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사추이에서 만난 한 교민의 말을 들어보았다. 홍콩에 산지 20여년이 다 되어간다는 중년의 그는 쇼핑을 즐겨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No!"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에게 있어 쇼핑은 " 단순노동"이자 "시간 낭비"인 일종의 에너지 소모라는 것이다. "굳이 내 물건을 사기 위해서 그러니까 옷이니, 시계이니, 넥타이니, 이런거 사기 위해서 가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냥 집사람이 알아서 사다 주니까 그걸로 입게 되죠. 특별히 직접 가서 입어봐야 하는 것이라면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가보긴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10분 정도면 끝납니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패션 취향이라는 것이 없는 것일까?
"집사람이 사온 것들을 보고 웬만하면 그대로 입는 편입니다. 근데 영 아니다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안 입거나 다른 색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서 교환을 하죠. 그것도 말하기 귀찮을 때는 그냥 입기도 하고..허허."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은 취향으로 그는 아주 무난한 "중년 남성"의 패션으로 넥타이와 양복 그리고 구두를 착용한 채 "Normal"한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젊은 남성들의 생각은 어떨까? 페닌슐라호텔 쇼핑아케이드의 루이비통 매장 외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20대의 남성 2명을 만났다. 그들은 친구사이이며 홍콩을 여행하고 있는 그야말로 "젊은오빠"로서 서로의 독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몸에 알맞게 붙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뿔테를 착용한 한 친구와 줄무늬 남방에 흰색 바지를 입고 있는 두 청년은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았다고 한다.
"여기 와서 선글라스와 리바이스 청바지 2벌, 프라다 백팩 하나를 샀어요.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많이 저렴하고 한국에 없는 디자인들도 있어서 그런 것 구경하고 고르다 보면 시간이 정말 금방 가요."
서울에서 작은 의류매장을 한다는 다른 친구는 이야기한다. "저는 주로 저희 매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바잉(buying)을 한다는 목적으로 가끔 홍콩에 옵니다. 여기는 명품 뿐만이 아니라 남자들의 옷이나 가방 구두 같은 것들이 특이하고 독특한 게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모자들을 살 수 있어서 그게 좋죠"
그럼 홍콩에서 보게 되는 "홍콩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냥 평범한 것 같아요..하하.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주로 보게 되는 사람들이 양복 입은 사람들.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은 직장인들일 것이고, 아니면 학생들이나 일반인, 아저씨들 정도인데 특별히 튀지도 않고 어떨 때는 이렇게 매장도 많고 쇼핑할 곳도 많은데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옷을 입고 다니나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90년대 초반 패션 같기도 하고..(웃음)."
그렇다면 그들만의 패션스타일에 그들의 여자친구 혹은 주변 여성들의 평가도 반영되고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50%" 라고 대답한다.
"일단 저는 스포티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여자친구도 제 취향을 아니까 굳이 뭐라고 참견 하진 않아요. 모임이 있거나 약속이 있기 전에는 늘 셔츠랑 바지, 신발 등을 맞춰 놓는 편이죠. 입고 나갔는데 여자친구나 후배들이 멋있다, 괜찮다 그러면 기분 좋잖아요. 가끔씩 "저런 스타일 한번 입어보라고" 권유하면 한번 해보고 제 스타일에 맞으면 입고 아니면 안 입는 거죠." 2008년도 서울의 패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20대의 두 청년은 센추럴의 루이뷔통 매장을 보러간다고 MTR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모임에서 만난, 홍콩에 거주한지 1년이 조금 넘어선 30대 후반의 한국 남성은 아주 깔끔한 감색 정장에 단정한 서류가방을 앞에 두고 흰색셔츠에 아주 잘 어울리는 청색의 페라가모 넥타이를 정리하고 있었고 그의 왼쪽 손목에는 롤렉스시계가 빛나고 있었다.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자신의 패션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2]]
"비즈니스와 패션은 늘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깔끔하고 분위기에 갖춰진 패션이야말로 비즈니스계의 성공을 위한 기본이라는 생각을 특히 홍콩에 와서는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명품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그렇게 "호의적"은 아닌데 이곳과는 차이가 있죠. 단지 명품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따져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명품의 브랜드에 저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물품이 있으면 구입하는 편입니다. 지금 입고 착용하고 있는 것은 제가 직접 구입한 것도 있고 아내 혹은 다른 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것도 있습니다. 주로 제 아내와 함께 쇼핑을 하고 저의 취향과 아내의 안목을 조화시켜 저의 스타일 을 만드는 편이죠."
]]3]]그는 마치 "남성 패션 브랜드 광고의 카피"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똑같은 실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깔끔하고 분위기 있는 패션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더욱 능력 있어 보인다는 그의 결론이다. 공감할 수 있는가?
다양한 디자인과 악세사리, 가방, 구두들로 자신의 취향 에 맞게 한껏 멋을 낼 수 있는 여성과는 달리 남성들은 자신만의 패션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모임에서 만나게 되는 남성들의 패션스타일들을 꼼꼼히 되짚어보면 그 제한된 아이템들 역시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분위기와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그냥 착용되어 있는" 하나의 소품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을 때는 안타까울 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반듯한 양복 수트와 깔끔한 셔츠, 옷차림과 잘 어울리는 시계와 흐트러지지 않은 넥타이, 그리고 겉옷과 맞는 칼라의 신발과, 앉았을 때 살짝 드러나는 양말까지 전체적인 조화를 잘 이루어내고 있는 남성의 스타일을 보면 "감각이 있으십니다.
" 혹은 "여자친구(아내)분의 센스가 뛰어나시군요"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비단 그 모든 아이템들이 이곳 홍콩에서 넘쳐나는 비싼 명품이 아닐지라도 이왕이면 구입하여 착용하게 되는 쇼핑 아이템들을 조금 더 꼼꼼하게 따져본다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는 품목들과 적절하게 "믹스 & 매치"시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찾아내어 개성을 살리면서 주변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패션감각"을 발휘한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조금 더 "패셔너블"하게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멋을 아는 남성, 그리고 그 옆에 더욱 빛나는 여성이 함께 서 있는 이곳 홍콩에서 말이다.
경정아 (수요저널 리포터) jak@wednesday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