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후면 한국과 홍콩에서 모두 1년중 최대 명절로 꼽는 설을 맞는다. 홍콩 및 중화권에서는 설이 봄의 길목에 있다고 해서 이를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홍콩은 또한 한국처럼 3일 연휴이고 중간에 일요일이 끼어 있으면 대체 휴일이 있다. 이로인해 한국과 홍콩은 모두 올해 4일의 설 연휴를 맞게 된다. 반면 우리는 설 전후로 3일을 이어 쉬는 것과 달리 홍콩은 초하루 날부터 음력 3일까지가 공휴일이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인 설, 즉 춘절을 홍콩 사람들은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1. 설 전에 준비하는 것
설이 다가오면 홍콩 사람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준비해야 하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설을 맞아 집집마다 대청소를 한다. 그리고 집에 춘련(春聯)을 붙이는데 이것은 빨간색 종이에 좋은 문구를 적은 것으로 집 뿐만 아니라 홍콩 곳곳에서 볼 수 있다.
‘恭喜發財(꽁헤이팟쳐이: 부자되세요)’, ‘萬事如意 (마안시위이: 만사형통하세요)’, ‘年年有餘(닌닌야유: 늘 넉넉하세요)’, ‘生意興隆 (싸앙이행롱: 사업 번창하세요)’등등 복된 새해를 기원하는 내용들이다.
홍콩 사람들은 또한 꽃시장에 가서 집을 장식하기 위한 꽃을 사 온다. 코스웨이베이의 빅토리아 파크에서는 매년 이때 큰 꽃시장이 열린다. 그리고 집집마다 쿠키, 호박씨, 사탕, 초콜릿등의 간식거리를 준비해 놓는다.
한편 아파트, 상가등에서는 홍빠오가 걸려 있는 작은 귤나무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금전귤 (年桔)’이라고 해서 재물을 상징한다. 설 분위기를 띄우는데 크게 한몫하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춘절에 빠질 수 없는 문화인 홍빠오 준비를 위해 현금은 신권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자, 이제 음력 새해 첫날이 몇 시간 안 남았다. 설 하루 전날 밤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데 이것을 ‘튄닌파안(團年飯)’이라 부른다.
2. 설 기간의 활동
가족들이 함께 친지를 방문, 새해 인사를 하는데 빨간색 전통 복장을 한 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한국처럼 엎드려 절하는 풍습은 없고 손아랫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중국어 버전인 ‘꽁헤이팟쳐이(푸통화: 꽁시파차이)’로 새해 인사를 드린다. 어른들은 빨간 봉투, 즉 홍빠오에 담은 세뱃돈을 전달하며 덕담을 건넨다.
홍콩 사람들은 설 기간 동안 절에 가서 소원을 빌기도 한다. 구룡의 웡타이신 (黃大仙)과 샤틴의 체꽁미유(車公廟)가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그리고 침사추이에는 이 기간 중 으레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이것은 전통 풍습은 아니고 비교적 현대에 와서 생긴 하나의 설 프로그램이다. 한편 한국의 윷놀이와 같은 가족 명절 놀이는 없는데 일부 사람들은 마작을 즐기기도 한다.
3. 설에 먹는 음식
한국에서는 설에 떡국을 먹듯이 홍콩에서도 춘절이 되면 먹는 음식이 있다.
베이징 등 중국 북방의 경우 만두를 빚어 먹는데 이것은 추운 기후와 관련이 있다. 홍콩을 포함한 남방에서는 ‘니엔까오(年糕)’라는 일종의 전통 떡케잌을 먹는다. ‘니엔까오’는 해마다 발전한다는 ‘年高’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이것을 먹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홍콩의 설 음식중에는 이렇게 좋은 뜻을 갖고 있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 것들이 많다. 그중 ‘팟쳐이(髮菜)’라는 야채가 있는데 발음이 ‘부자가 되다’라는 ‘發財’와 유사하다. 굴요리인 ‘호우시(蠔豉)’도 홍콩인들의 설 식탁에 자주 올라온다. ‘좋은 일(好事)’의 광동어인 ‘호우시’와 발음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설에 자주 먹는 상추는 ‘쌍쳐이(生菜)’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발음하면 재물이 생긴다는 의미(生財)로 들린다. 이 외에 여유로움을 상징하는 생선도 홍콩 사람들이 즐겨 먹는 설 음식중의 하나이다.
4. 설의 금기 사항
전통 풍습과 미신에 따른 금기 사항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설이 되면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카락 ‘髮(팟)’의 발음이 부자가 되다는 ‘發財’의 ‘發(팟)’과 비슷한데 이로인해 머리를 자르는 것은 부정 타는 의미가 되어 버린다.
또한 설 기간 중 사지 않는 물건도 있다. 바로 신발이다. 신발은 광동어로 ‘鞋(하)’인데 한숨 소리인 ‘하이..’와 비슷하므로 즐거워야 할 설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설 초하루와 둘째날은 보통 친지를 방문하여 인사를 드리지만 셋째날은 이를 삼가한다. 이날 방문하면 싸움이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력 1월 3일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년 경마 경기가 열린다. 평소에 경마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이날 만큼은 경마장을 찾곤 한다.
이상 홍콩의 설 풍경을 정리하여 소개해 보았다. 한국과 비교하면 비슷한 점도 있고 홍콩만의 특별한 설 문화도 찾아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한국 교민들이 좀 어렵게 여기는 홍콩의 홍빠오 문화에 대해 살펴보겠다.