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금요일 오후. 홍함에 중국어 출장 강의를 갔다가 현지 문화 체험을 위해 평소와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스트 침사추이에 위치한 홍콩 역사 박물관이었다. 이 박물관을 찾게 된 배경에는 우리 학원 광동어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 “역사 박물관 가 보셨어요? 싹 바뀌었는데 홍콩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가 잘 되어 있더라구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말에 날 잡고 떠나 보았다.

우선 홍콩 역사 박물관에 대해 소개해 본다. 이곳은 홍콩의 역사와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공 박물관이다. 기원은 1962년 시티홀 아트 갤러리 앤 뮤지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시티 뮤지엄 앤 아트 갤러리로 개칭된 후 1975년 홍콩 미술관과 분리되면서 독립했다. 초기에는 침사추이 스타 하우스의 임대 공간에 자리 잡았다. 1983년 구룡 공원으로 이전했다가 1998년 현재의 침사추이 이스트 채텀 로드 사우스 100번지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새 건물은 약 3억 9천만 홍콩달러를 들여 건립되었으며, 총 연면적 약 1만 7천500제곱미터에 달한다. 인근 홍콩 과학관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박물관 단지를 형성한다.
박물관의 핵심은 상설 전시 ‘홍콩 스토리’이다. 이 전시는 2001년 8월 개관했으며, 당시 6년의 준비 기간과 약 2억 홍콩달러를 투입해 완성했다. 개관 이후 천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맞이하며 홍콩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0년 10월 19일부터 대규모 개편 공사에 들어가 약 5년 반 동안 문을 닫았다가 2026년 4월 1일 전면 재개관했다. 개편의 배경은 전시 개관 후 20년 가까이 흐른 시점에서 새로운 학술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관람객 참여형 전시를 강화하며, 홍콩과 중국 본토의 역사적 연결성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공사는 당초 2년 내외로 계획됐으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연됐다. 관련 예산은 약 4억 6천6백만 홍콩달러로 추산된다.
역사 박물관의 장점으로는 무료 입장, 광둥어·표준중국어·영어 음성 안내, 정기 가이드 투어 제공, 가족 단위 관람에 적합한 구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동시에 홍콩과 조국의 역사적 뿌리와 연대를 강조하는 서사로 전환된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과거 ‘할양’으로 표현되던 1841년 사건은 ‘강제 점령’으로 바뀌었고, 1989년 관련 서술도 조정됐다. 2024년에는 국가안보 전시관도 별도로 개관했다.

이스트 침사추이역 P2 출구로 나가 큰 대로를 따라 올라가니 약 5분만에 두 박물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왼쪽은 역사 박물관, 오른쪽은 과학 박물관이다. 두 박물관이 도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거 같다. 입구로 들어가 정면 2층 홀로 올라가면 중국의 현대 발전상을 보여주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의 첨단 과학 분야가 많이 전시되어 있어 과학 박물관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게 했다. 다시 내려와 복도를 따라 걸어간다. 본격적으로 홍콩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이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역사 박물관은 ‘홍콩 스토리’라는 주제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개편된 홍콩 스토리는 기존 2개 층 8개 전시실 체제에서 지상층 중심의 10개 전시실로 재구성됐다. 네 가지 핵심 주제인 ‘문화의 뿌리’, ‘동서양의 만남’, ‘일본 침략에 맞선 연합’, ‘글로벌 메트로폴리스로서의 홍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약 2천800점 이상의 유물과 역사 사진, 영상, 멀티미디어 설치물이 선보였다. 대표 전시물로는 남야도 타이완에서 출토된 국가급 유물인 야장(牙璋), 이청욱 한묘 출토품, 1930년대 이중 전차와 거리 풍경 재현, 성채당 한약방 재현 공간, 1970년대 재정착 단지 주거 공간, 50번 트램 등이 있다. 또한 교육용 텔레비전 프로그램 관련 점토 인형과 1970년대 홍콩 안테나 엔지니어링 관련 자료 등 유물들도 볼 수 있었다.
전시의 특징은 단순한 연대기적 나열이 아니라 몰입형 장면 재현과 인터액티브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점이다. 재현된 거리와 주거 공간을 거닐며 홍콩 사람들의 생활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리청욱 한묘 박물관, 라우욱 민속 박물관, 소방선 알렉산더 그랜섬 전시관, 손중산 기념관 등 분관을 운영하며 홍콩과 남중국의 역사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옛 홍콩의 모습들이었다. 진귀한 사진과 동영상들을 통해 개화기 및 발전 과정의 홍콩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박물관을 제대로 둘러 보려면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선사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6천 년 홍콩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 무료로 개방되는 상설 전시는 현지인과 방문객 모두에게 홍콩의 정체성과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 거주하는 교민이라면 아이들 손을 잡고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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