麵
국수 면
냉면, 라면, 밀면처럼 곡식 가루를 반죽해서 가늘게 뽑아낸 음식을 순 우리말로는 국수, 한자로는 면(麵)이라고 합니다. 麵은 麥(보리 맥)과 面(얼굴 면)으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麥이 뜻 부분, 面이 소리 부분입니다. 뜻과 발음이 같고 모양이 다른 한자로 麪(국수 면)이 있는데 보통은 麵이 더 자주 쓰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면(麵)이라는 한자만 사용하지만 중국어에서는 재료와 조리법 등에 따라 면(麵), 분(粉) 등 다양한 글자를 사용합니다.
麵은 총 획수가 20획이나 되는 복잡한 글자입니다. 사진은 제가 길거리에서 찍은 면집 간판인데, 딱봐도 복잡해 보입니다. 麵은 일단은 위에서처럼 麥(보리 맥)과 面(얼굴 면)으로 떼어서 외우면 좀 쉽습니다. 麥은 다시 來(올 래)와 夂(뒤져 올 치)로 쪼개집니다. 원래는 來가 보리라는 뜻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올 래’로 쓰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麥이라는 글자를 새롭게 보리라는 뜻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麥이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로는 보리로 만든 술, 맥주(麥酒)가 있습니다. 콩과 보리를 합쳐서 숙맥(菽麥)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뜻이 확장되어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도 숙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한국, 홍콩, 대만에서는 ‘국수 면’을 麵으로 쓰지만 중국에서는 간단하게 面으로 씁니다. 보리 맥(麥) 부분을 완전히 날려 버린 것인데, 그래서 글자만 보면 이게 얼굴 면(面)인지 국수 면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문맥을 통해서 알아내야 합니다. 복잡한 글자를 간단하게 바꾼 것은 좋지만, 서로 다른 두 글자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간체자의 약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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