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모국어로 가장 많은 인구를 갖는 언어는?
오늘의 칼럼은 질문으로 시작하겠다. 이 세상에서 모국어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언어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정답이 아니다. 전 세계 언어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에스놀로그 통계에 따르면1위는 중국어, 2위 스페인어, 영어는 그 다음이다.
이것은 당연히 중국인의 인구가 세계에서 제일 많기 때문이다. 우리 교민들은 지구상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인 중국어 생활권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홍콩에 거주하는 동안 나의 이력에 중국어라도 하나 장착해야겠다는 분들은 여기저기 학원을 알아보고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푸통화를 배워야 하나요 광동어를 배워야 하나요?” 우리 학원에 문의하는 교민분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홍콩에는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중국어가 존재한다. 표준 중국어인 푸통화(만다린)와 현지 방언인 광동어이다.
2016년 홍콩 정부 통계처가 발표한 5세 이상 홍콩 인구의 언어 구사 분포를 보면 광동어가 94.6%, 영어 53.2%, 푸통화는 48.6%이다. 광동어가 가장 보편적인 언어지만 문제는 이것이 주로 광동에서 쓰이는 지역 언어라는 점이다. 반면 푸통화는 중국 전역에서 쓰이는 표준어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언어
두 언어는 중국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있으나 너무 달라서 그 차이점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중국의 주요 6대 방언 중 푸통화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언어가 광동어와 복건어이다.
발음의 경우 높낮이를 나타내는 성조가 푸통화에 4성, 광동어에는 9성이 있다. 어휘를 보면 푸통화의 문어체 표현이 광동어에서는 구어체로 쓰이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식사하다’, ‘마시다’는 푸통화에서 구어체로 각각 ‘吃(츠)’, ‘喝(허)’이며 문어체에서는 ‘食(스)’, 飮(인)’이다. 하지만 광동어에서는 ‘食(식)’과 ‘飮(얌)’이 구어체로 쓰인다. 문법에도 차이가 있다.
광동어의 많은 문장들이 푸통화와 어순을 달리한다. 푸통화에서 ‘당신 먼저 가세요’는 ‘你先走’이지만, 광동어에서는 뒤 두 글자의 순서가 바뀌어 ‘你走先’이라 하는데 부사인 ‘먼저(先)’가 영어처럼 동사 뒤에 위치한다.
푸통화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북방 방언을 표준 중국어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푸통화=북경어’는 아니다. 푸통화는 북경어를 중심으로 하지만 외부 민족인 몽고족(원나라), 만주족(청나라)등이 중국을 통치하며 그들의 언어가 푸통화 안에 혼재되어 있다.
미국, 캐나다에서 3대 언어 중 하나인 광동어
광동어는 중국어의 6대 대표 방언 중 꽤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광동성 통계국의 2019년도 자료에 따르면 광동성 거주자는 총 1억 1천 5백만명으로, 이는 중국 전체 성 중 최대 인구이다. 이중에는 외지인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반대로 광동성 외의 지역에서도 광동어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07년 중산대학에서 출판된 <광동 방언과 문화 담론>에는 전 지구상에서 광동어를 쓰는 인구가 약 1.2억명이나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주요 사용 지역은 광동성을 포함하여 홍콩, 마카오, 광시성, 하이난성등이다.
특히 일찌감치 해외에 정착한 화교들 중에 광동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광동어는 호주에서 4대 언어 중 하나이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3대 언어, 뉴질란드에서는 2대 언어 중 하나에 속할 만큼 영향력이 있다.
광동어의 일부 단어들은 표준어인 푸통화에 전파되기도 하였다. ‘마이딴(買單: 계산할게요)’과 ‘빠씨(巴士:버스)’등은 광동어가 표준어로도 쓰이는 예이다.
또한 광동성은 중80년대 초, 중국에서 가장 빨리 대외 개방이 이루어진 곳이다. 펩시 콜라가 중국에 진출할 것이 1981년인데 중국 브랜드명은 ‘百事可樂’이다. 광동어로 발음하면 ‘빡씨’로서 ‘펩시’와 비슷하다. 이는 광동 시장을 겨냥한 브랜딩이다.
홍콩 사람들이 분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것이 있다. 20세기 초, 국민당 정부에서 중국의 공식 언어 선정을 투표로 결정했는데 광동어가 푸통화에 한 표 차이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약해지는 영어 능력, 확산되는 푸통화
한편 홍콩이 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 이곳 사람들은 영어의 사용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반면 푸통화의 보급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 홍콩 인구 열 명 중 한 명은 푸통화가 모국어이다.
아울러 호텔, 식당, 상점등 서비스업을 비롯한 취업 전선에서도 푸통화 사용자를 우대하고 있다. 센트럴 같은 금융 중심지에 가면 여기가 중국 대륙인가 싶을 정도로 푸통화가 많이 들린다. 홍콩 현지 학교에서의 푸통화 교육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그럼 푸통화가 광동어의 위치까지 넘보게 될까? 홍콩 사람들의 모국어인 광동어가 푸통화로 대체되는 대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중 언어 구사가 보편화될 것이고 그런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자, 다시 위에서 언급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푸통화를 배워야 하나요 광동어를 배워야 하나요?” 여기에 사실상 정답은 없다.
주재원의 가족으로 이곳에서 몇 년 머물다 귀국한다면 표준 언어인 푸통화가, 홍콩에서 사업이나 국제 결혼등의 사유로 장기 거주가 불가피하다면 지역 언어인 광동어를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푸통화냐 광동어냐? 여러분의 선택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