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춰지고 있는 요즘, 오늘(2월 9일) 인터넷 뉴스는 일제히 “우한 폐렴 사망자, 사스 때를 넘었다”를 제목으로 한 기사들로 도배되었다. 최근 이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가 800명을 돌파하며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 때를 넘어선 것이다.
사스는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하여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하였다. 사스와 우한 폐렴이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어서 이 둘을 비교하는 기사를 언론을 통해 접하곤 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야생 동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며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이다. 사스는 중국 광동성, 우한 폐렴은 후베이성에 위치한 대도시 우한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CNBC의 보도에 의하면 전염성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사율은 사스가 더 강하다. 사스는 8개월간 8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여 774명이 사망했으니 확률로 보면 10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반면 우한 폐렴은 현재까지 약 3%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에 이른 사람들은 대개 심장병, 당뇨들의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잠복기의 경우 사스는 2~7일 정도로 짧았으나 이번 바이러스는 최장 2주이다.
사스의 경우 중국, 홍콩에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반면, 우한 폐렴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사스 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 홍콩인데 이곳에서만 299명이 사망했다.
당시 유독 홍콩에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원인은 무엇일까? 2011년 개봉되어 현재의 전염병 사태를 예언한 영화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290만이 살고 있는) 구룡 지역은 전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에요. 전염병 속도가 빨라질 거예요.”
케이트 윈슬렛,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쥬드 로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첫 감염자로서 홍콩의 첵랍콕 공항에서 전화를 하는 기네스 펠트로를 비추며 시작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박쥐의 배설물을 먹은 돼지를 요리하는 한 요리사가 손도 잘 씻지 않고 기네스 펠트로와 악수를 하면서 전염병이 시작된다는 설정으로 끝난다.
이 영화의 대사처럼 세계 최고의 높은 인구 밀도에 더해, 빽빽하게 병풍처럼 들어선 고층 빌딩까지, 전염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홍콩은 그 어느곳 보다 피해가 커질수 밖에 없다. 이로인해 이번 우한 폐렴은 사스의 아픔을 겪은 홍콩 사람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한 폐렴 사태는 홍콩에서 아직 사스 때와 같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정부에 많이 화가 나 있는 듯 하다. 이것은 작년말의 홍콩 시위 사태 촉발 원인인 ‘중국’과 다시 연결되어 있다.
중국 대륙에서 온 사람들의 대량 구매로 촉발된 마스크 부족 사태로 홍콩 사람들은 또 한번 폭발한 것이다. 홍콩 정부는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도, 그렇다고 마스크 공급을 위한 효율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홍콩 사람들의 불만이다.
어떤 홍콩 학생은 사스 당시 행정장관의 부인이 나서서 직접 시민들에게 살균제등을 배분해 준 것을 떠올리며 지금 정부는 손놓고 있다고 성토했다.
얼마 전 필자는 휴강으로 수업이 중단된 홍콩 학생들에게 “요즘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묻는 메세지를 보냈다. 이에 한 학생은 “마스크 사러 다니면서 줄 서느라고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ㅠㅠ”라고 대답해 왔다.
사스 때는 지금과 같은 마스크 공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제도적으로 지금처럼 홍콩과 중국 대륙간의 자유 왕래가 없었다. 홍콩으로 오는 중국인들의 숫자도 제한되어 있었다.
2002년 중국 대륙인의 홍콩 입국 횟수는 683만회였다. 그러나 2019년 대륙 사람들의 홍콩 입국 횟수는 무려 4,377만회로 크게 증가했다. 이 수치는 시위 여파로 전년 대비 14.2% 감소한 것임을 고려하면 중국인의 홍콩 방문 횟수 증가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금과 반대로 사스 때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이 홍콩이었기에 당시 중국 사람들은 홍콩에 오는 것을 꺼려했고 따라서 마스크 부족 현상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스크 대란에 더해 휴지, 식료품까지 대란 품목에 오르고 있다.
홍콩 사람들은 사스 사태를 통해 방역 소독 지식, 위생 청결 유지등을 교훈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사스 이후 청소차들이 자주 도로를 청결히 하고 있고 식당에서의 꽁파이(公筷: 중국 식당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젓가락) 사용도 이때 더욱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륙과 접경지에 있다 보니 외부에서 오는 감염 상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협조와 이해, 노력을 통해 하루 빨리 이 상황을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