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정부 수반 달라이 라마 물러나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망명정부 수반 달라이 라마 물러나

 

 

반세기 이상 티베트망명정부를 이끌어온 달라이라마가 10일 전격적으로 수반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이상과 현실 간에 다리를 놓으려는 고심 끝에 내려진 결단으로 보인다.

 

10대부터 갖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을 늦게나마 구현하기 위해 '정치적 역할'을 내려놓은 반면에 국내외 티베트인들의 정서를 감안해 영적 지도자의 역할은 고수한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대외적으로 티베트의 종교지도자로만 알려졌지만, 한편으로 망명정부의 국가원수이기도 하다. 각국을 돌며 티베트 문제의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외교를 수행해왔다.

 

그 책무를 비록 티베트 자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선거에 의해 선출된 세속의 지도자에게 넘긴 것이다.


그는 이날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반중국 민중봉기 52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티베트는 이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선출된 지도자가 이끌 때가 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의 은퇴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티베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낙심해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며 티베트의 정당한 운동을 위해 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1989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는 취임 직후부터 티베트의 전통적인 권력체계를 민주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꾸린 다음 해인 1960년 민선 의회를 출범시켰다.

 

2001년부터는 망명정부의 정치적 지도자 격인 총리직(Kalon Tripa)을 임기 5년의 민선으로 뽑도록 했다. 그는 민선총리가 등장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총리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망명한 티베트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자신을 대체할 세대가 등장했음을 시사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전했다.

 

삼동린포체 현 총리는 지난해 가디언 인터뷰에서 "늙은 승려들의 시대는 지나고 있으며, 우리는 젊고 활력이 넘치며 세속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교지도자의 역할마저 내려놓지 못한 것은 달라이 라마의 종교적 후계자를 세우려는 중국과의 알력 및 국내외 티베트인들 간의 분규를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도 고국의 600만 티베트인들을 잊지않았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북아프리카 등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주목할 만한 비폭력 투쟁을 지켜봤다"며 "이 시위들은 비폭력적 실천이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티베트 전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의 은퇴 후 망명정부의 수반은 20일 결선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새 총리가 맡게 된다. 투표는 인도와 네팔, 부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진 티베트인 8만명이 참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