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홍콩한국국제학교란? (신화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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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홍콩한국국제학교란? (신화선 수석교사)

 

글 신화선 (홍콩한국국제학교 수석교사, 1988 개교 창립 멤버)

 

 

“안녕하세요? 신화선 선생님이시죠?” 수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젊은이의 목소리. “저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 배운 ㅇㅇㅇ입니다. 홍콩으로 파견되어 근무하게 되었어요.” ㅇㅇㅇ의 이름을 들으니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새 사회인으로 성장하여 홍콩으로 와서 근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하다보니 어떤 친구는 한국에서, 어떤 친구는 미국에서 또 어떤 친구는 영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콩한국국제학교는 해외에서 우리 자녀들이 한국말로 공부하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국학교를 만들어주자는 현지 교민들과 영사관의 협력으로 이루어진 학교이다.


88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아이들에게 공부할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수년간의 노력과 정성이 열매를 맺어 한국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시작되었다.


작은 정원이 딸린 자그마한 빌딩의 한 층을 빌려 시작된 한국학교 개교일에 홍콩 교민들의 눈가에 어린 자긍심과 애정의 눈빛은 그동안 교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수학 시간에 소수(小數)를 가르치려면 소수가 소스(sauce)가 아님을 알려주며 수업을 시작했던 초창기 일이 기억난다. 외국학교에서 공부하다 온 친구들이 아버지의 근무지 변경에 따라 다시 외국으로 가면서 우리글을 읽고 쓰며 우리 놀이와 노래, 문화를 배우게 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한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은 한국의 교육과정과 그대로 연계되기에 별 걱정 없이 돌아갈 수 있다면서 떠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학교는 성장했다. 한 층짜리 학교가 두 층짜리 학교가 되고, 두 층이 부족하게 되었을 때 교민들과 영사관의 노력으로 홍콩정부로부터 학교를 지을 수 있는 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홍콩한국학교는 홍콩한국국제학교로 개명했고, 한국과정은 글로벌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이중 언어(Bilingual) 수업을 도입하게 되었다. 한 교실에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담임으로 같이 있으면서 두 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한국인 담임에게 한국어 교육과정을 한국과 동일하게 학습하고 더불어 영어 담임에게 Math, Science, Art, Music 등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아이들의 두뇌는 스펀지와 같아 두 가지 언어를 바로 흡수해 배운다고 언어학자들은 이야기 하는데 처음 우리 학교에 와서 영어를 못해 힘들어 하던 학생들이 한 두 해가 지나면서 원어민 선생님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학생들이 한국어 및 영어로 진행되는 K-pop, 사물놀이, 축구, Language Art, Cooking Class 등 다양한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작년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이 한 해 동안 한글동화책을 열심히 읽더니 글 쓰는 힘이 제법 늘어 이제는 일기 한 쪽은 쉬이 써내려가고 자기의 생각을 넣어 편지글이나 독후감도 잘 쓰게 되었다. 이젠 선생님의 말도 척척 알아듣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도 갖게 되자 2학년으로 올려 보내게 되었다.


또 다시 3월이 되었고 나는 또 새로운 친구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다. 매년 같은 해가 없고 늘 새로운 아이들이요, 신선한 모습이다. 더욱이 요즘 아이들은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영상 세대라서 감정 표현에 주저함이 없고 표현 또한 더없이 밝고 구김이 없다.

 

몇 달 전 미술대회 겸 가을 소풍으로 홍콩 동식물원에 갔었다. 이것저것 조사와 관찰을 하고 점심 식사 후 미술 대회를 하는데 한참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던 1학년 친구들이 “선생님 우리 춤추고 싶어요.”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 이곳에서? 이렇게 분수가 뿜어 나오는 공원 한 가운데서?”하며 묻는 나에게 “예, 여기서요.” 하더니 주루룩 예닐곱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홍콩 사람들이 멈춰 서서 구경하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준다. 그것을 보고 환하게 웃음 짓는 우리 친구들! 홍콩 공원 한가운데서 당당하게 한국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멋진가!

 

 

모국어는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 모국어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렇다. 아이들은 부모와 가정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언어와 감정을 배우고 학교나 책을 통해 더 깊은 사고력과 지식, 감성, 인성을 습득하게 된다. 모국어를 통해 얻게 되는 풍부한 사고력과 감성은 건강한 인성을 갖춘 우리가 되게 한다.


해외에서 매일 모국어와 영어로 수업을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인성과 논리적 사고 체제를 발달시키며 꿈을 키울 수 있는 둥지인 홍콩한국국제학교가 있음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국땅에서 건강한 인성을 갖춘 글로벌한 인재가 될 재목들이 오늘도 K.I.S에서 희망을 꿈꾸며 자라고 있다. 난 그들과 함께 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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