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배우는 생활한자 85_부리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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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배우는 생활한자 85_부리 취



지리 용어 중에 모래부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모래톱이 새 부리처럼 가느다랗고 길게 바다로 뻗어 나간 지형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한자로는 모래 사(沙)와 부리 취(嘴)를 사용해서 사취(沙嘴)라고 씁니다. 이 모래부리, 사취가 바다로 바다로 뻗어 나가다가 반대편 해안가에 닿게 되면 그 때부터는 물가 주(洲) 자를 써서 사주(沙洲)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만약 사주가 육지와 섬을 연결하게 되면 그 사주는 육계사주(陸繫沙洲), 그 섬은 육계도(陸繫島)라고 부르지요. 제주도에 있는 성산일출봉이 대표적인 육계도입니다.

침사추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뾰족할 첨(尖), 모래 사(沙), 씹을 저(咀)를 사용해서 첨사저(尖沙咀)라고 쓰지만 사실 침사추이의 원래 이름은 씹을 저(咀) 대신에 부리 취(嘴)가 들어간 첨사취(尖沙嘴)였습니다. 

지금도 간혹 위 사진에서처럼 표지판에서 첨사취(尖沙嘴)라는 표기를 볼 수 있습니다. 취(嘴)와 저(咀)가 한국식 한자음에서는 발음이 다르지만 광동어에서는 동일하게 '쩌이(zeoi2)'이다 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침사추이의 취(嘴)가 쓰기 쉬운 저(咀)로 바뀐 것입니다. 

이런 경우 저(咀)가 취(嘴)의 속자(俗字)로 쓰였다고 표현합니다. 계속 첨사취(尖沙嘴)라고 썼으면 침사추이를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어도 광동어와 꽤 비슷했을 텐데요.

침사추이의 원래 표기법인 첨사취(尖沙嘴)에서 모래부리, 사취(沙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앞의 첨(尖)은 뾰족하다는 뜻이니 침사추이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뾰족한 모래부리'가 됩니다. 

뒤에 마을이라는 뜻의 '말'을 붙여서 '뾰족모래부리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바닷가 마을 이름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간척 사업으로 인해 홍콩 섬과 구룡 반도가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졌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간척을 계속 하다가 침사추이와 홍콩 섬이 붙게 된다면 침사추이는 육계사주, 홍콩 섬은 육계도가 되겠네요.

부리 취(嘴)와 씹을 저(咀)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는 침사추이 말고는 볼 일이 거의 없는 글자입니다. 취(嘴)는 소리와 뜻 부분이 결합된 형성자로, 왼쪽에 있는 입 구(口)가 부리라는 뜻과 관련된 뜻 부분이고 오른쪽에 있는 취(觜)가 소리 부분입니다. 

부리 취(嘴)를 쪼개 보면 구차각(口此角)이 되는데, 부리(嘴)는 입(口, 입 구)이 이렇게(此, 이 차) 뿔(角, 뿔 각)처럼 뾰족해진 것이라고 말을 만들어서 외우면 쉽게 외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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