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롱지 실각설 근거 희박

주롱지 실각설 근거 희박

주롱지(朱鎔基) 중국총리 실각說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주 총리의 訪美 직후부터 시작된 실각설은 주로 베이징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9월 중순 들어선 위안화 평가절하說을 압도할 만큼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5일엔 실각설의 영향을 받은 홍콩 항셍지수가 무려 373% 포인트나 떨어졌고 홍콩 유력 언론들도 주 총리 실각설 관련 보도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홍콩 금융계가 실각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홍콩내 정통한 중국소식통들은 주 총리 실각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중국소식통들은 주 총리가 최근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횟수가 줄어들자 이를 실각가능성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에 대해 근거가 희박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 개월전 주 총리가 요통치료를 위해 허베이(河北)성에 갔을 때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근거없는 실각설이 나돌았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하고 있다. 주 총리 실각설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가지 측면에서 說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홍콩내 중국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첫째, 이유가 불충분하다. 실각설은 주 총리의 4월 訪美 직후부터 시작됐다. 당시 주 총리는 클린턴 美 대통령과의 WTO협상에서 미국측에 대해 지나친 양보를 했으며 이로 인해 보수파의 집중 공격대상이 됐다는 것인데 이는 설득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4월은 미국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사건과 타이완 이덩후이(李登輝) 총통의 兩國論 발언 이전시점으로써 '97년과 '98년 중-미 국가원수의 상호방문으로 조성된 양국간 蜜月이 계속 이어지던 시기였다. 당시만해도 WTO 가입에 관한한 미국보다 더 절실했던 중국으로서는 다소 많이 양보하더라도 조속한 가입실현이 최대의 목표였다. 따라서, 주 총리가 비록 중국경제의 사령탑이라고는 하지만 WTO 협상과 같은 중대사안에 대해 독자적인 결정권을 행사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방미 전에 장 주석을 포함한 최고위층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 주 총리는 단지 발표자의 역할만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보다 크기 때문에 주 총리의 4월 방미가 실각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주 총리가 지휘하던 국유기업 개혁작업을 장 주석이 직접 챙기기 시작해 주 총리의 입지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홍콩내 중국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작업은 도산과 실업이라는 고통을 전제로 한 것으로써 국가적으로는 지상과제지만 주 총리 개인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수반하는 것이다. 기업개혁의 대원칙에 관한 한 장 주석과 주 총리가 견해를 같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카리스마를 갖춘 경제총리의 도움이 필수적인 장 주석으로서는 국유기업개혁의 지휘봉을 자신이 직접 잡아 주 총리 개인에 대한 보수파의 공격을 희석시키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시기가 부적절하다. 주 총리 실각설은 오는 9월 19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黨 15期 4中全會(중국공산당 제 15차 전당대회 제 4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18일쯤 주 총리가 사표를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 중국의 권력구조는 형식적으로는 행정-입법-사법기관이 분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일당독재 형태로써 黨政의 분리도가 매우 약하다. 따라서, 공산당이 행정부를 영도하고(以黨領政) 군사를 관장하는(黨指揮槍) 정책결정 시스템에 관한 이해없이는 중국정치 권력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공산당 전당대회가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정책결정 기구임에는 틀림없으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전당대회에 앞서 개최되는 이른바 '베이따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 중국의 관례다. 지난 8월 공산당 최고지도자와 원로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된 '99년 베이따이허 회의에서는 2000년 국가운영 방향을 현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주롱지 총리에 대한 신임을 확고히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의 최고 정책결정회의에서 확정된 사안이 번복 내지는 취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10월 1일 건국 50주년과 12월 24일 마카오 환수라는 국가대사를 앞두고 안정을 지상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총리를 경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징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고위 권력자가 실각될 때에는 사전에 그 징후가 나타나는데 주 총리의 경우, 현재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사전 징후는 대개 공산당 기관지나 관영 매체가 고위 권력자 개인의 과실에 대한 지적을 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이는 76년 덩샤오핑(鄧小平) 실각, 79년 화궈펑(華國峰) 실각, '87년 후야오방(胡耀邦) 실각, '89년 자오즈양(趙紫陽) 실각 등을 앞두고 인민일보가 이들에 대한 '過誤批判'을 제기했음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난 16일 중국 관영 CCTV는 허베이(河北)성를 방문해 국유기업 개혁과 식량유통체제 개혁을 독려하는 주 총리의 활동을 무려 3분이상 비중있게 다루었고 중국 신문들은 APEC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장 주석을 맞이하는 주 총리의 사진을 크게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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