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맛) 트레일 (13) 젓가락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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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맛) 트레일 (13) 젓가락 징크스

젓가락문화는 젓가락이 모든 것이다. 아시아의 일부 사람들은 자기의 젓가락을 항상 지참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청결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일부 일본인도 그렇다. 요즈음은 나무젓가락, 대나무 젓가락등 일회용이 많아서 그럴 필요는 없어졌지만 일회용도구가 자신의 것보다 나을 리 없다. 음식을 먹고 나서 젓가락을 두는 것도 당초 스탠드에 가지런히 놓아두면 되지만 짜장면 등을 먹고 나서 빈 사발에 젓가락을 아무렇게나 두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젓가락를 한쪽에 나란히 두면 괜찮지만 좌우로 하나씩 벌려 놓으면 중국인 주인이 화를 낸다. 왜냐하면 사람이 죽고나서 線香을 피울 때 향을 꽂아 놓는 모양과 비슷하여 사람 죽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선살을 젓가락으로 먹을 경우 한 쪽을 다 먹은 후에 생선을 뒤집어서 반대쪽을 먹게 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이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홍콩의 애버딘에서는 생선을 뒤집어 먹으면 반드시 고기잡이배가 뒤집어 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생선의 다른 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중국어에서 생선(漁)의 발음이 여유로운 餘의 발음과 유사하여 중국사람들이 생선을 좋아하지만 간혹 이러한 금기사항도 유념해야 한다. 홍콩 : 중국음식의 메카 이 지구상에서 중국음식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곳이 홍콩이다. 말하자면 중국음식의 메카이다. 홍콩이 중국음식의 메카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중국이 공산화하면서 중국 전국의 우수한 요리사(chef)가 홍콩으로 몰려들어 홍콩의 풍부한 음식재료를 이용하여 마음껏 중국음식을 만들어냈기 때문인지 모른다. 따라서 홍콩인은 좁은 아파트의 코딱지만한 부엌에서 만든 음식보다 대형식당의 음식을 값싸게 먹기를 좋아한다. 그래도 옛날에는 自梳女라고 하여 대륙출신의 가정부가 나름대로 요리를 도왔지만 지금은 賓妹라고 부르는 필리핀 가정부에게 중국요리를 주문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十家三酒店" 이라고 하여 음식점이 많은데 홍콩의 거리는 "十家七酒店" 이 아닌가 생각된다. 홍콩의 빅토리아 픽크 쪽을 바라보면 피크트램의 터미널 건물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홍콩의 중국음식점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웍" 이란 주방기기와 유사하여 역시 중국음식의 메카다운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고온에서 재빠르게 요리하여야 하는 중국음식에서는 "웍" 이 빠질 수 없는 주방기기이기 때문이다. 지옥보다 더 무서운 餓鬼세상 서양종교를 보면 예배를 열심히 하지만 제단에는 음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불교든 도교든 제단에 가득한 음식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잔치상 이상이다. 귀신도 잘 먹어야 된다는 것이다. 하여튼 중국은 먹는 것 빼놓고는 할 말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우리도 그렇지만 아침저녁 인사가 '밥 먹었느냐'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손님접대로 음식을 통하여 접대한다. 행사장에 가면 음식들을 가뜩 차려놓고 기다린다. 찾아온 사람을 오래 붙들기 위해서는 식사를 계속해서 가져 나오게 한다. 귀한 손님인 경우 음식의 코스를 길게 잡고 반갑지 않은 손님은 코스가 짧다. 중국문화는 입의 문화, 맛의 문화라고도 한다.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가 중국을 거치면서 사람이 죽어서 가는 6종류의 세상 중에서 가장 가기 싫어하는 세상인 지옥보다도 더 나쁜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먹지 못한 귀신(餓鬼)이 우글거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지옥은 적어도 먹는 것은 해결해주는지, 아귀 세상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중국어에서는 먹는 것의 표현으로 직장동료를 '한솥밥 먹는 처지'라든가 '밥그릇 싸움' '철밥통'이라든지 자신이 학교선생님이라면 '선생밥 몇 년 먹었다'는 표현이 많다. '놀래다', '손해를 본다' 는 표현에도 '놀라움을 먹다', '잃음을 먹는다' 는 식이다. 그리고 음식의 중심은 밥(飯)과 술(酒)로 되어 있다. 밥을 먹기 위한 반찬은 下飯으로 쓰고 술을 먹기 위한 안주는 下酒로 쓰면서 음식과 술을 동일시한다. 코스마다 새로운 음식이 나올 때는 "신차이라이(新菜來)"하면서 음식과 술을 균형을 맞추어 들도록 한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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