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감 쩨 야아보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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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감 쩨 야아보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홍콩의 자영업자들은 요즘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시위의 영향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데 상황이 잠잠해지려니 더 큰 것이 터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 끝을 예측하기 힘든 우한 폐렴 사태이다. 불행은 한꺼번에 닥친다고 했던가. 엊그제, 홍콩 정부는 결국 서비스 업종과 저소득층을 위해 250억 홍콩 달러를 지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홍콩의 업체들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는 교민들 역시 힘들기는 다를 것이 없다. 이미 작년에 장기간의 시위들로 휘청거렸는데 겨우 추스르려고 하니 또 한 방이 강하게 들어온 것이다. 

필자 역시 홍콩에서 12년간 사업을 하면서 이와 같은 일련의 우환들은 처음 겪고 있다. 남편이 여행업 종사자였던 우리 학원의 수학 교사 한 분은 작년 시위 여파를 넘지 못하고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귀국하며 짧은 홍콩 생활을 접어야 했다. 

자영업자 및 서비스 업종의 경우 손님은 줄고 그에 따른 매출 감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임대료 등의 고정비는 야속하게도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한 명의 교사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런 문구를 보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많은 협조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미소 띤 이모티콘과 함께 그녀가 보내온 회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시기만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걱정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지극히 당연한 이 사실이 위로가 되어 다시 한번 나를 일깨워줬다. 따지고 보면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많은 학생들이 연장된 방학으로 인해 한국에 갔지만 이 와중에 새 수강생들도 생기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한국 거주 수강생을 받기도 했다. 

멀리 홍콩까지 연락을 해 와 한국에서 전화로 광동어를 배우려는 직장인이었다. 코로나라고 쓰여 있는 강한 폭탄을 맞았지만 이처럼 아주 폭삭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또한 우한 폐렴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며 이와 관련된 노하우도 쌓을 수 있어 하나의 기회가 되고 있다. ‘위기’라는 단어는 위태로울 위(危)’자와 ‘기회 기(機)’자로 이루어져 있다. 

나 역시 이 ‘위’ 속에서 ‘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있는 홍콩의 부동산 가격으로 집을 사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2000년대 이후 홍콩인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03년 사스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로, 홍콩의 주택 가격이 당시 각각 9%, 14%나 폭락한 바 있다. 


사실 사업을 하다 보면, 아니 살다 보면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인생의 묘미는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인생은 하나의 초콜릿 상자와 같아. 네가 어떤 초콜릿을 집을 지 알 수 없거든”이란 말을 했다. 이것은 그녀가 아이큐 75의 저능아이자 다리 불구였던 아들에게 해 준 말이다. 

필자가 홍콩에서 경험한 최고의 특수 중 하나는 2015년 여름이었다. 바로 메르스 사태 때이다. 한국의 메르스 발생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홍콩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되면서 필자는 식사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경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홍콩에서 한편으로는 마스크, 휴지, 손소독제 제조 회사들이 24 시간 공장을 가동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존재한다. 

“이 시기만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라고 한 그 교사의 말은 단순히 위로가 아닌 사실일 것이다. 다행히 이 전염병은 ‘유행’의 한 형태이다. 유행의 특징은 짧은 시간 널리 퍼졌다가 이내 곧 가라앉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년 이맘때, 사람들은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여기저기 휴지를 사러 다닐까?

2008년 개인 사업을 시작한 필자는 우려와 달리 시작이 참 좋았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귀국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일단 시작했으니 거기서 승부를 내라”라고 귀국을 만류하시는게 아닌가. 

금융 위기는 곧 정리가 되었고 아버지의 그 한 마디 말씀으로 필자는 이후 10년이 넘도록 비교적 순조롭게 사업을 운영해 왔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교민들도 좀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을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에서 한 박자 쉬어가며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위기에서 기회를 창출해 보는 시도도 해 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있듯이 뜻밖의 호재가 고진감래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옛날, 지혜의 상징인 솔로몬 왕의 손가락에는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었다. 그 반지에는 히브리어로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gam zeh ya’avor! (감 쩨 야아보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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