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대 황제중에 중국음식과 관련되는 황제는 淸朝의 건륭황제가 으뜸일 것이다. 그는 風流황제로 皇居인 북경을 떠나 風流와 예술의 고장인 江南에 자주 행차를 하였다. 황제의 행차가 쉽지 않고 많은 인력과 물자를 동원해야 하므로 때로는 심복 몇 명만 데리고 暗行도 많이 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의 중국음식과 관련되는 일화가 그로부터 나온 것이 많다고 전한다. 중국음식을 먹을 때 갖추어야 할 예의중 하나가 이웃에 앉아있는 손님의 찻잔이 비워져 있을 때는 차주전자로 차를 가득 채워주어야 한다. 또한 자기 앞에 음식이 돌아올 경우 이웃 특히 여성손님에게 음식을 먼저 떠주는 것이 좋다. 그럴 경우 서비스를 받은 손님 측에서는 인지와 중지로 가볍게 테이블을 툭툭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의 유래도 건륭황제의 암행시절과 관계된다. 건륭황제가 강남을 암행할 시절 항상 주위에는 변복을 한 심복경호가 따라 다녔는데 그들은 수시로 황제에게 "코우토우" 예를 올릴 수가 없다. 황제자신도 변복을 하여 주위사람들을 속이고 있기 때문에 황제 예우를 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만의 약속으로 두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치면 황제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윤허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중국 강남에서는 이러한 풍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두 손가락을 톡톡치면 "감사합니다"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서비스를 받았을 경우 반드시 감사의 표시로 두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치면 좋다.
중국음식에 富貴鷄라는 닭요리가 있다. 이름을 "부귀" 라고 역설적으로 붙였지만 일상에서는 "거지닭"요리로 통한다. 그러나 그 맛이 담백하고 요리방법이 특이하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왔다. 옛날 중국 강남지방의 소흥주로 유명한 소흥근처에 걸인들이 인근마을의 닭서리를 하여 털을 뽑고 황토진흙을 발라 어느 곳에 파묻어 두었다가 한 마리씩 꺼내 구워먹었다고 한다. 황토를 발라 놓으면 쉽게 상하지 않으면서 주위의 눈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심복들과 함께 암행중인 건륭황제는 밤이 너무 늦어 숙소를 찾지 못해 야외에 노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잠자기 전에 한 곳에 모갯불을 놓았다. 모두들 불 주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난데없이 고소한 닭고기 익는 냄새가 진동하였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출출한 일행에게는 참을 수 없는 냄새였다. 한참만에 그 맛있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았더니 뜻밖에 모갯불 아래에서 나오고 있었다. 황제의 심복들은 곧바로 그곳을 파 보았다. 황토흙에 싸여 있는 닭이 모갯불에 익혀지고 있었다. 황제일행은 질그릇처럼 구워진 황토를 깨내고 그 속의 닭고기를 뜯어 야식으로 맛있게 포식을 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 후 이 요리가 알려져 지금도 통닭에 황토흙을 발라두었다가 구워내어 딱딱하게 구워진 황토를 깨고 김이 무럭무럭나는 하얗게 익은 살이 나온다. 중국요리집에서는 중국말로 거지라는 뜻의 叫花子(지아화즈)의 닭이라는 의미의 叫花鷄라고 부르기도 하고 거지가 먹던 닭을 부귀로운 사람(황제일행)이 먹었던 닭이라는 뜻으로 富貴鷄라고도 부른다. 또는 이 닭을 먹으면 부귀로워진다는 소망의 뜻도 있다고 한다.
醉蝦의 지옥
중국요리중에는 미식가의 입맛만을 생각해서인지 동물애호가가 볼 때는 잔인한 것이 많다. 원숭이 골 요리는 살아있는 원숭이 골을 젓가락으로 파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번도 본적은 없다. 그리고 "술 취한 새우"(醉蝦)라는 요리는 새우지만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그 잔인성이 때로는 입맛을 가시게 한다.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 많겠지만 어른 손가락보다 큰 살아있는 새우를 내열 유리그릇속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도수가 높은 술을 샤워 하듯 붓는다. 그리고 나서 불을 부치면 불이 확 붙는다. 뜨거운 것을 직감한 새우가 필사적으로 튀어 오른다. 닫아놓은 유리그릇의 뚜껑이 열릴 지경이다. 새우가 조금씩 익어 갈색의 껍질이 담홍색으로 바뀐다. 문자 그대로 새우의 불지옥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눈으로 보고 즐기면서 먹는다. 살짝 익혀진 새우는 술의 향기가 베어 있다. 이 요리는 바다 생선류(海鮮)가 풍부한 광동지방의 대표요리이다. 손님 앞에서 살아있는 새우를 직접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요리해내어 손님에게 직접 서브한다.
생선 속의 암살자 칼
중국이 바다와 친숙하기 전의 어류재료는 모두 강이나 호수에서 충당하였다. 지금도 중국의 보수적 전통요리는 바다생선보다 민물생선을 주로 쓴다. 맨다린 피쉬라고 부르는 중국요리의 대표적인 생선인 桂漁는 호수에서 잡힌다. 허기야 중국에는 바다같은 호수가 많다. 호수의 고기이므로 고기 속에 호수의 진흙냄새가 난다. 그래서 잡은 생선을 깨끗한 물에 며칠씩 두어서 생선의 몸 속에 베어있는 진흙냄새를 빼낸다.
중국요리에 탕슈이위는 본래 진흙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 요리라고 전한다. 생선요리 중에 魚藏劍이라는 요리가 있다. 생선속에 칼이 감추어져 있다는 뜻이 식도락가에게는 섬칫하면서 관심이 가는 요리이다. 이 요리는 얄팍한 생선사시미(魚片)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오이로 짧은 칼 모양으로 놓여있다.
이 요리의 유래는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시대 지금의 無錫太湖 중심의 吳나라의 왕이 마침 太湖에 뱃놀이하고 있을 때 그를 암살하기 위해 만든 요리라고 한다. 吳와 원수지간이던 越의 암살자가 경비가 지엄하는 그 속을 뚫기 위해 吳王에게 진상되는 생선사시미 속에 면도칼 같은 칼날을 숨겨넣어 그 칼로서 吳王을 살해하고자 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칼 모양의 오이를 쓰면서 암살자의 요리 魚藏劍을 내놓는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