握
쥘 악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인사를 한자로 쓰면 人事, 사람 인(人)과 일 사(事)가 됩니다. 글자 그대로 사람(人)이면 마땅히 해야 할 일(事)이 인사입니다. 인사를 할 때에는 경우에 따라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악수를 하기도 합니다. 악수는 한자로 握手(쥘 악, 손 수)라고 씁니다. 쥘 악(握)자가 들어가는 단어에는 握手(악수) 외에도 掌握(장악), 握力(악력) 등이 있습니다. 손바닥 장(掌)과 쥘 악(握)이 합쳐진 장악(掌握)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다는 뜻이고 악력(握力)은 물건을 움켜쥐는 손아귀 힘을 뜻합니다.
握은 뜻과 소리 부분으로 이루어진 형성자입니다. 무언가를 움켜쥐려면 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手(손 수)가 뜻 부분인데 手(손 수)가 부수로 쓰이면서 모양이 扌로 바뀌었습니다. 남아있는 屋(집 옥)이 소리 부분인데 쥘 악(握)과 집 옥(屋)의 발음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이렇게 형성자의 소리 부분 글자와 최종 글자의 발음이 조금씩 다른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쥘 악(握)을 외울 때에는 ‘집(屋) 앞에서 인사하면서 손(扌)을 꼭 쥐고(握) 있다’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요?
홍콩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있는 안내문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緊握扶手(긴악부수)라고 쓰여 있는데 풀어 보면 ‘손잡이(扶手, 도울 부, 손 수)를 꽉(緊, 단단할 긴) 잡으세요(握, 쥘 악)’라는 뜻이 됩니다. 안내방송에서는 이 앞에 문장을 정중하게 만들어주는 글자인 부탁할 청(請)을 붙여서 請緊握扶手(청긴악부수), 광동어로는 “칭깐악푸사우”라고 말합니다. 많은 경우 그 뒤에 제자리에 서 있으라는 “게이뎅뎅 (企定定, 기정정)”이 이어지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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