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한 해 납세액 3조 3천억원 홍콩 자키 클럽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한 해 납세액 3조 3천억원 홍콩 자키 클럽





▲1948년. 해피 밸리 경마장
 
홍콩 정책을 결정했던 4인: 총독, 자딘 메디슨사와 HSBC 고위층, 자키 클럽 주석

영국 식민지 시대의 어느 날, 홍콩 정부는 주요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네 명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홍콩의 주요 시정은 종종 여기에 모인 사회적 리더 네 명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들은 바로 홍콩 총독, 자딘 메디슨사와 HSBC의 최고위층 인사, 그리고 자키 클럽의 주석이었다. 총독은 식민지 정부의 행정 수장이었고 자딘 메디슨사는 가장 막강한 자본을 갖춘 기업이었다. 

HSBC는 홍콩 경제의 생명줄과도 같았다. 그럼 한국 마사회에 해당하는 자키 클럽은 어떤 위상으로 또 한 자리를 꿰찰수 있었을까? 


모든 잉여금은 사회 복지 기금으로 

홍콩이 영국에 할양된 후인 1846년, 홍콩섬의 한 넓은 부지에 경마장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바로 지금의 해피 밸리 지역이다. 

최초의 경마 경기는 일 년에 한 번 춘절 때마다 진행되었고 자키 클럽(Jockey Club)은 1884년이 되어 정식 출범되었다. 영국에서는 1750년에 이미 자키 클럽이 세워져 귀족 신사등 상류 사회 인사들이 활동했던 바, 이것이 식민지 홍콩에 유입된 것이다. 

초창기에 자키 클럽은 경마 관련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다 1914년,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이 기구의 이익 잉여금이 사회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었다. 이것이 100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자선 사업의 시작점이다.

초기 해피 밸리의 경마장 시설은 남루하고 보잘 것 없었다. 이곳에서 1918년 2월 26일, 600여명이 숨지는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 

이후 경마장은 1931년에 재건되어 1957-69년 증축을 거친 후 현재의 5만 5천 명을 수용하는 7층 높이의 규모로 완성되었다.  

1952년, 제 2차 세계대전 후 피폐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자키 클럽 측은 잉여금의 1/3을 정부에 기부한다. 1955년에 와서는 잉여금 모두를 공익 사업에 쓰는 방안이 결정되었고 1959년에 홍콩 자키 클럽(자선) 유한공사가 창립된다.  
 
1974년부터는 경마에 돈을 거는 사람들이 경기장 외에서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대중적 확대를 유도하였다. 지금 홍콩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자키 클럽은 모두 109곳이며 매회 경주가 있는 날 팔리는 복권은 5백 5십만 장 이상에 달한다. 

1975년에 한국의 로또 복권에 해당하는 마크 식스가, 2003년에는 축구 스포츠 토토가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8만 명 수용의 샤틴 경마장은 1978년 문을 열게 된다. 

▲샤틴 경마장

아울러 우수한 경기장 시설과 자키 클럽의 풍부한 운영 경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승마 종목의 홍콩 개최를 가능하게 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승마 종목의 홍콩 개최


한해 납세액 한화 3조 3천억원 – 홍콩 최대 납세 기관

자키클럽은 홍콩 최대 납세 기관이다. 2018-2019 1년 납세액이 233억 홍콩달러(한화 약 3조 3천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홍콩 조세 총액의 6.8%에 해당한다. 또한 홍콩 10대 고용 업체 중 하나로서 2만 6천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가 예전 칼럼에 쓴 ‘홍콩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에서 인기 순위 10위로 소개한 바 있다. 지인 중 한 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어 장점을 물어봤다. “안정적이고 복지가 좋아요. 월급도 괜찮고 회사 사람들을 잘 챙겨주죠. 

작년 초부터 마스크하고 소독 제품도 많이 사 주고 있고 어떤 부서는 택시비도 줘요. 그런데 자키 클럽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승진은 늦어요.” 

그리고 또하나의 자랑거리도 귀띔해 주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경마 시합의 공정성과 관계 있는 부서인데 기밀, 청렴, 전문성을 잘 관리하고 있어요. 이는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그래서 경마 결과를 믿을 수 있죠.” 


빅토리아 공원 건립, 홍콩 과기대에도 재정적 지원

자키클럽의 사회적 기여는 현재 진행형이다. 코스웨이 베이 빅토리아 공원의 건립에 일조하였고 홍콩 경제가 크게 발전하던 70, 80년대에는 교육 사업에도 힘써 과기대 등 대학 기관에 많은 지원이 있었다. 

2018-19년 한해 동안  294개의 프로젝트에 43억 홍콩달러를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세계 10대 자선 기관 명단을 찾아보면 자키 클럽이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마는 영국에서 귀족 스포츠의 전통을 이어온 바, 홍콩에서 역시 이와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자키 클럽의 회원(full membership)이 되려면 약 80만 홍콩달러(한화 1억 1천만원)의 가입비 외에도 클럽 관련 인사의 추천을 거쳐 최종 심사 후 가입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자키 클럽의 회원은 사회적 명망과 지위, 성공을 인정받은 상징적 존재이다. 

이곳에서 사회 고위층간의 인적 관계가 맺어지고 사업 기회가 창출된다.  

홍콩은 법률상 도박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허용되는 것이 경마 및 스포츠 토토이다. 이를 모두 자키클럽에서 운영하기에 실은 도박 ‘금지’가 아닌 ‘독점’이란 비판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봤듯이 자키클럽은 홍콩 정부의 세수 확보와 사회 복지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바, 그 기여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참고 자료: 
1. 홍콩 자키 클럽 홈페이지 https://corporate.hkjc.com/corporate/corporate-news/english/2019-08/news_2019082801927.aspx#:~:text=In%202018%2F19%2C%20the%20Club,world's%20top%20ten%20charity%20donors.

2.《香港文化導論》中華書局(香港)有限公司,2014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