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사람들이 사랑한 홍콩의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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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 사람들이 사랑한 홍콩의 영화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실내 활동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답답하지만 바깥의 세계가 안전해질 때까지 우리는 다시 가정에서 영화, 드라마, 유튜브 시청이나 개인 취미 활동을 하면서 보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던 중 얼마 전 읽었던 한국의 영화 관련 기사가 하나 떠올랐다. 한국의 역대 상영 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라있는  <명량>의 후속편이 곧 촬영에 들어간다는 뉴스였다. 

이번에 제작되는 2편의 제목은 <한산>인데 이순신 장군의 한산 대첩을 다룬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 3편인 <노량>까지 기획중이라고 한다. <한산>의 이순신 역에 박해일이 캐스팅되었고 이 외에도 안성기, 변요한, 손현주, 택연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이때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홍콩에서 상영된 영화 중 역대 흥행 1위는 무엇일까? 한국처럼 국내 영화가 1위일까 아니면 외화일까? 홍콩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이들이 사랑한 홍콩 영화는 무엇일까?


관객수를 집계하는 한국과 달리, 홍콩의 흥행 순위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 위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어벤져스> 시리가 무려 4편이나 들어 있다. 흥행 1위 역시 <어벤져스> 시리즈 중 가장 최근(2019년)에 개봉한 제 4편이다. 어벤져스 용사들이 홍콩을 굳건히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홍콩 영화는 순위 밖으로 밀려있다. 

 
참고로 역대 흥행 순위 50위 안에 한국 영화도 한 편 있어 눈길을 끈다. 2016년 개봉된 <부산행>이다. 전체 순위 24위며 이는 홍콩내에서 상영한 아시아 영화 중 역대 1위이기도 하다. <부산행>의 후속격인 <반도>가 이달 15일에 홍콩, 대만, 싱가폴에서 한국과 동시 개봉 예정이었으나, 최근 악화된 바이러스 상황으로 홍콩에서의 상영만 연기되었다. 

 
 

이제 홍콩 영화 순위를 살펴보겠다. 전체 순위 중 8위에 올라있는 <트랜스포머 4>의 제작 국가가 미국, 중국, 홍콩으로 되어 있지만 완전 홍콩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순수 홍콩 영화 중1위는? 영웅본색? 무간도? 

결과가 다소 의외이다. 한국어 수업 시간에 홍콩 학생들에게 퀴즈로 물어봐도 맞추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코드네임: 콜드워 (寒戰 2)>인데 <콜드워> 시리즈 중 제 2편이다. 전체 흥행 순위에는 26위에 올랐다. 6천 6백만 달러의 흥행 기록을 남긴 바, 영화표를 평균 $80원으로 계산해 본다면 약 80만명 정도의 홍콩 사람들이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나는 어제 당장 이 영화를 골라 보았다. 8,90년대 홍콩 4대 천황 곽부성을 주인공으로 주윤발, 양가휘, 양채니등 예전에 한가닥하신 분들이 열연하였다. 여기에 홍콩의 젊은 톱스타 펑위옌까지 합세하여 출연진만 놓고 보면 호화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아,<영웅본색>에서 악당 두목으로 나온 이자웅도 등장한다. 

줄거리는 홍콩 경찰의 최고 지휘자 곽부성이 전임자 양가휘와의 갈등속에서 외부 부정 세력과 결탁한 경찰 내부자를 찾아내어 정의로운 사회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일종의 폴리스 스토리이다. 주윤발은 자신의 취미인 사진 촬영을 통해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변호사로 나온다. 실재로도 주윤발의 취미는 사진 찍기이다.

영화는 볼 만 하다. 역대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한때 아시아를 주름잡던 왕년의 홍콩 스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쉽지는 않은 것 같다.

10위권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 보면 주성치의 영화가 <쿵푸허슬>, <소림축구>, <미인어>, <장강7호>등 총 4편이나 된다. 필자는 예전에 ‘홍콩인들이 사랑하는 홍콩의 스타는?’을 제목으로 한 칼럼을 쓴 바 있다. 이때 장국영과 함께 공동 2위로 주성치를 올려 놓았는데 위 순위만 보더라도 주성치의 인기를 느낄 수 있다. 

 
인기 시리즈물인 <엽문>은 이소룡의 실재 스승인 엽문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이중 제 3편이 4위에 올라있다. 총 4 편의 에피소드 중 제 3편만이 순위에 든 것은 복싱계 전설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엽문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화제성 덕분인 듯하다. (이 장면만 건지고 싶다면 유튜브를 찾아 보시라!)

5,6위에 나란히 올라 있는 <폴리스 스토리4>와 <홍번구>는 성룡이 한참 날아다닐 때 찍은 영화이고 9위의 <도신 2>는 주윤발이 주인공이다. <무간도>(8위)는 설명이 필요없다. 

그런데, 어? 우리에게 익숙한 그 영화가 없다. 그렇다, 바로 <영웅본색>이다. 역대 최고 흥행 홍콩 영화 30위 안에도 없다. 3천 4백만 달러의 흥행 기록을 남긴 <영웅본색>은 1986년 개봉한 영화 중 최고 흥행작, 즉 ‘올해의 영화’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람들이 <영웅본색>에게 보내는 애정은 각별한 것 같다. 

밖으로 나가기 꺼림직한 요즘,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글이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주말에는 짜장면을 먹으며 홍콩 현지에서 위의 홍콩 영화 중 한 편을 골라 보는 것은 어떨까. 홍콩반점의 짜장면을 시켜 먹을 수 없는 우리로서는 현지 슈퍼에 들어와 있는 짜장 라면으로 아쉬움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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