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가자본주의 성향이 강해 국영기업은 은행 대출을 쉽게 받지만, 중소 민간기업은 은행 문턱을 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저우에서는 2008년 말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4~9월 중소기업인 80여명이 자살을 했거나 시도했다.
중소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저장성 여성 사업가 우잉(吳英·31)은 투자자들에게 빌린 사채 3억8000만위안(약 540억원)을 갚지 못해 사형 집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후진적인 금융시스템을 고치기 위한 개혁 시험에 나선다. 국무원(내각)은 28일 저장성 원저우시를 ‘금융종합개혁시험구’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전했다.
실험이 성공할 경우 중국 전역에서도 금융개혁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원은 민간대출을 제도화해 민간투자회사 설립을 장려하고,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며, 감독기구를 정비하는 내용을 담은 12개 항목의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저우는 민간자금이 충분해 민간금융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빈발하는 사채문제를 해결하고 원저우를 민간경제 및 민간금융의 모범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시험구’로 승인했다고 국무원은 설명했다.
개혁 핵심은 ‘민간금융 강화’로 중소기업들에 자금 숨통을 터주는 것이다. 국영은행 위주인 중국 금융체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민간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아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꾀하기로 했다.
국영은행은 신용대출기관을 만들어 소액대출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크레디아그리콜 기업투자금융 전략가인 다리우스 코왈지크는 “상당히 의미 있다”며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 국내총생산(GDP)을 유지하려면 민간부문의 대출 접근성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국영기업이 아닌 창의적인 중소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들도 환영했다. 원저우에서 소규모 전선공장을 운영 중인 취궈닝은 “정부가 민간대출을 인정해주면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이번 개혁조치에는 원저우 주민들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중국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것을 감안해 해외투자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도는 1인당 연간 2억달러(약 2270억원)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전문가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중국 은행들이 시중금리를 자율화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지하금융을 공식화하는 이번 조치는 근본적인 금융부문 개혁을 대체할 수준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