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CU 마스크 탄생시킨 숨은 공로자 탁연균 대표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콩 정부 CU 마스크 탄생시킨 숨은 공로자 탁연균 대표

세탁 가능한 구리이온 섬유 2018년 홍콩 정부에 제공


올해 1월말 COVID-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마스크 대란은 심각했다. 가격이 수십, 수백 배로 폭등하고 일회용 마스크를 일주일 넘게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국경간 마스크 수출입이 금지되고 1인당 구매량을 한정해 판매했다.

그러던 중 4월경 세탁이 가능한 천 마스크를 모든 홍콩인에게 무료 제공한다는 홍콩 정부의 파격적인 발표가 있었다. 일회용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하며 구리섬유라는 특허기술이 도입된 마스크였다. 

CuMask+라는 이름으로 750만 홍콩인 전원에게 배포된 그 마스크의 원천 기술과 구리섬유가 바로 홍콩의 한인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홍콩 정부에 구리원단을 처음 소개하고 1,000만개를 제작 가능하도록 공로를 세운 탁연균 대표(Y and K Textiles Ltd)를 만났다. 티셔츠 한 장에 청바지 차림이어서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환갑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무표정하면서도 짙은 눈썹과 강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홍콩정부의 Cu마스크에 대해 기사보도는 틈틈이 읽고 지면을 통해 소개했기에 탁 대표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금새 빠져들고 말았다.

1995년 1월 주재원으로 홍콩 도착한 탁연균 대표는 한국 원단을 수출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홍콩에서 혹독한 영업망을 뚫어내며 인정받았다. 곧이어 유럽으로 다시 발령받아 독일, 덴마크, 프랑스에서 근무했다. 

2010년을 넘어서자 한국의 섬유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한국의 섬유 제조 파트너와 함께 2018년에 구리 원단을 개발했다. 구리원단의 특징은 항균에 강했는데 제일 처음 적용하려 했던 대상은 의류였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생산을 포기하고 의류 이외에 더 작은 아이템으로 개발했다. 과거의 경험을 찾아보니,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바이러스와 중국 황사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심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마스크 개발로 다시 도전했다.

그 당시에 2018년도 국내에서는 영업이 힘들어 홍콩으로 돌아왔다. 그는 홍콩 정부 쪽을 뚫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홍콩 정부와 첫 미팅을 2018년 2월달에 갖게 됐다. 

그는 적극적으로 구리원단을 설명하고 소개했다. 홍콩 정부 측은 구리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 원단으로 만든 것에 대해 놀라워했지만 과연 항균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는 탐탁잖은 반응이었다. 

한국의 검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면서 자체 검사를 위해 샘플을 요구했다. 그래서 2018년 3월 홍콩 정부에 구리원단 샘플을 제공했다.

3개월이 지나 검사를 담당했던 홍콩이공대 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단의 성능이 너무나 놀랍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 했다.

홍콩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홍콩이공대(Poly-U) 안에 설립된 홍콩섬유개발연구소(The Hong Kong Research Institute of Textiles and Apparel, HKRITA 한국의 방위산업청과 비슷한 기능) 측은 홍콩 정부에 건의해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탁 대표에게 전했다. 

첫 번째는 홍콩 대표 운동선수들이 머무는 선수촌 기숙사 매트리스 커버에 사용될 구리원단이었다. 홍콩에서 가장 큰 매트리스 전문기업 에어랜드(Airland)에 납품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마스크 제작이었다. 탁 대표가 내심 기대했던 것과 동일했던 것이다. 연구소는 탁 대표가 제공한 구리원단을 원천기술로 하여 수십 번 세탁해도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로 개발했다. HKRITA 측은 개발한 마스크를 스위스에서 열리는 2018 제네바 국제 발명품 전시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수상했다. 마스크 디자인은 특허를 받았다.


그러는 와중에 2019년말부터 COVID-19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올해 초부터 마스크 파동이 터지면서 연구소로부터 탁 대표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공급이 어려워지자 홍콩정부가 750만 전 시민을 대상으로 지급할 마스크를 제작하겠다는 것이었다.

홍콩 정부는 홍콩 내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제작하도록 공모하여 지원사업을 펼치면서도 한편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를 제작하게 했다. 홍콩 정부와 구리원단 마스크를 함께 제작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때 홍콩 정부가 요구했던 것은 마스크 파동이 워낙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밀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탁 대표도 홍콩 정부라는 대형 고객과 납품이 완전히 마칠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다. 

당시 1차 제작 수량은 1,000~1,200만개였다. 홍콩 정부는 탁 대표에게 구리원단 30만 야드를 공급해달라고 주문했다.

애초 목표는 한국에서 수입한 구리 원단을 홍콩으로 수입해 홍콩 츈완 지역에서 제작해 4월 중으로 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시간 내에 1,000만개를 홍콩에서 제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영국계 마틴 인터네셔널 주도로 베트남으로 다시 이동해 생산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갑자기 막아 섰다. COVID-19 사태가 심각해져 베트남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의 끈질긴 협상으로 한달만에 홍콩에 도착해 5월 중순부터 모든 시민들에게 무료 공급됐다. 홍콩 정부는 이 마스크를 CuMask+라고 명명했다.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마스크, 그것도 60회나 세탁해 재사용이 가능한 특허 마스크를 무료 공급한 것은 실로 대단한 평가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홍콩은 작년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로 인해 시민들은 정부에 대해 불신의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Cu 마스크를 공식석상에서 꾸준히 착용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도리어 왜 공개적으로 제작하지 않았는지, 비밀 계약이 있었는지, 중국 기업에 혜택을 주려 했는지 온갖 음모론이 떠돌았다. 


결국 홍콩정부는 제작업체 명단을 공개했다. Action Nonwovens Company Ltd.,• Argaman Technologies Ltd.• Esquel Enterprises Ltd.• Y and K Textiles Ltd. 탁 대표의 회사 이름이 당당히 공개된 날이었다.

Cu마스크는 6겹의 기능성 섬유로 구성되며 그 중 2개는 특별히 소량의 구리성분이 들어있다. 구리가 가지고 있는 항균 기능, 항 박테리아 기능, 자체 멸균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Cu마스크는 다중 구조로 작은 비말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Cu마스크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F2100레벨 1표준에 도달했으며 60회까지 세척해도 효과가 유지된다. 세척 전 입자여과 효율이 99.76%, 박테리아 여과 효율이 99.32%를 기록했는데 40회, 60회 세척 후에도 각 부문 99% 이상을 유지했다. 

마스크 세척 방법은 찬물에 부드럽게 적셔 비누로 손세탁 하면된다. 비틀거나 다리미질은 권장하지 않는다.

탁연균 대표는 본인의 집으로도 배송된 무료 마스크를 보고 감개무량했다고 전했다. 한국 사람으로써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홍콩 정부에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에 납품한 이후 그는 자체 브랜드인 카퍼라인(Copper Line) 마스크를 홍콩과 해외 판촉에 힘쓰고 있다. 일반 일회용 마스크보다 높은 가격대이긴 하지만 한번 쓰고 버려지는 마스크 쓰레기로 인해 환경오염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만큼 재사용이 가능하고 항 박테리아 성능이 우수한 마스크가 앞으로 더욱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구리원단을 이용한 항균 손잡이커버, 항균 양말, 요실금 팬티, 안티에이징 수면안대 등 다양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글/사진 손정호 편집장

*탁연균 사장의 동영상 인터뷰는 수요저널 홈페이지 및 유튜브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