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泰 트레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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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반도의 동서로 10폭 병풍같은 연산(連山)을 타고 걷는 100Km의 맥러호스 트레일은 과거 홍콩주둔 영국군대의 有事時 산악교통로 였다고 한다. 그 후 용감하기로 유명한 네팔의 쿠루카족으로 구성된 쿠루카 대대의 지옥훈련 코스로 활용되다가 맥러호스 총독이 전장 100Km를 연결하여 시민의 등산로로 개방하였다고 한다. 매년 10月경 우리나라 동아 마라톤처럼 산을 좋아하는 홍콩시민이 대거 참여하는 자선 등산경기로도 유명하다. 사이콩의 하이아일랜드 호수에서 시작하여 튠문에서 끝나는 장장 100Km트레일을 논스톱으로 15∼20시간내 완주할 자신이 있는 분은 한 번 참가해 볼만한 코스이기도 하다. 매주 트레일을 찾다보면 재미있는 奇人도 가끔 만난다. 언젠가 어느 트레일에서 홍콩에 오래 산 과이로(鬼 老 : 외국인)를 만났다. 그는 홍콩의 트레일은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그가 트레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특이했다. 그는 트레일을 좋아하면 유사시에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전 오스트리아의 본트랩 대령(Sound of Music으로 영화화 됨)이 가정교사였던 수녀 마리아와 일곱 자녀를 데리고 나치가 점령한 조국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알프스 트레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에 하나 홍콩 시내의 도로가 차단된다면 타이쿠싱(太古城) 등 북각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비교적 안전한 홍콩 남서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金督馳馬徑과 金夫人 馳馬徑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해 연말 나는 교민회의 송년 모임에 참가하기 위하여 Deep Water Bay의 자키클럽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로 가게되었다. 나는 이 기회에 북각의 집에서 트레일로 파티장까지 가보고 싶었다. 파티장에서 입을 옷은 잘 접어 배낭에 넣고 난 후 등산복으로 집을 나섰다. North Point의 半山 브레머 힐의 아파트를 나와 바로 브레머힐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아파트 후문에서 오른편으로 돌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약간 가파르기는 하지만 주로 계단길을 10분정도 가볍게 오르면 벌써 아파트의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장도 내려다보인다. 金督馳馬徑(Sir Cecil Ride) 표지가 나온다. 이 길은 본래 Mount Parker Road에서 해발 436m의 Mount Butler 산의 허리를 감고 도는 트레일로 시작된다. 이 길은 해발 200m의 등고선을 따라 만들어져 있어 인근 주민들의 아침 죠깅코스로도 이용되고 있다. 브레머 힐을 지나고 北角 半山 지구의 아파트 群을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配水庫를 지나면서 30분 정도 서쪽으로 돌아 나가면 코즈웨이배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길은 등고선을 따라 움직이므로 걷는 길이 지루할 정도지만 오르고 내리는 길이 아니므로 힘든 길은 아니다. 金督이 부인과 함께 말을 타고 트롯팅 했던 모습이 연상되는 길이다. 힘은 들지 않지만 시간이 더 소모되는 것 같다. 발아래 홍콩의 샌드위치 소득층(중산층)을 위해 지어진 원통형의 라이탁춘이 바라보이는 듯 싶더니 Tiger Balm Garden의 고탑이 인근 아파트 건물 사이에서 어울리지 않는 자태를 드리우고 있다. 피부와 관련되는 병은 뭐든지 잘 낫게 한다는 연고 하나로 큰 돈을 벌어서 신문사도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던 싱가포르 화교재벌이 노후에 홍콩으로 이주하여 향수를 달래기 위해 중국식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난 후 신문사도 넘어가고 별장처럼 지어 놓았던 정원도 팔렸다고 한다. 한때 없어서 못 팔고 집집마다 상비약으로 갖고있던 tiger balm은 전쟁 중에는 돈 대신 거래되어 돈보다 tiger balm을 가지고 오면 쌀도 살수 있고 차엽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정원은 중국고대 신화 전설을 조각화 해 놓아 홍콩 관광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관광지역 이다. 그곳에 가면 중국 대륙 문화가 다이제스트로 집약되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곳이 홍콩의 완차이와 코즈웨이배이를 굽어보이는 위치로 홍콩의 고급주택지로 안성맞춤이다. 홍콩의 아파트 명당 찾는데 천재인 리카싱이 언젠가부터 이 가든을 탐내어 왔었다고 하는데 결국 뜻을 이루었다 한다. 얼마 안가 헐려서 콩크리트 아파트촌으로 바뀔 수 있는 타이거 밤 가든의 고탑은 애수의 그림자를 띄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안 가보신 분은 서둘러서 헐리기 전에 가 볼만한 관광명소이다. 트레일은 자딘 루크아웃 산 아래로 거대한 채석장(quarry)을 만난다. 지금은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지만 한때 돌도 캐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도 지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길은 홍콩경찰의 사격장을 왼편으로 하고 폐차장 같이 어수선한 지역을 지나면 홍콩의 성북동 같은 자딘 루크아웃의 고급 주택지로 나오게 된다. 바로 위는 해발 433m의 자딘 루크아웃이 이 지역의 풍수가를 즐겁게 해 주는 背山으로 버티고 서있다. 한 때 자딘회사가 양쯔강 수역에서 화물을 싣고 홍콩 동쪽으로 레이유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사 선박을 관찰하기 위한 장소로 쓰였다하여 이름이 유래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보가 돈으로 연결되어서인지 자딘 自社선박이 만선일 경우 주식이 뛰기 때문에 멀리서 들어오는 선박을 미리 보고 주식을 사거나 팔거나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자딘 루크아웃 주택지에서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면 길은 왕나이층 갭에 가까워지면서 홍콩 테니스 센타가 바라보인다. 양명산장으로 통하는 길도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저수지인 왕나이충 reservoir가 바로 앞에 있다. 이 곳은 유원지(park)로서 아이들과 보트놀이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브레머 힐에서 이곳까지 3시간 정도의 코스다. 金夫人 馳馬徑은 왕나이충에서 시작하여 Mount Nicholson 근처에서 300m 등고선에서 다시 200m 이하로 내려와서 홍콩섬의 남쪽으로 애버딘 호수를 돌아 애버딘 시내로 빠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되는 트레일로 연결되어있다. 나는 송년모임에 가기 위해 양명산장(park view) 아파트를 옆으로 하고 Deep Water Bay쪽으로 나갔다. 이 트레일은 윌슨 트레일 1번 구간이다. 가파르기로 유명한 twin peak에 오르기 전에 오른편의 계곡으로 들어가면 리펄스배이를 빠져 나온다. 리펄스 베이 비치에서 바닷길을 따라가면 Deep Water Bay beach로 나오게 된다. 파티가 예정된 자키클럽의 아담한 2층 클럽하우스가 땅거미 속에서 자태를 나타내고 있다. 유 주 열 (수요저널 칼럼니스트) 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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