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DJ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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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DJ 놀이

여러분들은 홍콩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가. 아마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로인해 누구에게는 장점으로 느껴지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부부의 경우라도 남편과 아내가 느끼는 장단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주재원으로 오는 남편에게는 해외 업무가 하나의 좋은 경력이 된다면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아내의 입장에서는 홍콩 이주가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기업 출장 강의를 가 보면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내와 자녀는 한국에 남고 주재원으로 혼자 오는 남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아내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아이의 교육 문제가 주 원인인 것 같다. 반대로 아내가 주재원 비슷한 자격으로 오고 남편이 한국에 남아있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부부에게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되는데 반대로 다른 한쪽에는 단점이 되는 사례가 하나 더 있는 거 같다. 바로 명절맞이이다. 남편의 경우 아들의 입장으로서 명절이 되면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설과 추석의 하이라이트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본가를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아내도 한국에 남겨진 친정 부모님들이 보고 싶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하나의 큰 임무가 주어져있다. 바로 며느리의 역할인데 설이나 추석이 되면 으레 시댁에 가 명절맞이 준비를 해야 한다. 

지인 한 분은 언젠가 설을 앞두고 본가 식구들이 대거 홍콩을 방문한다고 하여 비상에 걸린적이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분은 종손이었는데 주재원 3년동안 한 번도 설맞이 귀국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괘씸죄(?)로 본가 친척들이 홍콩에서 설을 보내러 온다는 거였다. 

여하튼 기혼 여성의 경우 시월드가 멀어졌다는 점은 타국 생활의 장점으로 꼽을만 하다. 그만큼 며느리로서 한국 여성의 역할은 녹록지 않다. 여기에서 오래 산 또다른 지인은 필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홍콩에 와서 금술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는 부부들이 주위에 많다는 것이다. 홍콩살이로 인해 아내와 시댁과의 교류가 적어지며 갈등도 줄어든 것이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중간에 있는 남편의 입장도 한결 가벼워진다. 하지만, 설이나 추석이 되면 아들로서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과 죄송함이 자리 잡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필자와 같이 외아들이고, 거기에 장기 거주 교민이라면 더욱 그렇다.

필자의 홍콩 생활이 어느덧 16년에 접어들며 이곳이 이젠 고향처럼 느껴지지만 명절만 다가오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추석을 며칠 앞 두었던 재작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번 명절에는 뭔가 색다른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학창 시절 친척들과 같이 했던 ‘DJ 놀이’가 생각났다. 팝송을 좋아하는 사촌 친척들이 같이 라디오 DJ 처럼 음악을 틀어주는 놀이였다. 

한 명이 DJ, 한 명이 엔지니어, 한 명이 PD 이런 식으로 역할을 나눠서 들어주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끼리 카세트 라디오 하나 놓고 같이 놀곤 했었다. 내 고집으로 나는 항상 DJ였다.

이번 추석, 나는 다시 DJ가 되어 고국에 계신 부모님께 좋아하시던 음악을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홍콩에서 진솔이네 진솔이 아빠 인사드립니다. 한국은 곧 귀성 행렬이 이어지겠네요. 

추석이 다가오며 마음 한 구석이 또 허전해지기 시작합니다. 명절 때 함께하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제 마음을 음악에 담아 부모님께 띄워 드리고자합니다.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폴 앵카의 ‘다이애나’ 준비했습니다. 자, 들어보시죠. 다이애나~”

유명 DJ 흉내를 내가며 휴대전화로 녹음한 후 컴퓨터에서 나오는 음악을 연결, 카카오톡 가족 단체방에 올렸다. 역시 기대한대로 부모님은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오해(?)가 발생했다. 내가 보내드린 폴 앵카의 ‘다이애나’를 내가 직접 부른 줄 아신거다. 부모님은 주위 분들에게 우리 아들이 부른 노래라고 소개하며 들려주셨고 들은 분들도 모두 속아 넘어가셨단다. 


심지어 어머니는 산악회 버스 안에서 이 음성 파일과 노래를 회원들에게 틀어줬는데 버스가 들썩일만큼 큰 박수 세례와 환호를 받으셨다나.. 본의 아닌 사실 왜곡이었지만 그래도 어떠랴. 부모님이 기뻐하시고 주위 반응도 뜨거웠다니. 

“하하~, 어떻게 아들 목소리도 구분 못하세요? 제가 폴앵카보다 노래 더 잘 하잖아요. 실망이네. 다음에는 노래를 직접 불러드려드려야겠어요. 기대하세요” 

그래서 기타를 샀다. 간만에 어색하게 잡은 기타를 무릎에 올려 놓고 연습했다. 노래는 아들과 듀엣이었고 그 다음해 명절날 영상통화하며 라이브로 불러드렸다. 

혹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선물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면 올 설날 가족 합창 라이브는 어떨까?  아니면 영상 편지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은? 분명 보내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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