었다. 한산하고 날씨도 선선한 평일 오후, 필자는 마침내 이곳을 찾았다.
아름다운 연못, 나무, 돌, 그리고 각종 전시관으로 꾸며진 난 리앤 가든
난 리앤 가든은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선정한 ‘홍콩에서 꼭 가 봐야 하는 명소 4위’에 오른 바 있다. 당나라 시대의 정원 양식을 따라 2003년에 건축되었다. 중앙에 연못이 있고 아름다운 나무와 돌로 꾸며진 조경이 특징이다. 아울러 각종 전시관들과 함께 홍콩 최고의 채식주의 식당도 그 안에 자리잡고 있다.
구룡의 다이아몬드 힐 지하철 역 C2 출구로 나오면 쇼핑몰 할리우드 광장과 연결된다. 쇼핑몰로 들어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1분정도 걸어 올라가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바로 난 리앤 가든의 입구가 보이는데 시내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입구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관상용 수목와 수석들이 입장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첫번째 등장하는 전시관이 중국목결구건축예술관(中國木結構建築藝術館)이다. 중국 역사상 유명한 목조 건축물을 축소하여 만든 전시관이다. 베이징의 자금성을 비롯한 유명 목조물들이 건축 양식에 대한 안내문과 함께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연결되는 전시관은 석관(石館), 즉 돌 전시관이다. 희귀한 수석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다. 중국 사람들이 수석을 감상하는 전통은 2000여년 전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로 올라간다고 하니 역사가 꽤 깊다.
잠시 후, 이곳을 나와 난 리앤 가든의 상징인 원만각(圓滿閣)을 스마트폰 사진기에 담아 보았다. 노란색의 누각이 연못에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한편에 위치한 또하나의 예술관에서는 중국 샨시성 불교 사원 및 불상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홍콩 최고의 채식주의 식당도 이곳에! – 치린 배제테리안
오늘 일정중에는 치린 배제테리안(志蓮素齋)이라는 식당에서의 식사도 포함되어 있다. 푸디월드 닷컴에서 선정한 홍콩 최고의 채식주의 식당 1위에 오른 곳이다. 식당 입구에 다다르니 멋진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폭포 아래에 자리잡은 식당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식당 안에는 필자처럼 혼자 찾는 손님들도 많은 듯 1인용 세트 메뉴가 보였다. 와, 그런데 가격이 $320! 잠시 고민했지만 식사 비용이 최소 $120으로 책정되어 있었고 보통 요리 하나에 $100 전후라 차라리 세트 메뉴가 나을 듯 했다. 결국 6가지 요리가 선보이는 세트 메뉴를 선택했다.
평소에 채식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였지만 입 안으로 들어오는 음식 하나하나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맛도 괜찮아 모든 접시를 비울 수 있었다. 난 리앤 가든을 방문한다면 이곳에서의 식사도 꼭 해보길 독자들에게 권한다. 2인 세트메뉴는 $650, 4인은 $1,124이다. 평일 오후임에도 자리가 거의 다 찼는데, 사전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식당 옆 연못가에는 고급 전통 찻집 ‘송차시에(Song Cha Xie, 松茶謝)’도 위치해 있다.
당나라 시대의 기풍을 담아 재탄생한 치린 사원
난 리앤 가든을 한바퀴 둘러본 후, 필자는 난 리엔 가든과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치린 사원으로 향했다. 원래는 오래된 별장이 있던 곳을 1990년대에 전면적인 재건축을 통해 당나라 시대의 사찰 건축 양식을 구현한 치린 사원으로 탄생시켰다. 이후 옆의 공터에 당나라 기풍의 정원으로 난 리앤 가든을 조성하여 사원과 정원이 복합된 멋진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2012년, 중국의 세계 문화 유산 예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이곳에 대한 첫 인상은 깔끔함과 웅장함, 그리고 고요함이었다. 한국의 사찰 모습과도 어느 정도 흡사했으나 사원 곳곳에 손이 많이 간 느낌이었다. 관상목들과 연못이 흠잡을데 없이 손질되어 있었다. 법당으로 통하는 문은 산문, 동문, 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중앙에 위치한 대웅전 실내는 한국의 유명 법당에 온 듯했다.
치린 사원은 관음전, 와불전, 대웅전을 포함한 10여개의 법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 역시 여느 홍콩의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불교와 도교 문화의 융합을 보여준다. 한편에는 도교에서 모시는 관운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참고로 불교와 도교는 홍콩 제 1의 종교로서 750만 홍콩 인구 중 약 1백만의 교인을 갖고 있다.
치린 사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하고 내부 법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려 있다. 난 리앤 가든의 개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홍콩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치린 사원과 난 리앤 가든은 1년 365일 방문객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