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기러기 아빠로 산다는 건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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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기러기 아빠로 산다는 건 - [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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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교민들 중에는 다수가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내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함께 오기 힘든 상황이 많다. 나 역시 작년부터 기러기, 아니 역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아들이 먼저 한국에 대학을 다니면서 떨어져 나갔고, 재작년 말 아내도 두 남자 사이에서 한국에 있는 사람을 택해 처소를 옮겼다. 그렇다면 홍콩에서의 기러기 아빠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의 후보생들에게 참고가 되고자 이 글을 준비했다.  

 

 

기러기 생활의 장점은?

 

 

1년 기러기 아빠로 살아보니 장점이 적지 않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자유로움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족의 눈치를 볼 일도 없어졌다. 나는 학원과 교육업에 종사하는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일을 나가는데, 이에 대한 미안함이 사라졌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것도 좋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독신주의자인 이동욱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는 하루종일 누군가의 이웃으로, 누군가의 고객으로, 누군가의 직장 동료로 수많은 역할 놀이를 하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나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집에 와서까지 누군가의 애인, 남편, 부모, 사위, 형부이고 싶은가? 누군가를 위한 누군가가 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려면 싱글이 답이다.” 

 

모두가 혼자 살아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끝부분에서 이동욱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홀로서기가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혼자만의 시간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면 행복하지만, 때로 말이 섞이며 불필요한 언쟁과 다툼도 발생하곤 한다. 적당히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약간의 애틋함도 생기며 충돌도 줄어들었다. 

 

홍콩과 서울의 거리가 항공편으로 3시간 남짓이라는 것은 축복이다. 최근에는 항공편도 많아져 왕래도 수월하다. 나는 2~3개월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 잠시 다녀올 수도 있다. 

 

최근 환율도 좋아 국내 송금 시 덕을 보고 있다. 매일 무료로 가족과 영상 통화를 가능하도록 한 IT 기술의 발전에는 감사함을 표한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기러기 생활이 외롭지 않다.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중국대륙 등으로 짧은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홍콩에는 한식당과 한국 식품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 식사에도 어려움이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당연히 가족이 없어 불편하고 힘든 점도 있다. 첫 번째는 가사일이다. 나는 우리 학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집을 얻게 되며 한가지 계획을 떠올렸다. 헬스클럽 다니기다. 그런데 막상 혼자 지내보니 집안일이 보통이 아니다.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빨래 등으로 잡아먹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혼자 살게 된다면 가사 도우미를 시간제로 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두 집 살림을 하며 추가되는 비용도 단점으로 꼽힌다. 예전에 아들 혼자 한국에서 지낼 때보다 아내가 간 후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지금이 생활비가 더 들고 있다. 고마운 점은 우리 가족이 모두 검소하다는 것이다. 특히 알뜰한 아내 덕분에 불필요한 생활비 지출이 없다. 나 역시 아껴 쓰는 생활을 실천 중이다. 

 

하나 아무래도 온 식구가 함께 지낼 때보다 두 가족 살림이 지출은 더 많다.  아직 귀가 후 느끼는 허전함은 없다.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는 것도 외롭지 않은 홀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한참 아이가 성장 과정에 있고 가정에 대한 애틋함이 큰 가장이라면 기러기 생활은 힘들 수 있다. 우리 학원 중국어 직장인반에 다니는 이 모 씨도 최근 가족을 모두 한국에 보내며 역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아내, 두 딸과 함께 지냈던 북적거림이 그립다고 말한다.


기러기 생활의 팁!

 

 

첫째, 될 수 있으면 한국행 일정을 미리 정해 항공편을 예약한다. 홍콩의 연휴 기간은 고국 방문의 기회다. 이때는 당연히 비행기 푯값이 비싸고 원하는 시간을 찾기도 힘들다. 하나 미리 예약하면 좀 더 저렴한 동시에 선택의 폭도 넓다. 나는 성탄절, 부활절 연휴의 항공편을 약 6개월 전에 구매했다. 

 

둘째, 요리를 배워두면 좋다. 요즘 먹방 유튜브 방송은 차고 넘친다. 요리 배우기에 이보다 좋은 환경은 없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입맛에 맞게 조리하여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리하는 남편, 아빠로의 변모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족 모두가 반길 것이다.  

 

셋째, 새로운 취미 생활을 만들어 본다. 가족에 봉사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독서, 운동, 악기 연주, 어학 공부, 혹은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취미 활동을 가져 보자. 나는 기러기 아빠가 된 후 6시에 일어나 독서 및 명상을 하고 주 3회는 달리기를 하고 있다. 

 

넷째, 영상 통화, 메시지 등으로 가족과 매일 소통한다. 오히려 같이 지낼 때보다 대화가 많아지기도 한다. 나는 날마다 한국의 식구와 영상 통화를 한다. 또한 매일 날이 밝아오면 ‘아침을 여는 5분 음악’이라는 코너를 마련, 하루를 지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명구들을 내가 선곡한 유튜브 음악에 띄어 메시지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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