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낭만의 이중주, 홍콩이라는 유토피아
류영하(백석대학교 교수, 『홍콩 산책』 지은이)
우리의 삶은 현실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어느 순간에는 현실적으로 또 어느 순간에는 낭만적이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은 현실적인 쪽으로 또 어떤 사람은 낭만적인 쪽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것의 배경에는 유전자와 환경에 기초한 두뇌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사람의 차이를 구성하는데, 그 편차가 너무 커서 내가 나를 모를 때도 있고, 서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꿈이라는 낭만을 포기할 경우 우리의 삶은 너무나 각박해서 하루도 견딜 수 없게 된다. 현실과 낭만의 적절한 조화가 정답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홍콩은 매우 현실적인 도시이다. 원칙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도시이다. 어떻게 보면 피도 눈물도 없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매번 홍콩의 횡단보도에서 나는 사람들과 차량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빨간 신호에 길을 건너는 사람은 몇 퍼센트나 될까,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은 있을까 없을까, 홍콩 사람들은 신호에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마음대로 건너 다닌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는 빨간색 신호를 반드시 지킨다. 나는 차량 운전자가 교통 신호를 위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택시를 잡는 경우에도 홍콩을 엿볼 수 있다.
홍콩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택시를 탈 수 없다. 노란 색 라인이 두 줄 그려진 길에서는 택시가 서지 않는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은 십중팔구 외국인이다.
자동차 유리창의 코팅 즉 썬팅이라는 것에도 홍콩 사회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홍콩에서 차량의 유리창을 검은색 필름으로 코팅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차량이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과 앞차 유리창을 통해서 교통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나는 홍콩에서 유리창이 코팅된 차량을 한 대도 본 적이 없다. 홍콩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법규가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반면에 한국의 차량을 한번 생각해보자, 거의 대부분의 차량 유리창이 검은 색으로 코팅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차량의 유리창 코팅에 대한 규정이 없을까, 있다.
가시광선 투과율이 70% 이상 되어야 한다거나,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았을 때 차량 실내가 보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한국과 홍콩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홍콩은 매우 낭만적인 도시이다. 우선 경제적으로나 교통 공학적으로나 매우 불리할 것 같은 전차가 운행되고 있다. 제일 저렴하고 제일 느리다. 전차 때문에 교통 신호가 훨씬 더 복잡해야 하고, 차량들의 자연스런 흐름이 수시로 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전차를 버리지 않는다. 엄격하게 효율만을 따질 것 같은 홍콩이 낭만적인 이유인 것이다. 택시가 빨간 색이다. 빨간색 택시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빨간색만큼 낭만적인 색깔은 없다.
그만큼 도시가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보인다. 빨간색 택시가 그렇게 오랫동안 홍콩을 상징하고 있는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상상력이 있을 것이다.
퍼시픽 플레이스를 갈 때 마다 드는 생각은, 40여 년 전에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쇼핑센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이것이 홍콩의 힘이구나! 한다.
손님도 챙기고 종업원까지 배려하는 이런 쇼핑 공간이 홍콩에서 구체화될 수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간 활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비경제적으로 보이는 쇼핑센터가 첨단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살벌한 홍콩에서 구현된 것이 홍콩의 상상력이다.
사람도 도시도 완전하게 현실적으로만 또는 낭만적으로만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살아도 안 될 것이다. 사람이나 도시나 현실적인 요소와 낭만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될 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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