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 받은 유덕화
- 그가 말하는 영화와 한국, 그리고 그를 인터뷰하기까지의 우여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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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劉)*덕(德)*화(華)! 아시아 전역에서 그의 이름 또는 그가 출연한 영화 한 편을 보지 않은 자는 없을만큼 홍콩이 낳은 진정한 스타 류덕화! 그를 인터뷰하게 되기까지는 약간 과장을 보태 한편의 영화와 같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올 4월 5일에 열렸던 홍콩국제영화제의 전야제 취재를 위해 본격적 행사가 시작되기 전 파티현장에 도착한 기자는 준비에 분주한 행사장의 모습을 찍고 일찍 도착한 독립영화 감독들을 인터뷰하며 본격적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초대형 스타들이 행사장에 등장하기 약 20분전 즈음, 갑자기 진행요원이 본인에게 다가와 기자들은 정해진 취재 구역에서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며 본인을 4~50명의 수많은 기자들이 사람을 빨아들일 듯한 큰 렌즈를 장착하고 마치 저격수가 표적을 노리는 듯한 자세로 거침없이 카메라 셔터들을 누르는 구역으로 몰아넣었다. 기자는 다른 기자들과 비교되는 장난감스러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1~2분정도 포즈만을 취해주고 사라져버리는 스타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었다. 나의 소박한 디지털 카메라에 촬영된 영화제 사진은 흔들리거나 스타들의 뒷모습 아니면 다른 기자의 험악한 얼굴이 스타의 얼굴을 가린 사진 등으로 가득해 도저히 기사에 실을 수 없는 난감한 사진들만 찍혀 있을 뿐이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밀착취재는 커녕 사진 한 장도 못 건지고 가야 하는가?’하는 비참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하늘이 도우시려는 건지 본지 기자 근처에 유덕화가 양조휘, 장만옥, 성룡과 담소를 끝내고 다른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기자 곁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그 때였다. " 취재 하러 와서 이렇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갈 수가 없다"는 오기가 순간 발동하며 나도 모르게 류덕화에게 말을 걸었다.
'수요저널'이라는 한국어로 발행되는 홍콩 신문이라고 류덕화에게 말하며 좀더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자 한류열풍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그는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국을 정말로 좋아한다." "특히 한국 영화업계가 가진 투철하고 열정적인 마음가짐을 좋아한다."며 홍콩국제영화제를 부디 널리 홍보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양해를 구하며 그는 바쁘게 자리를 옮겨갔다. 그는 홍콩국제영화제의 홍보대사였고 이번 영화제에 어느 스타보다 제일 먼저 도착해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스타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언젠가는 유덕화를 단독 인터뷰하리라...
그 후로 몇 번 유덕화를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연출한 곽재용 감독이 '옹핑 360' 케이블카의 홍보 영상을 찍은 후 열린 파티와 몇몇의 홍보행사에서 그와 마주치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적당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11월14일에 있었던 피크타워 오프닝 기념 파티가 끝난 후 간만에 만난 몇몇의 영화계 지인들이 애프터 파티를 여는 장소에 빅스타인 여명이 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 돼 그를 인터뷰할 목적으로 열심히 친한 척을 하며 애프터 파티가 열리는 한 음식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여명은 오지 않고 시간은 점점 흘러가며 대화의 화제도 지지부진 해질 무렵 기자가 인터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놀랍게도 유덕화가 영화제작자, 영화신인 감독 등의 지인들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었다.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된 기자는 그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였다. 그동안 여러 유명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 전 거쳐야 할 사전협의 절차가 당연한 예의인 것을 알았지만 이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침 그가 한국의 국민 배우 안성기와 출연한 초특급 대작 영화 <묵공(墨攻)>이 개봉할 예정(이 인터뷰는11월 14일날 이루어지고 영화개봉은 11월24일)이었다. 더구나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오면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여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물어보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그 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영화와 홍콩에 대한 사랑을 짧은 시간이지만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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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저널 : 갑작스럽게 요청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일단 곧 개봉하게 되는 영화 (29일자 수요저널에는 막 개봉된 영화)묵공(영문명: Battle of Wit)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유덕화: 한국, 중국, 홍콩,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5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프로젝트며 16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규모의 시대극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기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여러 사상가들이 등장했지만 그 중 겸애와 비공을 주장한 묵가(墨家)사상에 초점을 두어 흥미로운 영웅들의 이야기 위에 전쟁의 참상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대작이다. 그저 그런 무술극이 아니다. 언론들의 반응이 좋아서 지금 기분이 무척 들뜬다. 당신도 꼭 보러 와라(웃음).
수요저널 : 알겠다(웃음). 영화 <묵공> 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달라.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한국의 유명한 배우인 안성기와 호흡을 같이 했다고 들었다. 그와 함께 연기한 소감은?
유덕화: 예전부터 안 선생님(안성기에 대한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고 실제 안 선생님이 출연한 여러 작품도 보았다. 들은 대로 무척 성실하고 굉장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묵공> 촬영에 들어가기 전 안 선생님의 대사가 현재 중국인들도 하기 어려운 고대 왕실 언어가 많아 대사 외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모두 외워서 오셨더라. 그런데 촬영 전날 대사가 대폭 수정이 됐다.(웃음) 물론 더빙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대사를 외우며 백전노장의 힘을 보여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실제로도 친구가 되고픈 사람이었다. 그리고 영화 <묵공>을 연출한 장지량 감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어릴적 동기동창생이었고 16년 전에 그가 쓰고 연출한 <마지막 패왕>이라는 영화를 너무 좋아 출연을 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당시 스케쥴상 머리를 자를 수 없었고, 결국 출연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같이 영화를 촬영한 것이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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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저널 : 새 영화의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입장으로 출연을 결정하는지?
유덕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상업적 성공이 어려워도 감독, 촬영 및 미술감독의 독창성에 매료되어 출연을 결정하거나 자신의 연기에 도전이 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되면 출연을 결정한다. 왕가위, 관금봉, 허안화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이 전자이고 <무간도>, <묵공>등이 후자의 이유로 출연을 결정한 영화이다.
수요저널 : 당신이 출연하여 공전의 성공을 거둔 영화 <무간도>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디파티드(Departed)>로 리메이크되어 홍콩에 개봉되었다. 보았는가? 그리고 이미 헐리우드에 진출한 주윤발이나 성룡처럼 아직도 헐리우드 영화계에 진출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덕화 : 봤다. 그 영화는 <무간도>와 전혀 별개의 영화가 돼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그 영화가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면 나름대로 홍콩 원작 영화 스타일이 묻어나오는 헐리우드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그 영화는 홍콩의 영화 <무간도>와 전혀 상관없는 느낌의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그리고 헐리우드 진출은 <무간도> 이후로 몇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다가 무산되었다. 나에게 딱 맞는 출연제의가 들어오기 전 까지는 무리할 정도로 헐리우드 진출을 하고 싶은 계획이 전혀 없다. 나름대로 바쁘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아시아에서 진행하느라 정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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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저널 : 요즘 홍콩에서 한류 반응에 대한 변화가 심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유덕화: 어느 연예인이든 인기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한류열풍이 불었다 식었다 하는 것도 똑같은 경우다. 크게 신경 쓸 것 없다고 본다. 단, 한류, 일본열풍을 떠나 전체 아시아가 세계의 열풍을 일으키길 바란다. 그리고 대중에 대한 한류열풍이 변한다 하더라도 평론가들이나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국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나도 <괴물> 등 꾸준히 여러 한국 영화들을 보고 있는데 여전히 다양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흥미롭게 펼쳐나가는 한국 영화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한류가 퇴화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수요저널 : 본인은 당신을 올해 열린 '홍콩국제영화제'에서 본 적이 있다. 영화제를 위해 열심히 홍보하는 당신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조금 오래됐지만 영화제가 끝난 후의 소감은 어떤지?
유덕화 : 말할수록 입이 아픈 사실인 홍콩 영화 시장이 갈수록 위축 되어 가는 시점에 실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많은 자국 영화가 선보여야 주목받는 영화제가 될 수 있을텐데 많이 안타깝다. 아마 홍콩영화제는 갈수록 번창하는 부산영화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될 것 같다. 오히려 홍콩국제영화제보다 더 많은 홍콩영화 관계자들이 부산 영화제에 온 것을 보고 놀라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홍콩영화제를 통해 소수의 독립영화 작품과 감독들이 주목 받게 되어 그 점은 기쁘다. 나 역시 이번 영화제에서 발견된 신인 감독들의 새 작품의 제작에 참여하는 등 나름대로 영화제 및 홍콩영화계를 살리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콩 역시 정부 지원 하에 부산국제영화제처럼 크게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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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저널 :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질문하겠다. 이번 영화제에서 공로상인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고 방문했던 유명인사들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인터뷰 요청 공세에 시달리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고 돌아왔다고 들었다. 소감을 말해 달라.
유덕화 : (정말로 감동한 듯) 아! 정말로 좋았다. 20여년 동안 배우로서 사랑 받은 것 외에도 제작자로서 신인 감독들을 양성하고 저예산 영화를 지지해온 점을 높게 평가받아서 받은 상이라 기뻤다. 사실 배우로서 보다는 제작자로서의 위치가 많이 흔들 린 때가 있어서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서도 (제작자로서) 나의 노력이 인정받은 점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부산에 머무는 동안 너무 편안해서 예정보다 더 오래 머물렀다. 파파라치가 없어서 였나?(웃음) 8~90년 대에 내가 출연했던 영화서부터 최근 영화 <무간도>까지 나를 알아 봐주는 팬들이 시민들과 배우들 또는 영화관계자들도 중에도 많이 있었고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관객들이 더 많은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관계자분들 특히 '김선생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이렇게 말하였다)은 만날 때 마다 늘 일을 하고 계셨다. 영화제가 큰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끈임없이 노력하시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나 역시 노력하는 태도는 누구 못지않다고 자부했는데 김동호 집행위원장님을 보니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수요저널 : 연기자에서 제작자로 변신한 계기가 있다면?
유덕화:1991년도에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제작을 시도했다. 그 당시 '내가 이 방면에 꽤 뛰어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도전했는데 의외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제작한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어 한동안 다작 출현을 하여 사업을 유지했고 지금은 빚을 다 청산하고 성숙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1999년도부터 일년 간 전문 인력자들을 보강해 다시 새로운 영화사를 설립하게 됐다. 지금은 홍콩의 감독과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마음으로 제작을 해나가고 있다. 사실 조금 힘든 점도 있다. 내 스스로 지금의 유명세를 계속 얻어가고 싶으면서도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것에 욕심을 품어야 한다. 그 자체가 좀 모순인 것 같다.
수요저널 : 배우, 연기, 가수, 제작까지 했다. 감독이 될 꿈은 없나?
유덕화: 아직까지 감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나보다 뛰어난 인물들이 얼마든지 많다. 내가 만일 영화를 찍었는데 사람들이 보지 않고 비난한다면 무척이나 견디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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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저널 : 앞으로 향후 계획은?
유덕화: 한국의 '태원 엔터테인먼트'와 홍콩의 '비주얼라이저'가 공동 제작하는 한중합작영화 <삼국지-용의 부활>의 조자룡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며 포커스 필름(자신이 설립한 영화사)에서 두 번째 <퍼스트 컷>이라는 제목으로 독립영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신인 감독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내가 출연했던 과거의 작품들 또는 중국을 대표하는 5세대 감독님 작품들의 리메이크도 욕심이 난다
수요저널 : 사적인 시간에 무리하게 요구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런 의미로 사진 촬영까지 요구하진 않겠다.(웃음) 앞으로 하는 사업이 승승장구하길 진심으로 빌겠다.
유덕화: 사진 촬영 요구 안 한거 정말로 감사드린다.(웃음) 새 영화 <묵공> 많이 홍보해주고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하겠다.
8~90년대의 황금과 같던 홍콩 영화들에서 반항적이며 남성적인 멋진 매력을 뽐내며 빛나던 우리가 사랑했던 유덕화는 올해 44세가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서는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에서 군림한 명실상부한 '홍콩의 스타 유덕화' 와 홍콩 영화계의 미래를 걱정하며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제작자 유덕화' 얼굴까지 동시에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빛나고 있는 그를 보면서 여전히 홍콩 영화계는 한줄기 희망이 남아 있다는 확신을 가지며 발걸음을 돌렸다 .
정수태(수요저널 리포터)
ivanjung@wednesday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