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서강대 교수)
이집트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이 날로 뜨겁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에 이어 북아프리카 종주국인 이집트에도 개혁의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30년 무라바크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시민혁명은 독재척결을 넘어 아랍문화의 새로운 혁명을 예고할 정도로 거세다.
중동전쟁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무라바크는 북한을 네 차례나 방문, 김일성을 만난 적이 있다.
방문 후부터 아들 가말을 후계자로 세우는 준비를 하는 등 사람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집트 집권당(국민민주당) 정책위 의장인 가말은 올해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란 얘기가 나돌았던 인물이다.
무라바크가 북한 후계과정을 벤치마킹한 결과였다.
김일성을 만나고 난 뒤 북한 흉내를 내려다 나라를 망친 독재자로는 무라바크 외에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와 짐바브웨의 무가베가 있다. 장기독재에 이어 권력세습을 시도하다 비참하게 사라진 인물들이다.
모두다 민심을 거스르고 공포의 정치를 자행하고,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줄 무리수를 두다 권좌에서 굴러 떨어진 경우다.
그럼 다음 차례는 김정일 정권인가? 김정일 정권도 차우세스쿠, 무라바크, 무가베 못지않게 장기독재, 권력세습, 경제난 등 정권 몰락의 필요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다음은 김정일 차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라바크 키파야 바르라"(충분하니 퇴진하라)에 이어 김정일 퇴진의 목소리도 곧 북한 땅에서 들려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감을 잡은 탓인지 북한 독재정권은 이집트 소식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내부에 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변화의 새 바람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폐쇄체제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바깥 소식이 이곳저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사이버 네트워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 북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입소문인 유비통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변화의 싹이 개화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차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예전보다는 약해졌어도 아직은 막강하다. 민심을 부추길 수 있는 여건도 많이 부족하다. 그 만큼 북한체제는 정변의 조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북한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 수 있을까. 문제는 간단하다. 폐쇄체제를 약화시키면 된다. 바깥소식을 철저히 차단하고, 내부 정보를 유통시키지 않는 폐쇄성을 약화시키면 된다.
이것이 북한변화를 유도하는 지름길이며 체제변환을 견인하는 지렛대다. 새로운 소식을 북한사회에 주입시켜 북한 주민들이 눈
뜨도록 해야 한다. 사회구성원이 의식화되기 시작하면 민심이 형성되고, 만들어진 민심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게된다.
이를 수용할 수 없는 정권은 공포 조장과 통제로 버티려 하지만 결국은 민심에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동구권 붕괴를 초래한 변화의 방정식이다. 그리고 현재 북아프리카에 일고 있는 변화의 정식이다.
전단지(삐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태도가 바로 북한변화 가능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예전보다 달라진 북한사회는 새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남조선'에 대한 관심도 무척 높다. 최신 상품과 유행에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뭣 때문에 이렇게 못 사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던 당국 얘기를 흘려들은 지 오래다.
'다음 차례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성사키기 위해선 북한 변화의 충분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선 기다리면 안 된다.
이제 새 소식을 제대로 들여보내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 민주화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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