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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대규모 국제중재 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방문한 수백 명의 국제중재 변호사들과 업계 관련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여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도 많았고 과거에 한두 번 만났던 사람들과 재회하는 시간도 있었다.
분쟁 해결 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업계와 계층의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해 왔으나 단시간에 그토록 다양한 문화권과 사회 계층의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경험은 자주 있지 않다. 이런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각 개인이 선택하는 언어, 표현 방식, 그리고 대화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자리에서 나눈 수백 건의 대화들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어떤 의도로 대화를 이끌어 가며 어떤 태도를 드러내는지가 얼마나 강렬하게 그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어 이 글을 작성했다.
우리가 매일 나누는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의 영역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identity)과 타인의 자신에 대한 인식(perception)을 직접 구성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초면의 관계이거나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선택하는 언어와 표현 방식, 그리고 대화하는 태도 자체가 그 개인의 품격과 인격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최근의 경험과 실무를 통해 축적된 관찰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할 때 반드시 준수하면 좋을 대화의 원칙들을 정리해 본다. 이 원칙들은 국가와 문화를 초월하여 상호 간 신뢰와 존경을 형성하기 위한 보편적인 원칙들이라고 생각한다.
의도는 부차적이다 (수용reception의 문제)
짧은 시간동안 만나 의도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전달할지에 집중한 나머지 그 내용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메시지라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그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하는가 라는 점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상대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먼저 고려하고 표현을 선택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존중의 표현이며 동시에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소통의 방법일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 여운이 관계의 기억을 결정한다
홍콩을 방문하는 많은 변호사들이 만남을 요청하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많은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의 만남에 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렇듯 상대의 제안이나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해야 하는 상황은 사회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미안함을 우선시하여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한 후 거절의 메시지를 뒤에 배치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연락은 정말 감사하지만 아쉽게도 상황상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의 최신효과(Recency Effect)는 인간이 가장 마지막에 받은 정보를 가장 강하게 기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에 따르면 상대의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은 '거절'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메세지의 전달 순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난처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먼저 거절의 메시지를 명확하고 결연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죄송하지만, 제안해주신 날짜와 시간에는 만나 뵙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별도의 미팅은 어렵습니다.") 그 이후에 연락을 주신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향후의 만남을 갖고 협력해 볼 것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덧붙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렇게 연락을 주시고 미팅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홍콩에 방문하면서 저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의 기회에는 꼭 뵙고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상대의 기억에 남게 되는 마지막 여운은 거절의 불쾌함이 아니라 감사함과 미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메시지와 메신저의 분리 (신뢰를 지키는 원칙)
건설적인 의견 교환의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견해의 차이가 드러나고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메시지'와 '메신저'의 명확한 구분이다.
의견의 불일치는 논의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좁혀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상대의 의견 자체가 아닌 그 의견을 제시한 사람 자체를 대상으로 공격하게 되면 신뢰는 무너지고 감정적 상처만 누적될 수 있다. 그러한 순간 설득의 기회는 회복 불가능한 방식으로 소실되기 쉽다.
상대의 견해는 그 개인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 온 경험치와 통찰력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그 의견에 바로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의견 교환 자체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영역을 학습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의견에 대해서는 비판적 검토를 하면서도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존경의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겸손 (관계 확장의 모든 가능성을 여는 태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떻게 저를 모르실 수 있을까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러한 태도는 자신이 반드시 알려져 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면 그런 표현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과 불만족감은 새로운 관계로 확장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역으로 한 분야에서 진정한 명성과 성취를 이룬 인물들의 특징 중 하나는 상대방이 자신을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자체에도 감사를 표하는 겸손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겸손한 태도야말로 그 개인의 진정한 품격을 한층 높이며 상대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겸손은 모든 대화와 관계 형성의 가능성을 여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자 지속 가능한 신뢰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 축적된 경험,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그 사람 전체를 정의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오늘 나누는 각각의 대화가 나 자신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으며 내 품격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자문해 보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소중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