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최대 명절인 설, 즉 춘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홍콩의 설 풍습 중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있는데 바로 세뱃돈 문화이다.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에서는 세뱃돈을 빨간 봉투에 담아 주기 때문에 ‘홍빠오(紅包)’라 부른다. 한국과 홍콩 모두 연장자가 손아랫사람에게 세뱃돈을 주는 것을 보편적인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으나 다른 점 또한 적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의 경우 세뱃돈을 받는 대상이 아이나 학생이라면 홍콩의 경우는 미혼자가 대상이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이 외에도 홍빠오를 주고 받는 상황이 좀 더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매년 춘절이 얼마 남지 않은 중국어 수업 시간이 되면 홍빠오를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오늘은 알쏭달쏭한 홍콩의 홍빠오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거주지에서 홍빠오 주기
우선 교민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 바로 아파트 경비원에게 홍빠오 주는 요령이다. 만약 내가 미혼이라면 홍빠오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혼인 경우 부부가 모두 줘야 하는지, 남편이나 아내 중 한 명만 주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사실 이것은 사람들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부부 중 한 명만 줘도 된다. 친한 경비원이라면 부부가 봉투 2개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 경우 부부가 따로 움직일 때는 한 명이 배우자 몫까지 홍빠오를 두 개 건네기도 하고 아니면 각자 출입할 때 따로 주기도 한다.
그런데 설 기간이 되면 평소에 자주 못 보는 경비원들이 유독 눈에 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홍콩인들은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금액을 달리하여 준다.
즉, 상주 경비원에게 50불을 담아 준다면 비상주 경비원들에게는 20불 정도 넣어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상주 경비원과 비상주 경비원이 나란히 앉아 있을 때이다. 홍콩 사람들은 홍빠오를 줄 때 헷갈리지 않도록 안에 넣은 금액에 따라 봉투를 달리하여 준비한다.
그래서 두 경비원에게 금액이 다른 봉투를 구분하여 건네기 미안하면 그냥 같은 봉투, 즉 상주 경비원에게 주는 높은 금액으로 통일하여 주면 된다.
한편 같은 동네에서 지인을 만나거나 지인의 아이를 보면 이때도 홍빠오를 전달한다. 홍콩 사람들은 보통 20~50불을 넣어 주는데 맥도날드나 하겐다즈 쿠폰을 현금 대신 넣어 준비하기도 한다.
2. 직장에서 홍빠오 주기
근무지의 건물에도 경비원들이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요령으로 지급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가면 직원들에게도 홍빠오를 돌리게 된다. 미혼자는 상사나 기혼 동료로부터 받은 후 “꽁헤이팟쳐이(恭喜發財: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만 건네면 된다.
하지만 미혼자라도 관리자급이면 같은 사무실이나 부서 직원들에게 전달할 홍빠오를 준비해야 한다. 이 경우 일반적인 관행과는 반대로 미혼자 관리자가 기혼자 아래 직원에게 홍빠오를 주는 풍경을 볼 수도 있다. 한편 짠돌이 관리자, 좋게 표현하면 ‘마음이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상사는 돈 대신 ‘Happy New Year’라는 문구를 넣어 전달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풍습을 고려한다면 한국인 관리자들도 사무실 직원들에게 홍빠오를 돌리는 것이 좋다. 각각 50~100불 정도면 적당할 것이다. 그리고 거래처를 방문하게 되면 평소 자주 보는 직원에게도 홍빠오를 건넨다. 예를 들면, 갈 때 항상 차를 내오는 직원이나 미혼의 거래처 직원에게 빨간 봉투를 선물한다면 당연히 주변 분위기가 따뜻해질 것이다.
3. 식당에서 홍빠오 주기
홍콩 사람들은 식당에 갈 때도 홍빠오를 챙긴다. 이때 생기는 또하나의 궁금증은 그 식당 직원 모두에게 돌려야 하는지, 평소 친한 직원에게만 주는지이다. 평소에 어떤 종업원은 인사성도 밝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미리 챙겨주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몇 년을 넘게 만나도 심드렁하다.
결론적으로 나와 친한 친절한 직원에게만 주면 된다. 그런데 홍콩의 중국 식당에서는 이를 본 다른 종업원들이 같이 와서 “꽁헤이팟쳐이”라 말하며 세뱃돈을 받으려 하기도 한다. 따라서 내가 주고 싶은 직원에게만 준다면 살짝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건네는 것이 좋다.
우리 학원 근처에 딤섬 집이 하나 있는데 필자는 그곳에 가면 항상 고추기름을 요청한다. 여러 종업원 중 한 명만 내가 가면 알아서 그것을 미리 준비해 주곤 했다. 이전 춘절 때 필자는 평소 이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로만 표현하기에 부족했던 마음을 홍빠오에 담아 건넨 적이 있다.
4. 홍빠오를 주는 기간
그럼 홍빠오를 주는 유효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중화권의 설 축제 분위기는 음력 1월 15일이 되면 끝이 난다. 따라서 음력 1월 1일을 시작으로 음력 1월 15일 이전까지를 홍빠오 주고 받기 기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곳 현지인들은 홍빠오의 의미가 복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복을 많이 줄수록 나 역시 그만큼의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많은 복을 받고 싶다면 더 두둑하게 나눠주는 것도 좋다. 여러분은 올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복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